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 비번은
다카스기 신스케가 연주하는 악기. 영타로 두고 한글로 치세요.
은혼 관련 글 비번은 전부 저겁니다.
'여러분의 해결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물은 잘 포장해야 제 맛 (2) | 2011.02.02 |
---|---|
페티시즘 10제 (6) | 2011.01.28 |
별자리점마저 (0) | 2011.01.12 |
은혼 새 오프닝 엔딩을 성토한다. (6) | 2011.01.11 |
은혼을 이 작가들이 썼다면-4 (4) | 2011.01.03 |
아래 글 비번은
다카스기 신스케가 연주하는 악기. 영타로 두고 한글로 치세요.
은혼 관련 글 비번은 전부 저겁니다.
선물은 잘 포장해야 제 맛 (2) | 2011.02.02 |
---|---|
페티시즘 10제 (6) | 2011.01.28 |
별자리점마저 (0) | 2011.01.12 |
은혼 새 오프닝 엔딩을 성토한다. (6) | 2011.01.11 |
은혼을 이 작가들이 썼다면-4 (4) | 2011.01.03 |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내용을 보시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비번 안내 (0) | 2011.02.02 |
---|---|
선물은 잘 포장해야 제 맛 (2) | 2011.02.02 |
별자리점마저 (0) | 2011.01.12 |
은혼 새 오프닝 엔딩을 성토한다. (6) | 2011.01.11 |
은혼을 이 작가들이 썼다면-4 (4) | 2011.01.03 |
심리적 장애물
사자자리 Ⅱ와 천칭자리 Ⅱ인 당신의 관계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 두 사람은 대체로 좋은 관계를 맺지만, 사실 감정적·심리적 장애물이 너무나 많다. 특히 허락하거나 금지함으로써 규정되는 서로 간의 역할 속에서 이런 점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두 사람 모두 상대방의 생각과 행동에 대해 승인 혹은 금지라는 판단을 내림으로써 상대방의 심리적인 장애물을 뛰어넘으려고 하지만, 이건 그다지 바람직한 전략이라고는 볼 수 없다. 둘의 기질적 차이는 두 사람의 신경질적인 면을 두드러지게 하는데, 하지만 이러한 갈등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유쾌함과 재치가 사자자리 Ⅱ의 기분을 가볍게 만든다. 반대로 그는 당신에게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고 단호하게 행동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사랑하는 관계에서는 서로간의 깊은 심리적 장애물을 극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당신은 사자자리 Ⅱ에게 자기성찰의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두 사람 모두에 대한, 그리고 이 관계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게 해 준다. 하지만 아무리 깊이 사랑에 빠졌다고 해도, 당신은 그와의 관계에서 당신이 감당해야 할 심리적 부담에 대해 너무나 자주 불만을 갖는다. 그리하여 당신은 그 양면적인 감정 때문에 이 관계에 대해 계속 주저하게 되고, 결국 두 사람의 사랑은 공허함 속에 버려지기 쉽다. 결혼 역시 우울증과 불안감을 이겨내야만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상대방을 이러쿵저러쿵 판단하려는 태도를 피하거나, 혹은 상대방의 그런 판단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긍정적인 태도와 의지를 길러야 할 것이다.
형제 및 친구관계에서는 사자자리 Ⅱ의 육체적인 힘과 당신의 사교적 능숙함이 혼합되어 서로 보호해 주는 특성을 보인다. 두 사람은 어려운 때 서로에게 의지하게 되는데,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이 정기적으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이다.
사자자리 Ⅱ는 불의 원소를 지녔고 당신은 공기의 원소를 지녔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현실적 능력과 효율성을 상징하는 흙 원소의 지배를 받는다. 서로의 차이를 양보할 수 있다면, 동료로서 일할 때 맡은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면서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동업자나 기업의 공동 경영자로서는 관계의 사적인 면이 불안을 조성하게 되기 쉽다. 따라서 그 관계는 좋지 않다.
조언 한마디 : 가벼운 관계를 유지하라.
기분에 휘둘리지 마라.
앞으로 나아가려는 결의를 다져라.
긍정적인 목표를 세워라.
두 사람의 관계 :
강점-재미있다, 통찰력이 있다, 효율적이다.
