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안. 2009. 9. 20. 17:02

1. 세인트 세이야 다 봤습니다.
황금들은 파푸와로 치면 폭풍의 4형제 포지션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굉장히 강한데요. 파푸와 보고 났더니 폭풍의 4형제 때문에 인생 말아먹힌 과거가 생각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기억에 남는 황금이라면 얼굴 한 번 안 보인 주제에 존재감 500%짜리 사수좌(K 님 지적 감사합니다. 어떻게 그걸 헷갈렸을까요오;;)랑 처녀자리 부처님(같은 처녀자린데 사람이 다르잖아 사람이) 바보 같은 쌍둥이자리, 그리고 양자리의 므우와 시온. 므우가 시온한테 한없이 약한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러고보니 루저 님 쌍둥이자리에 자기 후계자 보면서 기뻐하며 죽지 않았었나.......
그러고보니 2 싸리상수 어쩌고 하는 문장 참 많이 써먹네. 하긴 원전이 유명하지.
그러고보니 3 어딜 가나 쌍둥이는 글러먹었군.

아 이건 말하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저에게 배경지식을 설명해 주신 K 님, 카뮤 설명에 이의 있습니다. 이건 제자 바보 정도가 아니잖아요. 팔불출이라는 말로도 설명이 안 되잖아요. 물병자리 이상해요! 왜 제 별자리는 멀쩡하지 않은가요. 하긴 멀쩡한 황도 12궁 같은 건 없지만요.
그리고 형제란 건 원래 애증의 관계 설명하라고 만들어놓은 물건입니까. 이런 걸 좋아하니까 쿠로다가 디란디 형제 같은 거나 만드는 거군요. 잘 알았습니다.

2. 책 매진했습니다.
오프 모임에서 팔아먹는 파렴치한 짓을 했음에도 사 줘서 고맙더라고요. 개인지라면 그렇게 강매 못 했을텐데 트윈지라 배짱이 생겨서; 좋은 게이들입니다.
아무튼 다음에도 딱 팔릴 분량만 찍어내겠습니다.

3. 간만에 오니츠카 치히로를 들으며 좋아하고 있습니다.

4. ㄱ과 함께 밥을 먹다 무서운 것을 보았다.
골목 사이에 있는 작은 가게였다. 조명은 은은하고 까만 돌로 꾸민 바닥이 예쁘다. 식탁 사이로 난 작은 공간을 지나면 좌식 식탁이 있고 등을 기댈 수 있는 쿠션과 방석이 있는 자리가 나온다. 어디에나 있는 흔한 식당이었다. 신발을 벗고 가방을 내려놓고 앉아 벽을 올려보니 벽지에는 손바닥 두 개 만한 곰 무늬가 일렬로 찍혀있었다. 연한 녹색, 분홍색, 회색, 하트 무늬, 알아볼 수 없는 글자 무늬를 한 곰들은 제각각 눈도 코도 입도 없는 고개를 왼쪽, 오른쪽으로 갸우뚱하게 기울이고 있었다. 동글동글한 손발과 큼직한 머리가 앙증맞기 그지 없었다.ㄱ이 메뉴를 들고 가서 정독하듯 집중해서 읽는 모습을 보고 나는 다시 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쩐지 만지면 몽실몽실할 것 같은 곰들이 다른 색에 다른 포즈로 벽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습이 깜찍했다. 그런데 잘 보니 벽 아래쪽, 소금과 후추통 바로 위에 이상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런 내용이었다.
-곰에게 눈을 그려주지 마세요. 뒷일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나는 소리내서 문구를 읽어보았다. 곰에게 눈을 그려주지 마세요. 뒷일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이건 벽에 낙서하지 마세요, 와는 성격이 다른 문구였다. 마치 감전 조심, 미친 개 조심, 이런 문구와 같지 않은가. 나는 메뉴를 열심히 고르고 있는 ㄱ에게 물었다.
"왜 그려주면 안 되죠?"
"뭘요, 아아 곰 눈?"
ㄱ은 당연한 걸 왜 묻느냐는 듯 메뉴판에 눈을 고정하고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그야 당연히 눈을 그리면 살아나니까요."
"에이, 그게 언제적 유머예요. 고대 중국도 아니고."
화룡점정이라는 케케묵은 고사성어를 떠올리며 나는 웃었다. 용을 그릴 때는 눈동자를 그리지 않는다고 한다. 문신을 새길때도 용문신은 눈동자를 넣지 않는다. 넣는 순간 승천한다고 한다. 군대에서 후임이 용문신 한 녀석이라 처음에 무서웠는데 나중에 친해지고 나서는 심심하면 사인펜으로 용의 눈을 그려넣으며 놀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눈 그리니까 용이 꿈틀거리더라며 이야기를 해 준 녀석이 킬킬 웃었고 농담도 잘 한다며 웃어넘겼던 것이 기억났다. 화룡점정이란 건 너무 완벽한 무언가에 대한 찬탄 내지는 경계, 혹은 그거 두 개 다 아니었던가.
"이런 식당 처음 와 봐요?"
오히려 진지한 쪽은 ㄱ이었다.
"밥 먹다가 눈을 그려넣으면 안 좋은 걸 보게 돼요. 이런 집 많은데......몰랐어요?"
"농담하지 마세요."
"아니에요, 농담."
ㄱ은 읽던 메뉴판을 내 쪽으로 넘겼다.
"그거 때문에 충격 받고 밥 먹으러 못 오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닌데."
"아니 뭔데 그래요?"
ㄱ은 내 얼굴을 살폈다. 한참 망설이듯 내 얼굴을 보다 벽을 보다가를 반복하더니 이윽고 결심한 듯,
"눈을 그리면 곰이 튀어나와서 밥 먹는 옆에서 서빙을 해요."
나는 읽던 메뉴판을 놓칠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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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밥 먹다가 떠오른 것. 벽지 무늬 진짜 귀여웠다. 곰들이 갸웃- 갸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