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이에 나는 그 분도 없어지고, 또,
그 분과 같이 보던 책도 라면 국물에 절어 없어지고,
그리고 함께 싸우던 친구며 전장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전직 물장사네 낡은 2층,
한 방에 들어서 해결사 사무실을 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썰렁하고 추운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 같이 생각하며,
누군가 의뢰라도 갖고 오면,
이것을 안고 남의 문제에 끼어들고 뜻 없이 한 소리 하기도 하며
또 시끄러운 세상사에 끼어들지 않고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베개를 하고 점프를 보면서,
나는 내 과거의 망령이 아직도 나를 따라다니는 것을 느끼었다.
내 떨치지 못한 과거가 나를 쫓아올 때며,
누군가 나를 백야차라 부르며 돌아오라 종용할 적이며,
아직 그 자리에 있는 친구와 도망간 친구와 미쳐버린 친구를 볼 때며,
나는 내 어리석음에 눌리어 질식할 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옆구리의 목도를 바라보든가 또 눈을 들어 떠들고 있는 어린 것들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 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어이없고, 말도 안 되는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이미 진작에 돌이 되어 가라앉고,
이번 달 집세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현관에 저벅저벅 아랫집 알바생이 와서 문짝을 퍽퍽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소파에 푹 퍼질고 누워, 코나 파며,
어느 먼 옛날 폐허에 시체 틈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어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어린 꼬마 옆에서
칼을 제대로 쓰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며 웃던,
그 드물고 굳고 정한 누군가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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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사람은 일을 해야 합니다. 과제 생기니까 현실도피 쩔잖아요,
거 이래뵈도 예습, 복습, 할 건 다 하고 삽니다, 정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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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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