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 봐야 아밍 손바닥
장례식
유안.
2008. 2. 15. 00:07
젊어서 유명을 달리한 둘째를 제외하고, 가장 먼저 눈을 감은 것은 막내였다.
나이들어서도 결이 고운 금발도 꽃 같은 미모도 여전한 동생에게 수의를 입히며 형들은 끝끝내 무표정을 유지했다. 동생의 친우가 망연자실해서 관 앞에 주저앉아 아무 말도 못 했다던가, 가족들과 전혀 닮지 않은 조카는 관 앞에서 억지로 눈물을 삼켰다던가, 가장 죽은 숙부을 닮은 조카가 관 위에 흙을 뿌리다 기어코 삽의 손잡이를 산산조각내었다던가 하는 이야기도 형들이 지은 무표정의 무게를 덜지 못했다.
어려서부터 죽은 아버지 몫을 하느라 제 나이를 누려보지 못한 첫째는 의외로 평온한 노후를 보냈고, 그의 죽음도 평온했다. 자기 집 침대에서 숨을 거둘 수 있으리라고 자기 자신도 상상하지 못했으리라. 임종의 순간에 아들들과 조카와 동생이 손을 잡아주었고, 그들이 보는 가운데 숨을 거두었다. 그가 가장 사랑한 아들이 그의 눈을 감겨주었다.
그리고 몇 년 후, 조카들은 한 통의 전화를 받고 어느 외딴 섬으로 향했다.
남쪽 바다라는 것 이외에 아무 장점이 없는 관광지의 여관 발코니에서, 의자에 앉아 하늘을 보다 잠들 듯 죽은 숙부의 유해를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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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렘, 서비스 생일축하글.
아니 이 사람들은 평온하게 죽는 게 해피엔딩이라니까요.
피아랑 메신저 대화하다 아이디어 얻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