1. 잠을 설쳤더니 피곤하다. 고작 새벽에 한 시간 자면서 꾼 꿈이 괴했다.
나는 어디로 여행을 갔던 모양이다. 좁은 숙소에 처음 보는 어린애들(10대 초반? 중반?)이 드글드글거렸고 구석구석에 널어놓은 수건과 배낭과, 대충 쑤셔박아놓은 잡동사니들이, 방 중간에 널린 빨랫줄엔 덜 마른 옷이 걸려 있었다. 이래저래 구질구질하고 지겹고 힘든 여행이었던 건 기억난다. 나는 그 녀석들과 동행인지, 아닌지 여튼 좀 애매한 위치였는데(인솔자라고 보기도 뭣했다.) 그 방은 창 밖으로 보이는 전망이 아주 좋았다. 햇살이 찬란하고 한국에선 볼 수 없는 아주 깊이 패인 협곡이 있고 짙은 잔디가 있고. 그렇지만 여행 자체는 어땠냐면 그만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귀찮았다.
그런데 그까진 좋았는데 어디서 들어오셨는지 방 구석에 웬 서양 중늙은이가 앉아 있는 거다. 자세히 보니 리바이 동무다. 이 동무가 날 보고 웃으면서 독일어로 뭐라고 뭐라고 말을 하는 거다. 헝가리 사람이 왜 독어로 이야기하는지는 의심을 안 해 봤다. 이 먼 데 까지 웬 일이냐, 우베 크뢰거라도 만나러 왔냐, 마침 근처에 있는데 어쩌고 하면서 이야기하는데 무슨 뜻인지 알아먹겠더라. (꿈에서 나는 귀에 무안단물이라도 바른 모양이다.) 나는 애매하게 웃어주고 왔는데 생각해 보니까 저 사람한테 나 독일어 모른다고 이야기를 해 줘야 할 것 같은거다. 그래 설거지하다말고 뛰어 들어가서 미스터 리바이 어쩌구 하면서 열심히 영어로 이야기를 걸었다. 그래도 이 분은 허허 웃고 계시더라.
그리고 기억이 안 나는데 잠시 후에 우베 크뢰거 씨가 검은 목티와 검은 바지를 입고 터덜터덜 힘 없이 걸어들어와서(일 주일 내내 혹사당한 직장인 모드였다.) 그 구질구질한 배낭과 빨랫감 옆에 털썩 주저앉아서 한 손으로 이마를 짚고 이마에 주름을 잡고 있는 거다. 나는 하필 그 구질구질한 짐 옆에 앉아서 미안해 죽겠는데 일행들은 내 속도 모르고 예쁜 사람이 왔다고 좋아하더라. 일행들이 옆에 모여들자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거리는 게 저기서 더 건드리면 사람 쓰러지겠다 싶더라.
거기서 깼다. 이거 대체 무슨 꿈일까? 그리고 왜 쿤사마가 아닌 리바이 동무가 나왔을까?

2. 가서 자야지. (남는 시간에 우아하게, 가 아니고 비굴하게 웹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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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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