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잘한 하루

6월 잡담 1

유안. 2007. 6. 13. 20:42
1. 교 님이 마이케 시씨를 그리셨다. 화사하고 아름다워서 감탄했다.
내 아저씨를 많은 사람들이 보고 감탄하는 건 솔직히 기쁘다. 내 아저씨의 미모에 감탄하건 목소리에 감탄하건 그 신묘한 표정에 감탄하건 그건, 상관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팬심을 품었던 아가씨들이 그 분을 잊어가는 건 조금 섭섭하지만 그 또한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잖나.
그저 그 작품, 하면 아아 정말로 좋았지요, 라고 해 주고 그 사람, 하면 정말 좋은 배우였다고 한숨 쉬며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더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쁜 거다. 팬심은 그야말로 각인각색, 한 사람의 팬심이라 해도 이 사람 다르고 저 사람 다른 법. 모든 사람이 완전연소 하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그래서 기쁘다는 이야기다. 세상 사람들 우리 아저씨 좀 보소. 저 근사한 사람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우.

2. 앵두기. 내가 이맘때면 꼭 다자이 오사무 관련 포스팅을 올리게 되는데, 올해는 다자이 수필집을 읽었다. 이 사람은 수필을 보니 더 찌질하더라. 어떻게 저런 책 책띠에 시대를 앞서간 위대한 지성 어쩌고 하는 광고문구를 붙여 팔아먹는 배덕한 짓을 할 수 있지? (진심으로 분노)
그런데 그건 맞다. 사람이 추하게 살면 결국 추해진다. 멍청하게 살면 멍청해지고. 위악을 떨면 악해지고 광대짓을 하면 천성이 광대가 된다. 갑자기 욕이 하고 싶어졌다.

작년 이맘 때 시씨나 다자이처럼 살면 안 된다고 생각한 년 다시 보면 좀 패 줘야겠다.

실은 나 앵두기 기념으로 프라우 기젤라 블라우 이야기 쓰고 있다. 누가 나 좀 칭찬해 주라.

3. 바쁜 일 지나가면 쓸 것.
모 처에서 받은 단문들.
일단 개요만 좀 잡아보면 사제씨는 한 번에 한 가지 일 밖에 못한다. 가끔 두 가지 일 정도는 할 수 있는데. 설교하면서 나물을 다듬는다던가 하는 거. 카페에 사람 들이닥치고, 물은 끓고 전화는 오고 주문은 밀리고, 손님은 좀 심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고 있으면 이 여자 당황하다 못해 패닉에 빠진다.

이 여자의 폭주임계점은 매우매우 높은 곳에 있어서 엔간하면 화는 안 낸다만, 자신의 실수로 일을 그르치면 자학을 시작한다. 자기가 잘못한 거 뻔히 알고 우울해져 있는데 누가 자기 잘못한 거 이야기하면 자학이 배가 된다.

이 여자는 시간이 비면 행복한 마음으로 도서관에 간다. 말은 못 하면서 뭔 책이냐 하는데 그런 놈 있다. 입말은 안 늘면서 글말은 안 느는 인간. 사제씨는 듣고 읽는 건 되는데 말하고 쓰는 게 죽어도 안 되는 타입인거라. 역시 나이 들어 말을 배우면 고생이다.
저 여자가 요 최근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은 지라르의 폭력과 성스러움. 희생제의에 대해 배웠다면서 좋아하고 있었다.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월광이한테도 물어보고 아저씨한테도 물어보고 현역 고교생들에게도 잘 물어본다.

기젤라 블라우 여사와 연하남의 필로우 토크-라고 쓰니 제법 수위 있어 보이는데, 그런 거 없다 음하하.

감상문 쓸 책 - 당신 인생의 이야기, 나의 소소한 일상. 제 5도살장 조금 읽기 시작했는데 이 사람 왜 이렇게 신랄하다냐;

그리고 나 헤드윅 보러 간다, 룰루루. 대구 뮤지컬 페스티벌 동안 대학생 공연을 거의 놓쳐서(오늘 지하철 1호선 하는 날이었다 하하하 제기랄.) 다음에 페임이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보러 갈까 했는데 시간이 될 지 모르겠더라. 그 와중에 송드윅과 김드윅 공연이 있다기에 나와 취향이 비슷한 윈디 언니 추천을 듣고 망설임 없이 송드윅을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