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마왕 님, 결혼하신단다. 하일트 님 블로그 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음.
.......난 결혼한다길래 혹시나 여자랑 하나 싶어서 기대하고 봤단 말이다. 읽다가 위화감을 느껴서 보니 결혼 상대는 남자였다. 응, 게이설이 정말이었구나. 실은, 피아 마님이랑 결혼해도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사정 같은 거 모르고 멀리서 동경하는 사람들에게 꺅꺅대는 입장이다 보니, 두 사람의 연기호흡이며, 친분도 같은 걸 보면 정말 오래 산 부부 같은 분위기도 풍기고 해서, 소녀스러운 망상을 아주 잠깐 해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내가 정말 충격을 받은 건 그 우마왕이 전격결혼발표를 했다는 거다, 그것도 뮤지컬배우가 아닌 일반인이랑. 일반인과 오래 연애를 했다는 게 가장 놀라웠다. 하긴 일에 몰두한 우마왕이라도 결혼을 뮤지컬 관계자 아닌 사람과 할 수도 있는 것을, 사석에선 연애도 할 수 있는 거고, 자기 취미를 즐길 수도 있는 거고. 이래서 내가 빠순이라는 거다. 살아 있는 사람, 내가 모르는 곳에 자기 사생활이 있는 사람의 이미지를 멋대로 상상하고 있으니. 내가 아는, 내가 믿는 이미지에 사람을 맞추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이 사람은 이래야 해, 저래야 해. 상상이야 자유지만 그 이미지를 그 사람에게 강요하고,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나중에 환멸이나 회의를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자기자신이 두려워졌다. 그래서 정말로 공정하게 좋아하려고 애썼다. 살아 있는 사람 좋아하는 올바른 태도란 걸 가져보고 싶어서 우마왕 게이설도 한 70%만 믿었다. 사생활을 알 수 없으니 함부로 단정할 순 없다고.
나름대로 공정하려고 노력했는데, 오늘 확실하게 알았다. 내가 아직 멀었구나. 무의식 중에 결혼은 남녀의 결합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것도 그렇고, 동성 결혼을 당당하게 발표하는 데 놀란 것도 그렇고. 10년 연애의 대상이 여자였으면 이만큼 충격 받았을까, 아닐까. 잘 모르겠다. 아니, 사실 우마왕이 결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기도 하다. 내 머릿속의 우마왕은 일과 결혼하신 분이라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여러가지로 제 머릿속 선입견을 꺠 주시고 자신을 반성하게 해 주시는 우마왕님, 오늘도 감사합니다. 덕분에 또 배웁니다.
행복하세요, 우마왕님. 이제 저는 RPS 쓸 때 마음 속으로 미안해 하며 사과할 사람이 더 늘었네요. 프라우 빈닉이랑 율리안 빈닉이랑, 크리스토퍼 씨. 크리스토퍼 씨 뒤통수라면 저도 한 대 때려주고 싶지만 참죠. 그렇게 좋은 남자랑 같이 사는 거 흔한 기회 아니라고요. 남들이 눈꼴셔할 만큼 행복하게 사세요. 내부에 설탕으로 된 핵을 하나 갖고 계신 우마왕님이니 분명 달달하게 행복하게 사실 수 있을 거예요.
추가 : 결혼 자체가 충격이긴 하다. 저 멋진 사람을 혼자 독점할 인간이 있다니 제길, 부러워라. 올렉 씨야 뭐 처음부터 유부남이었으니 어쩔 수 없지만 참. 여고생들이 총각 선생 장가 가면 이런 기분 느끼려나.
추가2 : 팬덤 차원에서 결혼선물 보내줘야 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어요. 실례가 안 될 정도로. 축의금 같은 거 내는 풍조 없을테니까 뭐 그릇이라거나 수저(.....가 아닌가;)셋트라거나. 그리고 거기다가 축 결혼-한국 엘리자베트 팬덤. 이렇게 쓰면 이 아저씨 화 내시려나;아니, 그런데 정말 결혼한다는 말 처음엔 충격이었는데 정신 차려보니 어떻게 하면 축하 메세지를 잘 전할지가 고민이네요. 이거 정말 축하할 일이잖아요.
