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커밍아웃은 그간 스토킹;;하던 홈페이지나 블로그에서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행위를 말합니다. 최근 모 님의 블로그에 커밍아웃을 하면서, 제 동인녀 인생을 되돌아볼 기회를 얻었습니다. 대부분 그러하듯이 저 역시 스토킹을 아주 망상하고 버닝하듯 해 오고 있거든요. 보통은 저걸 뭐라더라, 밥 먹듯 한다고 표현하더라고요.
아무튼 스토커는 많습니다. 그들은 어지간해서는 물 위로 올라오질 않아요.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새로운 것이 올라오면 좋아하고, 방명록을 보면서 언제쯤 저기에 글을 남길까 고민도 하고, 스토커들끼리 너도 저 분 홈 아는구나, 거기 멋지지 하면서 좋아하기도 하지요. 가만히 보다 보면 그 집 대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창문 안만 안 훔쳐볼 뿐이지 세간에서 말하는 그 스토커들이랑 본질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단 말이죠. 비록 이 유령들이 좀 얌전해서 남의 홈에 있는 걸 훔쳐가지도 않고, 그저 조용히 지켜보고만 있다고 해도 훔쳐보기, 나 다를 게 없는 부분도 있고. 특히 제가 좀 스토킹을 좋아해서, 어떤 장르에 버닝한다면 관련 페이지는 되도록 다 돌아보는 편이에요. 린젤에서도 링크된 곳은 한 번씩은 다 방문했고, 절반동에서도 처음에 열심히 활동하던 동안은 그랬고요. 정체를 드러내기 싫다, 기 보다는 글쎄요, 이 분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친해질 수 있을만한 게 나한테 있을지가 고민되는 겁니다. 너무 멋진 분 같으면 팬들도 많으시고 해서 또 막 팬이랍시고 들러붙기도 미안하고; 스토킹 중 가장 놀랐던 것은, 제가 스토킹하던 R 모 님의 홈 방명에 저희 탕아대장이 글을 썼다가 그 답글에 제 이야기가 달린 부분이었습니다. 바로 이실직고했죠, 사실 그간 보고 있었습니다 운운.
저 같으면 가장 좋아하는 게 홈의 일기란입니다. 일기 쓰시는 걸 보면 정말 저 분은 멋진 분이다, 싶을 때가 있어요. 일기를 보면서 내용에 공감하고, 맞아, 저거야, 저건 저런 거야, 저 말이 하고 싶었어, 나 말고도 저런 분이 또 계시는구나, 할 수 있을 때도 좋고. 일기에 정말 좋은 이야기가 올라오는 것도 좋죠. 그런데 일기니까 답글 달기가 좀 뭣하죠. 홈에서 가장 사적인 영역인데, 물론 그걸 공개적으로 올리시니 보기는 본다마는 맞아요, 그래요! 라면서 갑자기 튀어나가기가 참 미안한 거예요. 스토커니까. 스토커는 불편해요. 정말 공감이 가는 내용이 있어도 답을 하기가 민망하니까.
그러다 가끔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자각이 생기면 물 위에 올라가서 고백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한 번 고백하고 나면 또 유령이 된다는 거죠. 잊혀지기 싫으면 알아서 잘 하는 게 당연한 이치거늘 그게 안 되는 겁니다. 그렇다고 잊어주시길 바라는 것도 아니고;; 오프에서 그런 분을 뵈면 종종 인사를 드리고 보고 있었노라 말씀을 드립니다만, 전에 8월 코믹에서 한 번 했다가 자신이 너무 추해서; 앞으론 좀 이성을 찾은 다음에 고백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스토커임을 밝히고 인사를 드린 뒤에도 메신저에 계시는 거 알면서 말을 못 붙이는 경우도 있고(모 님 같은 경우는 자주 뵐 수도 없고 또 뻘쭘하기도 하고 해서;; 다른 모 님 같으면 닉 밝혀도 저 몰라보실 게 분명하고; 또 다른 모 님 같으면 시간이 좀 흐르고 보니 또 그 역시 뻘쭘해서;; 세월의 힘이란 무서워요.) 서로 한 번 인사를 하고 난 다음 공통분모-삼천세계라거나, 우마왕 오마왕이라거나-가 생겨서 같이 이야기를 하거나 서로 블로그에 들르는 경우도 있지요. (G 님이라고 계십니다.) 몇 년 동안 못 간 페이지도 있고(해마다 3월 1일이면 왕님 생일이자 기일을 축하하는 게 가능한 곳이지요. 거기서 츄츄가 전파되었다던가......) 그러면 그럴수록 서먹해서 말을 못 붙이겠더라고요. 특히 메신저에 등록된 사람의 경우엔 잘 지내시나요, 한 마디 걸고 뒤에 무슨 말을 할지 생각하니 손가락이 막 떨려서;; 그럴 땐 화상채팅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냥 머쓱한 얼굴로 웃고만 있어도 의미가 전달될 수 있을테니, 아니 역시 오프라인의 좋은 점이 그거겠죠. 같은 공간에서 감정을 공유하는 것.
아무튼 그간 스토킹하던 분이 찾아오시는 일이 종종 있어서(이 이글루에서도 있었지요) 놀랐던 경험을 적어보았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