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6.9
스카 횽과 재미난 설정을 짰습니다. 문학덕 둘이 만나면 이러고 놉니다.
홍대 모처의 카페 6.9 (69로 신고 내러 갔다가 퇴짜 맞고 궁여지책으로 사이에 점을 하나 끼워넣었다.)를 중심으로 매일매일 개그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인물들을 소개합니다. 이름이 익숙한 거 같지만 착각입니다. 암은요.
그리고 어떤 부분은 사실에 기반하고 있고 어떤 부분은 완전히 창작이니 믿으시면 정말 곤란합니다.
그리고 설정화를 보시려거든 여기로 오세요.
이상 : 카페 6.9의 주인. 카페 이름도 본인이 지었음. 가게 디자인이 좋게 말해 아방가르드함. 이래뵈도 엘리트고 건축과 나와서 서울시 공무원으로 잘 살다가 청계천 한창 파헤칠 때 자기 미의식에 안 맞는 직장 못 다니겠다고 때려침. 공무원 연금 받아서 먹고 살 생각이었는데 그거 몇 년 이상 일해야 받을 수 있는 거고, 일정 연령이 되기 전에는 지급 안 해준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음(...) 복잡한 가정형편 상 집에 의지는 못 하겠고, 결국 카페를 차려서 먹고 살 결심을 함. 밤 되면 전기브랜디(...이런 술이 있었습니다 1930년대에는요.)도 파는 재미난 가게인데 이 가게의 문제는 딱 하나이다. 핸드드립 커피가 죽도록 맛이 없다는 것이다. 이상이 정말로 손을 사용해서 드립한다는 소문이 있음.
위악 쩌는 츤데레. 알고 보면 은근히 상식인임. 다자이 오사무를 좋아하는 일어존잘. 현재 김유정과 자취중임.
김유정 : 강원도에서 온 문학청년. 현재 서울예대 문창과 대학원에서 소설 전공 중. 한국 문단에서 맥이 끊겨가는 농촌 소설을 해학적인 문체로 구사해서 문단에서 꽤 주목받고 있음. 페도라를 사랑하는 더벅머리 청년으로 항상 웃는 얼굴. 판소리가 취향이라 카페에서 틀고 싶어하는데 손님들이 좋으면 혼자 들으라고 구박함. 남이 쳐놓은 AT 필드 경계선을 아무렇지도 않게 슥슥 잘 넘어다녀서 누구와도 쉽게 친해질 수 있다. 이 카페에 사람이 모이는 건 김유정의 인덕 덕분이기도 함. 그러나 알고 보면 이 모임에서 가장 책략가 타입. 그의 어리숙한 웃는 얼굴에 휘말리면 바로 당한다. 술을 좋아하고 술주정도 아주 좋아한다. 그리고 보통 그 뒷감당은 이상이 하게 되어 있다. 하숙비가 싸다는 이유로 이상과 같이 살고 있으며, 본인은 자각이 없으나 치유계임. 어쨌건 치유계임. 카페에서 디저트를 담당하고 있음.
박태원 : 카페 6.9의 단골이자 저 청년들의 친구. 바가지 머리에 둥근 안경, 히피 같은 복장을 하고 카페에 죽치고 앉아 노트북 끼고 커피 마시며 노는 게 일이라 오해를 사고 있는데 이 모임 최연장자이고 모 신문사 문화부 기자임. 마리화나 하나 입에 물려도 전혀 위화감이 없을 것 같은 얼굴로 남미 문학을 죽자고 읽어대고 있음. 마누엘 푸익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사실 두루두루 많이 좋아한다. 그리고 최애작가는 제임스 조이스와 버지니아 울프. 카페 6.9의 청년들이 혹시 책을 내면 안 그런 척 하면서 신문 문화부에 슬그머니 홍보성 기사를 넣기도 하는 의리 있는 아저씨.
임대러. 인터넷질을 좋아해서 얼리어답터임. 블로그 닉네임은 구보.
이효석 : 영문과 강사. 클래식을 사랑하는 영문학도. 이대와 홍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이대 전임강사가 될 가능성이 높은 듯? 여학생들 사이에서 우아한 교수님이라며 꽤나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부잣집 아들내미고, 커피콩과 몽블랑에는 돈을 아끼지 말라는 말을 신조로 삼은 것 같다. 커피를 매우 사랑하는 그는 카페 6.9의 핸드드립 커피를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지만 친구는 없고, 김유정은 재미있고, 갈 데도 없어서 별 수 없이 홍대에서 강의를 하는 날이면 매우 불행해하며 카페에 앉아 있다. 그리고 가끔 그가 카페에 오는 날 이상과 김유정이 자리를 비울 때가 있다. 정신을 차려 보면 그가 커피 드립을 하고 있다. 이건 김유정의 계략인 것 같다. 헨리 제임스를 좋아한다. 그 퀴어함에 반한 듯. 본인도 소설을 쓰려고 하는데 사람들이 애 생긴 거랑 안 어울리게 왜 이렇게 변태 같냐는 혹평을 하기도.
이태준 : 이 모임의 유일한 상식인. 평양출신 조부모님을 둔 실향민 3세. 할머님이 새침하고 시크한 평양 여성인데 손자 친구들을 보고 매우 마음에 안 들어하셨다. 특히 이상을. 하지만 정지용은 마음에 들어 하셔서 종종 집에 데려 오라고 하셨다.
