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오]격동 300년
지벨 님 리퀘입니다.
제가 개그라도 하면서 이 압박감을 견뎌야지 다른 수가 있겠어요.
대하드라마 격동 300년.
(두둥- 둥둥둥)
제 21.75화. 니트와 쿠데타.
나레이션 : 지난화. 정권을 오래 유지하려는 리본즈 알마크의 위대한 의지는 국부 이오리아 슈헨베르크의 유지를 이었노라는 유일한 정통성이 무너지는 시점에서 저지당하고 만다. 국부의 뜻을 이어받은 정통성의 증거로 GN드라이버가 쌍으로 달린 더블오 건담을 몰고 유신정부를 압박하는 셀레스티얼 비잉을 필두로 군부 중 불만을 가진 세력이 일부 체제전복의 뜻을 표시하며, 그 와중에 이놈이고 저놈이고 믿을 수 없다며 민중들의 손으로 조직한 레지스탕스 카탈론이 등장하기에 이르니, 공포정치와 언론탄압만으로 거센 폭동의 불길을 끌 수 없었던 것이었다.
이쯤에서 ‘우민들의 멍청한 폭동’을 저지하기 위해 리본즈 알마크는 더블오건담을 빼앗을 계획을 세우고 마는데…….
리본즈 알마크의 집무실에 한 이노베이터가 나타난다.
(문 열리는 소리)
리제네 : 리본즈, 리보온-즈으-.
리본즈 : (짜증섞인 목소리로)각하라고 부르랬잖아.
리제네 : 어울리지도 않는 아시아 독재자 흉내는 그만 내라니까. 안 어울려.
리본즈 : 그만해 둬.
리제네 : (생글생글 웃는 듯한 목소리로)하지만 사실인 걸. 정말 안 어울려.
리본즈 : (의자에서 일어나는 소리) 아무래도 내가 너무 오냐오냐 키운 모양이군.
(구둣발 소리. 그리고 잠시후, 철썩 사람 뺨을 때리는 소리)
리본즈 : 적당히 하고 내 말에 복종하는 법을 익히도록 해.
(독백) 이건 니트 주제에 꿈도 희망도 없어요. 아니 니트라 그런가.
리제네 : 응?
리본즈 : 아니, 아무 것도 아냐. (의자 빙글 돌아가는 소리) 그런데 무슨 일이지?
리제네 : (어이없어하는 자신의 마음이 침묵을 통해 전달되기를 간절히 빌며) 아닙니다. 각하.
리본즈 : 그런데 리제네, 그 일은 어떻게 됐지?
리제네 : 그 일이라면?
리본즈 : 예의 그 일 말일세.
나레이션 : 리제네 리제타. 다른 이노베이터들이 모빌수트 타고 뭐 빠져라 노동할 때 홀로 우아하게 텔레비전이나 보고 니트질이나 하기로 유명하다. 근 3개월간 한 가장 큰 노동이 벼랑에서 90도로 걸어내려온 일이라는 점은 게으름과 뭐든 훗 웃어넘기기를 미덕으로 삼는 이노베이터들 사이에서도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는 의견마저 등장하고 마는데.
이에 위대한 독재자 리본즈 알마크, 손수 리제네에게 일을 맡기시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리제네 : 베다의 위치 말씀입니까.
리본즈 : 그래. 이제 너도 쓸모있는 일 하나쯤은 해야하지 않겠어.
리제네 : (별 거지같은 소리 다 듣겠다는 목소리로) 어차피 아는 사람은 다 아는데요.
리본즈 : …….
리제네 : 눈이라고 뚫려있으면 알 거 아닌가요.
리본즈 : …….
리제네 : 말이야 바른 말이지 솔직히 각하라고 뭐 쓸모있는 일 하신 게 있습니까. 맨날 폼만 잡으면 다냐고요. 기껏해야 티에리아랑 춤이나 추고 세츠나 앞에서 잘난 척 설교나 하고말입니다. 그 외엔 뭐예요, 그냥 훗 하고 웃지 훗 하고 웃지 훗 하고 웃지. 솔직히 소파에서 리모콘 돌리는 게 웃는 거 보다 더 힘들어요. 난 손가락이나 움직이지 뭡니까 당신은?
솔직히 말씀하시죠. 맨날 우리가 계획에 대해 물으면 훗 하고 웃기만 하잖아요. 아무 생각 없는 거 맞죠?
리본즈. …….
리제네 : 그러면서 무슨 큰 계획 있는 거처럼 폼이나 잡고 일이나 벌이고. 그 파티도 그렇죠. 대체 그런 쓸데 없는 짓은 왜 했대요? 아, 우리 티에리아랑 춤추고 싶어서 연출하신 거 맞죠? 안 그러고서야 그런 프릴 달린 옷을 준비해 올 이유가 없잖습니까. 솔직히 엄청 기대했죠? 말이야 바른 말이지 그 프릴, 이노베이터들 사이에도 악명 높아요. 그게 뭡니까 센스 없이. 하긴 리본즈 센스야 유명하지요. 프릴이랑 이 제복 만 봐도 그래요. 대체 취향이 왜 그 모양입니까.
리본즈 : (또박또박 한 글자씩 힘주어 발음한다.)……리제네 리제타.
리제네 : 왜요, 틀린 말 했어요? 사실 그렇잖아요. 이노베이터가 세상을 통제하겠다는 것도 사실 그냥 편하게 니트질 하기 위해 권력의 정점을 쥐겠다는 거 아닙니까. 내 말이 틀려요?
나레이션 : 그 날 리본즈의 표정은, 측근들의 말에 따르면 완전히 정곡을 찔린 자의 그것이었다고 한다.
리본즈 : 넌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군.
리제네 : 이것은?
리본즈 : 나는 상위종으로서 너희들의 정신 정도는 문제없이 조종할 수 있어. 알고 있겠지?
리제네 : (경악한 목소리로) 아, 이것만은…….
나레이션 : 이노베이터만의 신비한 능력으로 위대한 영도자 리본즈 알마크가 리제네의 정신을 지배하려는 그 순간.
(철컥, 하는 총소리)
리제네 : 죽어라 리본즈!
(총소리가 크게 울린다. 그리고 뭔가 털썩 쓰러지는 소리)
리제네 : 휴, 겨우 끝냈네. 리본즈 놈 치사하게, 내가 좀 니트질좀 했기로 뭐가 어쨌다는 거야.
나레이션 :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리본즈 : 리제네. 안심하긴 이르지 않아?
리제네 : (헉 하고 숨을 삼키며) 리본즈!
나레이션 : 리본즈 알마크는 친히 부활하는 기적을 보여주신 것이다.
리본즈 : (천천히 걸어오며) 내가 괜히 상위종인 줄 아나. 그리고 나는……세번째다.
(총소리)
리제네 : (쓰러지며)20세기 오타쿠들 농담은 또 어디서 배웠…….
(뭔가 쓰러지는 소리)
나레이션 : 리제네의 피가 집무실의 양탄자를 적시는 그 순간에도 리본즈는 냉정했다고 한다.
리본즈 : (독백하듯) 니트질은 내 특권이다. 건방지게 네가 니트질을 하려고 들어?
나레이션 : 이렇게 리제네 리제타의 반란은 어이없이 진압되고 만다. 그러나 리본즈 알마크는 몰랐다. 니트질을 하며 이리저리 생각만 굴린 끝에 고도로 발달하고 만 리제네의 잔머리에 대해서.
격동 300년, 다음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