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은 취미

휴일 걱정

유안. 2007. 9. 30. 23:40
할 일 잔뜩 지고
집에 온 주말
일 안 되네, 날은 저문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누워
아무리 발악하며 굴러도
시간 잘 가네, 매정한 시계 소리 째깍째깍
잘 들리네, 괴롭고 무서워
컴퓨터 틈으로 고요히 시간 새는 소리
이불에 혼자 엎드려 절망하던

매주 일요일 밤
지금도 내 뒷골을 땡기게 하는
그 시간, 내 휴일의 윗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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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은 기형도의 <엄마 걱정>

제가 오늘 현실도피를 좀 잘 했습니다. 어제는 휴일엔 놀아야 된다고 정말 데굴데굴 구르며 놀고,
오늘은 <체포되셨습니다>라는 판타지를 읽고(6권짜리. 다 읽었음) 놀러 온 동생 여자친구와 치즈스틱을 만들어 먹고 남은 식빵조각까지 설탕 발라 튀겨놓았습니다.

산더미처럼 쌓인 일이 저를 습격하는군요.
하지만 지금도 뭘 할 마음이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가 학교 다닐 때는 이러고 산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거죠. 할 일은 다 하고 게으름 피운 것 같은데 말입니다.

내일부턴 10월이고 10, 11, 12월 3개월만 버티면 2008년입니다. 기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