이 가게의 인테리어가 그나마 봐줄만한 건 이태준 덕분인. 흰 플란넬 커튼 같은 클래식한 디자인을 선호함. 본인도 하얀 와이셔츠를 빳빳하게 다려입는 것을 매우 좋아함. 평양 여인의 머릿수건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는 봐야 안다나 어쩐다나. 아무튼 고전 취향으로 이옥의 글을 좋아해서 자주 읽음. 고전적이고 조용한 글을 쓰고 싶어한다. 겉보기보다 깡이 있고 지조 있는 사람을 굉장히 좋아함. 본인도 그렇게 살려고 노력 중.
정지용 : 가톨릭대 영문과 2학년. 5대 독자라 군 면제. (실제로 정지용이 5대독자인지는 모릅니다 막 씁니다;) 카페 6.9에 반해 단골이었던 카페 프란-스를 버리고 여기서 논다. 어쩐지 박태원과 친하고 형들에게 굉장히 예쁨 받고 있다. 카페에서 이효석이 그에게 영문학에 대해 강의를 하는 걸 구경할 수 있는데 어째 이효석과는 취향이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시 전공으로 최애 작가는 예이츠. 심심해서 썼다면서 본인이 쓴 시를 들고 와서 매우 머쓱한 얼굴로 내미는데 쓰는 것마다 존잘이라 문장을 잘 쓰고 싶어하는 이효석이 은근히 부러워하고 있음.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대학생. 그런데 옷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얼굴도 까만 게 항상 까만 티를 입고 다닌다고 주위에서 뭐라고 한다. 본인은 개의치 않는다. 심지어 한달 째 똑같은 티를 입고 와서 형들이 뭐라고 하니까 그날 입고 밤에 빨아서 다음날 또 입는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이상은 뒤에서 울었다.
구본웅 : 홍대 회화과의 전설. 98학번인데 아직 학부에 다니고 있음. 이유는 딱 하나다. 졸업하면 사는 게 재미없을 것 같아서. 심지어 좋아하는 수업을 계속 듣기 위해 전공필수를 재수강도 아니고 팔수강을 해서 교수가 강의실 입구에 구본웅 출입 금지라고 써붙인 일도 있음. 팔수강을 하기 위해 나중엔 수업에 안 나와서 어쩔 수 없이 교수가 F를 줘야 했음. 교묘하게 휴학을 해 가며 학교를 계속 다녔음. 앞의 팔수강 중 세 번은 휴학 기간에 학교 나와서 들었다는 전설이. 올해 지나면 수업연한이 끝나서 학교를 나가야 하는데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라고 함. 학교에선 매우 영험하신 선배로 소문이 나 있다. 그를 알현하면 학점도 취업도 졸작도 잘 된다는 소문이 있어서 신입생들이 입학하고 2학년, 3학년, 4학년 대면식이 끝나면 구본웅 대면식을 거행한다. 영험하신 구본좌를 뵙는데 이때 못 뵈면 학교를 제대로 졸업할 수 없다고 한다. 추리닝과 삼선쓰레빠를 걸치고 회화실에서 죽치고 사는데 그림 하나는 존잘이라 그림 팔아서 등록금도 대고 먹고 살기도 한다. 카페 6.9 벽에 걸린 그림은 구본웅 작품. 김유정도 이상도 모르는데 팔면 꽤 비싸다.
금홍이를 두고 이상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음.
금홍이 : 홍대 모 클럽 밴드 '금홍아 금홍아'의 기타 겸 보컬. 장르는 슈게이징. 단발머리 미인으로 화장하면 요염하고 화장 지우면 청순하다는 설정이 있다. 좋겠다.
이상이 짝사랑 중. 금홍이는 카페 6.9 근처에도 가지 않는데 카페에는 항상 공연포스터가 붙어있고 가끔은 이상이 자기가 돈 주고 산 표를 돌리며 손님들에게 공연을 보러 갈 것을 종용한다. 심지어는 '이런 시'라는 가사를 지어서 줬는데 금홍이는 거기 곡을 붙여서 노래를 불렀다. 너 보라고 준 시가 왜 네가 부르는 노래가 된 건지 알 수가 없다. 이상은 기분이 복잡하지만 어쨌건 자기 시를 금홍이가 부르고 있으니 행복하다. 이상은 자기가 가사 셔틀이 된 걸 아는지 모르는지 공연을 보며 감동했다. 그 날 술은 이상이 쏘고 술주정은 김유정이 했으며 금홍이는 이상이 공연 본 것도 모른다.
김남천 : 유정의 학교 동기. 합평 때 서로 불꽃 튀게 물고 뜯어서 아무도 친구인 줄 모른다.
임화 : 김남천의 고교 선배. 마이너 영화 감독. 현대의 소비중심적 문화에 이의를 제기하는 아나키스트. 홍대 문화도 싫어하는데 자기 영화 상영해 주는 극장이 홍대에밖에 없다. 그래서 툴툴대며 가끔 카페 6.9에 오기도. 미남임. 아무튼 잘 생겼음. 돈이 없어서 자기 영화의 주연 배우도 자기가 맡는데 사람들은 얼굴 때문에 임화가 배우를 한다고 생각한다. 아내 지하련과 공동으로 영화를 만든다. 아내도 미인이라 주변 사람들은 2세의 미모를 기대하는데 불행히도 이 부부는 딩크족이다.
김기진, 박영희 : 가끔 술 먹고 영희야 날 버리지 마 하며 우는 게 김기진.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좌파 문학을 하는 보기 드문 청년들. 박영희 때문에 김기진이 마음 고생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어차피 박영희는 절대 지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