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서야 겨우 봤다. 지금까지 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한 화였음. 고간비행은 빼고. 나 그거 웃겨서 맨정신으로는 못 보겠더라. 물리적 장벽을 넘어 정신으로 니르려거든 옷은 입고 니르세요.
네타는 가려야 함.
더블오 전투 장면 보고 뭘 생각했냐면 오펜에 나오는 전투씬. 시간, 공간 지각이 어긋나면서 상대의 움직임이 매우 느리게 보이고 자기 호흡이 자기 호흡 같지 않은 그거. 저 장치 이제 물리법칙도 건드리나 이런 사기같은! 하면서 봤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까 시간에 영향 미치는 거란다. 나는 뇌의 인지작용 건드리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거 더하잖아. 무안단물이로세.
저번에 파괴한다, 보고 역시 세츠나라고 했다. 이번에도 역시 세츠나. 누가 쟤한테 바르고 고운 인간의 도리 좀 가르쳐 줘. 너 말이다 무슨 미래를 어떻게 만들 건데? 다 부수고 그 위에 새싹이라도 심을 거냐? 그래서 라일을 데려왔어? 그런데 라일은 씨앗이 아니고 이미 나무거든? 잘 하는 짓이다 어떻게 록온들한테 하는 짓이나 세계한테 하는 짓이나 다 똑같니. 사지야 패서 쟤 사람될 거 같으면 너라도 쟤 좀 패고, 빡 소리나게 때리는데 너 참 성격좋다 싶더라.
리본즈는 공포정치를 할 생각인가. 누구라도 그걸 보면 반감을 가지겠지만 동시에 반항세력을 밟는 데는 효과적일 거다. 게다가 압도적인 힘의 차. 그런데 혹시 진시황이라고 아시나요. 예전에 그런 통치자가 있었는데 그러다가 그 나라 50년도 못 갔답니다. 그 사람이 레이저가 없어서 못 썼지 할 건 다 했거든요. 금방 없어질 제국을 원하는 거니. 아니면 제국은 원래 그것밖에 안 되는 거니. 이오리아 레닌 토미노 슈헨베르그 옹은 여러 가지 가설을 세워봤던 모양이다. 인간을 믿다가, 절망하다가 인간성에 회의하다 희망을 가지면서. 물론 저게 정말 이오리아의 생각이라면. 하지만 리본즈가 가는 길은 이오리아의 생각에 리본즈의 생각이 더해진 합작품이라 저 모양임에 틀림없다. 쟤들 선민의식 너무 쩔어. 내가 어디서 들은 말인데 30년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건담의 주제는 뉴타입 되어 봐야 인간 삽질하는 건 똑같다, 라고 하더라고. 무릎을 쳤다. 그래서 리본즈가 삽질하는구나!
중간관리직의 비애, 세르게이 스밀노프 대령. 그 표정에서 까라면 까는 거지 뭐, 라며 한숨을 쉬는 행보관의 모습을 보았다. 아저씨 아저씨 맘 다 이해해요. 까라면 까긴 까는데 까기 싫죠? 상사가 지랄 같으면 원래 중간 관리직이 피를 본다우. 군사 쿠데타 한 번 일어날 만도 한데. 어로우즈는 지금 군대 내 분열을 조장하고 있잖아. 요건 충분하지 않나? 조직에 의문을 가지는 군인들도 늘어나고. 어느 정도 대등하게 싸울 수도 있고. (그리고 군사 쿠데타 성공하는 대신 세료쟈 아저씨 죽으면 사망플래그 완성.)
처음엔 안드레이의 발언 때문에 루이스가 발끈해서 더 강경하게 나가나 했는데 아니었다. 루이스는 이미 마음 다칠 대로 다쳤나보다. 이제 너희가 무슨 괴물을 만들었나 잘 봐라 CB. 루이스가 표정을 굳히는 장면이 마음아팠다. 세츠나가 전쟁터에서 괴물이 되었듯 루이스도 괴물이 될 수 있을 거다. 루이스도 사지도 세츠나 사셰스도 전부 같다, 그런 점에선. 하지만 전쟁이 만든 괴물과, 그 와중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일반인과, 괴물이 되어가는 일반인과, 괴물 그만 하고 싶긴 한데 어떻게 하는지 모르고 자기가 괴물 되어가는 것도 모르는 애는 다르지. 그러고보니까 괴물 직전에서 그나마 인간으로 죽은 닐 디란디도 있네. 오 산해경이다, 온갖 괴물이 다 있어!
라일 디란디의 생활기록부 행동특성란 : 사근사근한 성격으로 예의바른 어휘를 구사함. 대의에 관심이 많으며 어린 시절 상처를 많이 받았으나 대의를 위해 자기 속내를 종종 감추곤 함. 나이에 걸맞는 언행을 하지만 심리적 외상 징후가 없나 염려됨. 스파이 임무에 소질이 있으므로 장래 진로로 추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