추가 셋 : 야밤에 잠 안자고 생각해 보니, 우마왕 땜에 심란한 것엔, 짝 없는 서러움이 반영되어 있었습니다. 이게 커플염장이로군요. 기사 자체엔 염장질릴 게 없는데 그 분이 내신 모 음반의 달콤한 노래, 내가 신경쓰는 건 사랑 뿐, 요게 문제일지도요. 그거랑 시너지 효과 일어나서 제대로 염장입니다. 훗, 2*년 평생 커플염장에 당해보기는 또 처음이네요.
추가 넷 : 다행입니다. 독일 법원에서 동성혼을 합헌으로 인정해 줬답니다. 우베 씨의 결혼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마왕님 화이팅!
추가 다섯 : 하일트님 네에 둘의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아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다 따뜻해지는 커플입니다. 만세!
추가 여섯 : 그러고 보니까 내가 우마왕 게이설을 조금만 믿은 건 혹시나 그런 소문이 그 분이 무대 위에서 맡은 배역들 때문에 난 게 아닌가 했기 때문이야. 내 동생 애인이 올란도 블룸과 비고 몰텐슨이 사귈지도 모른다고 믿은 것처럼. 남의 성적 기호에 대해 알려진 부분이 없는데 연출된 모습만 보고 꺄악, 어쩜 좋아! 하는 어린애들을 보면서 웃었는데, 이제 와서 내가 저러면, 비웃은 게 너무 민망하잖아. 애인이 있다는 게 밝혀지거나 하면 모를까, 라고 생각했으니까.
게이설을 믿은 건, 그럴 수도 있으니까. 내가 게이에 대해서 알면 얼마나 안다고 저 사람한텐 게이 티가 나네 안 나네 그런 말을 하겠어. 난 지금까지 게이를 한 사람도 만나본 적이 없는 걸. 야오이엔 게이가 안 나오잖아. '게이란 이런 사람일지도 몰라 꺄아'는 나와도. RPS질이야 내 머릿속 환상에 망상의 결집체일 뿐이고. 그게 세상 남자들을 다 호모로 만들려고 작정하고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약혼자랑 한 인터뷰가 올라왔을 때, 이제 정말로 믿어야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그건, 지금 생각하니 속이 시원했던 것 같다.
어제부터 계속 너무 기분이 묘해서, 막 횡설수설하는 글 쓰다가, 잠깐, 내가 우베 씨 게이인 게 싫었던가, 싶었는데 그건 아니고. 우베 씨 결혼하는 게 질투났나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고. 그래서 생각을 해 봤다. 내가 뭣 땜에 저렇게 열심히 우베 결혼하는 것에 대해 글을 썼지? 내가 뭣땜에 이런 기분을 느끼고 있지?
알고 봤더니만 세상에, 이런 걸 처음봐서였다.
나는 팬질을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한테 이렇게 좋은 일 닥치는 거 처음 봤다. 거기다가 10년 전에 청혼해서 10년을 하루 같이 하루를 10년 같이 연애하다니. 현실이 소설보다 더 소설 같더라.
......그간 얼마나 암울한 팬질을 했으면 좋은 일 생긴 거에 충격받아야 하냔 말이다. 아 젠장 암울한 내 인생.
그리고 또 하나, 내 생활태도도 좀 수정이 된 것 같다. 연애에 그렇게 냉소적일 필요가 없지 않을까, 싶어서. 하여간 우마왕 참, 능력도 좋다니까.
'황후와 죽음 > 아저씨, 나의 아저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저씨 퀴즈. (5) | 2006.05.18 |
---|---|
올레그 빈닉 씨 문답. (0) | 2006.05.15 |
박유명 아저씨 문답! (11) | 2006.05.14 |
러시아식 이름 (4) | 2006.05.06 |
올렉 씨 홈 파일 감상 (5) | 2006.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