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후와 죽음/아저씨, 나의 아저씨

올렉 아저씨께 낚인 날

유안. 2007. 6. 7. 01:09

오늘 모 카페 회원이 많이 늘었습니다. 그 이유를 생각해 봤는데 역시나 마약 푼 양어장 동영상이 원인인 듯 합니다. 사실 올렉파의 대표자료가 수영장 동영상이고 사람을 낚을 때에도 저것을 풀면 효과가 200%는 상승합지요. 최고입니다. 그러니 수영장이 아닌 양어장 영상이죠. 저 또한 그걸 볼 때 마다 감탄을 거듭하니까요.

그래서 오늘은 제 과거를 돌이켜볼까 합니다. 영상을 보다 생각이 났어요. 저는 그 마약 푼 동영상에 낚이지 않은 올렉파입니다.
저렇게 적거 보니 무슨 충격고백 같은데 진짜예요. 사실 처음에 낚인 건 대본이었죠.

토끼 님 홈에 올라갔던 동영상을 보고 처음에 느낀 건 오, 이거 노래 참 괜찮다. 그런데 저 말포이 닮은 느끼한 남자 뭔가, 였습니다. (.......) 아니 정말이에요. 지금 생각하면 그 얼굴을 못 알아보다니 내가 미쳤지, 싶은데 저 금발 남자한테 관심이 없어서......제가 흑발에 민꺼풀 눈 취향이거든요; (로이 머스탱 얼굴이라거나) 결정적으로 가사를 몰랐거든요. 저 남자는 뭔데 저렇게 저 여자를 무섭게 휘두를 수 있나 하고 그냥 넘어갔습니다.
그리고는 몇 홈페이지가 엘리자베트로 시끄러워지기 시작했지요. 한창 뮤지컬에 타는 분들 계실 때도 전 별로 버닝을 안 해서 아 새 작품인가보다, 좋은 건가, 하고 있는데 제 주위에 거기 빠지신 분이 생기신 거예요. 저-기 W 모 언니라고 저와 굉장히 오래 사귄 분이 계시는데 그 분이 저보고 이거 괜찮다고 버닝해 보라셔요. 그런데 제가 실사버닝은 취향이 아니었거든요. (.......(2)) 그 분이 저-기 철수 씨께 시집가신 프라우 뮐러, 고기 양을 초빙한 거예요. 고기 양이 저를 낚기 위해 던진 대사가 아주 명대사였습니다.
이거 공연한 다른 배우가 있는데 그 분 눈이 파-란 게 제르가디스 같다. 제르가디스가 늙으면 꼭 저럴 거다.
고기 양 퍼스트가 우베 씨잖아요. 저 아가씨가 그 때 한창 우베 씨한테 반해 있었습니다. 올렉 씨도 좋아했지만요.사실 너무 예쁜 남자는 취향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는지라(서비스 님 예외) 그냥 신기해라 제르가디스 닮은 남자가 있다니 하고 있는데 제가 안 낚인 걸 안 *드라이더 언니가 저한테 뭘 좀 읽어보라시더라고요. 이 작품 이해하려면 하*트 님 블로그를 읽어야 한다. 고.

언니와 이야기하기 위해 그 블로그에 들어가서 시씨에 대한 설명을 읽는 순간 그 날 밤을 샐 뻔 했어요. 대본이 장난이 아닌 거예요. 죽음과 인간 여자의 로맨스. 허무에 빠진 여자. 아무 것도 남기지 못하고 죽은 여자. 그런 사람을 가지고 저런 로맨스를 쓸 수 있단 말입니다. 모든 것이 키치라고 비웃는 루케니까지. 명색 문학도였다면 여기서 감동 한 번 해 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날 저는 집 컴을 뒤져 어디에선가 들은 엘리자베트 파일을 찾아내었고 그걸 들으면서 이게 이런 곡이었구나, 하고 희열에 몸을 떨며 포스팅을 했습니다. 엘리자베트 너무 좋다고.
그리고 그 며칠 뒤 저는 올렉파 선언을 합니다.
그 후 메신저토크와-죽음의 초딩스러움에 대한 개그대화 등등- 이런저런 자료를 접하면서, 수영장 동영상을 다시 보고 저는 깨달은 겁니다. 제 머릿 속의 죽음을 가장 잘 구현해 주실 분은 저 분이다! 하고요. 그 날 국내 엘리자베트 관련 페이지는 거의 다 돌았을 거예요. 저 사람이 누군지 더 알고 싶어서요.
수영장에서 시씨를 보고 웃는 얼굴이며 손짓이며 무자비하게 시씨를 휘두르는 죽음이며. 그 모든 게 취향이었습니다. 죽음 중에서도 저 분은 남성성이 강한 죽음을 구현하시지요. 시씨가 평생 연애랑은 상관없이 저만 보며 살았다고 해도, 저는 여성을 매혹시킬 죽음은 남성이라고 생각해요. 게다가 화려하고 아름답고 감정이 풍부해 보이지만, 전혀 그게 아니잖아요. 사실은 냉혹하기 그지없으니까요. 시씨가 생각하는 죽음은 그랬다고 봅니다, 저는. 죽음에게 연애시를 쓴 여자라잖아요.
그리고 그 한 달 뒤에 저는 엘리자베트 상영회에 다녀오고, 거기서 더 불타기 시작하며 지금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영어 울렁증이 있는 제가 영어로 팬레터를 쓰고, 해외 공연 볼 방법을 찾아보고, 그리고 1년하고도 한참이 지난 지금, 포스팅이 올라오지 않아도 메신저 토크를 하지 않아도 여전히 올렉 씨는 멋진 배우입니다.
지금도 불타고 있어요.

그 날 제가 걸렸다고 쾌재를 부르시던 윈드*이더 언니는 제가 이렇게 오래 팬질을 할 줄을 정말 모르셨을까요. 아마 아셨을 거예요. 우리 취향은 일치하는 부분이 많고 버닝 양상도 비슷할 때가 있으니. 이래서 취향이 비슷한 친구는 무서운 겁니다.
그런데 쓰고 보니 시작은 아니지만 수영장 영상이 사람 낚는 데 일조했다는 건 확실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