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 왔습니다. 주말이 주말 같지가 않아요. 이틀 달렸는데 벌써 내일이면 새 월요일이래요, 말이 안 되는데 이거; 시간은 왜 이렇게 잘 갈까요, 도대체 어쩌자고?
아무튼, 오늘은 일제시대나 6.25 때 태어나신 분들이 고등학교 졸업장을 위해 열심히 시험치시는 걸 보고 왔어요. 저는 시험 자체를 싫어하지는 않습니다. 점수를 보면 괴로운 거야 저도 똑같습니다만 그래도 시험 자체는 좋아요. 다른 사람들이 시험을 보는 모습 자체는 참 좋은 풍경입니다. 진지해서 좋아요. 그렇지만 어르신들, 제가 0MR 카드 쓰는 거 도와드리는 건 할 수 있는데요, 답 가르쳐 달라고 그러시면 난감합니다. 그걸 제가 어떻게 알려드립니까. 더군다나 제가 그 답을 어떻게 알죠?
어제는 도서관에 가서 강연을 듣고 왔습니다. 소설가 이순원씨가 오셨어요. 질문하고 싶었던 게 있었는데 부끄러워(제가 도서관에 가는 게 왜 일인지 아시는 분은 아실 거예요.) 못 했고 뭐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는데 제일 인상적인 거 하나만 이야기할게요. 앞뒤 다 잘라내고.
-글 쓰는 사람은 나무나 종이에게 예의를 갖춰 최대한 종이를 아껴야 한다.
저런 요지의 말씀이셨습니다. 좋지 않아요? 그래서 제가 종이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자 책을 안 내잖습니까. 캬아. 거 기왕 아끼는 거 전기도 아끼고 웹공간도 아끼게 잡글도 적게 쓸까봐요.
어제 오늘 일 해서 공연 보러 갑니다. 그래요 땅 파봐야 돈 나옵니까. 물론 잘 파서 거기 뭘 심거나 잘 파서 뭘 짓거나 잘 파서 뭘 만들면 돈 되겠지만서도 전 몸으로 하는 일은 힘을 쓰는 일이건 손을 쓰는 일이건 잘 못 하거든요. 그렇다고 머리 쓰는 일은 잘 하냐고 물으시면 웃으면서 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