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은 취미/감상

니벨룽겐의 노래+강철 1화

유안. 2009. 4. 5. 08:01

니벨룽겐의 노래를 읽었다.
직장 도서관 전전전대 사서님 도대체 뭐 하는 분이셨어요? 갈라파고스에 히치하이커에 우주전쟁에 어둠의 왼손에 마이너리티 리포트? 이거 다 뭐하자는 겁니까? 어떤 분이신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존경합니다.

그러니까 결국 처음부터 지크프리트 그 중딩 애새끼 같은 놈부터 패서 쫓아보냈으면 그런 일이 없었을 거 아냐.
요 한 줄로 나의 감상을 모두 갈음한다. 끝. (나이 먹을 수록 왜 이리 입이 험해질꼬.......)

기사도고 나발이고 하여간 진짜 초딩이더라. 계속 악랄한 크림힐트니 어쩌니 해도 결국 나쁜 건 다 저놈이잖아. 내가 저걸로 개작한 바그너의 오페라 줄거리를 어려서 읽었는데, 음 그러니까 브륀힐트가 발키리고, 지그프리트랑 사실 눈이 맞았었고 어쩌고 하는 거. 그래, 개작한 마음 다 이해한다. 저 정신적으로 문제 있는 인간을 독일문학을 대표할 주인공이라고 어떻게 전세계에 소개하겠냐. 처음부터 용맹무비한 지그프리트 위대한 군주 군터 그러는데 저런 또라이를 위대한 군주라고 부르다니 입이 비뚤어져도 그딴 소리는 하는 게 아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듣기로 저 동네 중세문학은 truiwe라고 하던가, 군신간의 관계에 기초해서 서로 신의를 다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하던데 그딴 거 안 지켜서 죄다 죽었잖아!
뭐 앞뒤 안 맞는 저놈 성격 같은 건 스루하면 별 거 아니다. 세계 어디건 구비적층성이 있는 문학은 다 앞뒤가 안 맞게 되어있다. 심청전의 심봉사 성격이 앞뒤 안 맞기로 소문난 거야 유명한 이야기니까 그렇게 이해하면 오히려 이 이야기가 반갑고 흥미롭지. 난 가끔 전세계의 문학들이 어떻게 소설의 형식으로 변화했는지 좀 더 알아보고 싶을 떄가 있다니까. 실전이 탁전 되고 가전 되고......아차 깊이 들어가지 말아야.

그 뻔뻔스러울 정도로 수컷스러운 면이 모 소설에서 가루가 되게 까일 거 생각하니까 지금 아주 즐겁다. 책이 내 손에 들어올 날이 기대가 된다. 하일트 님 글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 저거라니까. 남성들이 자랑스레 내보이는 남성성이라는 걸 제대로 까 주신다는 거. (그리고 일반적인 야오이계 감성은 아닐지도 모르지.)

사실 읽으면서 내가 더 주의깊게 본 건 활수(滑手)함이라고 번역해놓으신, 중세 군주들의 덕목에 대해 적은 부분이었다. 그러고보면 관대함이 필수덕목이었다지. 왕의 식탁에 먹을 게 없다고 소문나면 전국가적 쪽을 면치 못했다던가......중세의 교육은 교회나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니까(대학이 있었다 한들 극히 일부만이 다녔던 데 아닌가.) 이런 이야기는 교육용 자료이기도 했을지도. 요즈음의 TV가 가진 기능은 다 가졌지 않았을까.

파운데이션과 유년기의 종말과 낙원의 샘을 찾아 읽기로 했다. 이것들이 더블오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정도는 나도 알고 싶거든. 이것이 바로 덕질에서 파생되는 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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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유년기의 종말, 슬픈 아일랜드를 빌려왔고(덤으로 더 빌려온 것도 있지만 뭐 이 정도로 넘어가고) 조용히 책을 읽다가 4시 40분이 되자 자동으로 컴퓨터에 앉아 TBS를 찾기 시작했다. 뭡니까 이 놀라운 몸의 적응력은? 몇 달 하다가 안 하려니 심심하세요?

그리고 미키신이로이가 쫄딱 젖어서도 연성진을 쓰는 걸 보고 아싸!!! 를 외치고 말았다. 사실 저번 애니에서 비 오면 무능 이미지가 너무 널리 쓰이는 바람에 저 남자가 꽃수화 되는 것도 참 싫었더랬지. 이대로 계속 가 주기만 한다면 계속 따라갈 용의 있다. 하던 덕질 마저할 용의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