약점-혼란을 준다, 과민해진다, 우울하다
행복한 만남-형제
힘겨운 만남-사랑
출처 : 내 별자리의 비밀언어 : 10월 3-10일. 천칭자리 Ⅱ. 사회성의 주간, 게리 골드 슈나이더/주스트 엘퍼스, 2002, 북&월드
한 글자도 손대지 않았습니다.
선물은 잘 포장해야 제 맛 (2) | 2011.02.02 |
---|---|
페티시즘 10제 (6) | 2011.01.28 |
은혼 새 오프닝 엔딩을 성토한다. (6) | 2011.01.11 |
은혼을 이 작가들이 썼다면-4 (4) | 2011.01.03 |
불의 강 (0) | 2011.01.02 |
은혼 새 오프닝 엔딩에 대한 말들이 여러 가지로 오가는 와중, 적과 흑, 까마귀, 검은 고양이 같은 수상쩍은 키워드를 발견했습니다. 척 봐도 에드거 앨런 포우를 연상시키는 수상쩍은 분위기 하며, 다 아시다시피 여러 일러스트에서 까마귀는 다카스기 신스케의 상징이었죠. '삼천세계의 까마귀를 죽이고'가 다카스기 신사쿠 작품으로 알려지기도 했고, 불길하고 음울한 건 다카스기 신스케한테 잘 어울리죠. 어느 엔딩을 봐도 불길하게 웃고 있잖아요.
두려움에 떨며 오프닝을 봤습니다.
페티시즘 10제 (6) | 2011.01.28 |
---|---|
별자리점마저 (0) | 2011.01.12 |
은혼을 이 작가들이 썼다면-4 (4) | 2011.01.03 |
불의 강 (0) | 2011.01.02 |
시귀 이하를 탐구한다. (0) | 2010.12.08 |
새해를 맞아 다시 시작합니다.
나의 제인 에어는 이러치 아나ㅠㅠ 하며 화내실 분들께 미리 사과드립니다.별자리점마저 (0) | 2011.01.12 |
---|---|
은혼 새 오프닝 엔딩을 성토한다. (6) | 2011.01.11 |
불의 강 (0) | 2011.01.02 |
시귀 이하를 탐구한다. (0) | 2010.12.08 |
까만 공단 리본이 진리죠, 압니다. (0) | 2010.12.07 |
새해를 맞이하여 제가 좋아하는 노래를 하나 소개하려고요. 글도 안 써지고 오다니 미사코(小谷美紗子)의 불의 강(火の川)입니다.
은혼 새 오프닝 엔딩을 성토한다. (6) | 2011.01.11 |
---|---|
은혼을 이 작가들이 썼다면-4 (4) | 2011.01.03 |
시귀 이하를 탐구한다. (0) | 2010.12.08 |
까만 공단 리본이 진리죠, 압니다. (0) | 2010.12.07 |
책상에 머리 박고 자면 허리 아프다, 가서 편히 자라 (2) | 2010.11.29 |
이하(李賀 : 790~816)는 '시귀(詩鬼)'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 염세적인 시풍으로 생전부터 유명했던 만당기 시인이다. 그의 시는 일반적 중국시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유미주의적 상징성을 띠고 있고, 낭송보다 읽기 위한 시를 썼다. 중국에서는 보들레르, 키츠와 비교되기도 하고 만당기 시파에 대해 분류할 때 이하를 따로 한 개의 시파로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연구성과는 미미한데, 현재 학위 논문 한 편이 발표된 것 이외에는 어떠한 연구결과도 찾아볼 수 없다. 한시 특유의 다중적 해석과 함께 난해성이 강한 시풍 때문에 한국어 번역이 어려워 두 편의 선집이 출간된 것이 전부였던 점1)과 연관지어 볼 때
1) 2007년에 완역 시집이 출간되었다.
참고문헌
이하, <<시귀의 노래>>, 홍상훈 역주, 2007, 명문당
--------------------------------
안 해. 못 해. 때려쳐.
제가 왜 저 짓을 했을까요. 드디어 날씨가 추워지니 뇌세포가 제대로 가동하지 않나 봅니다. 죄송합니다. 과제에 쩔어 지냈더니 쓰는 것마다 저 모양이에요.
아무튼 시귀 이하의 시에 대해 소개하려고 합니다. 위에서 말한 대로 별명이 저래요. 귀신이 드글드글하는 시를 쓰는 게 취미였습니다. 생긴 것도 가냘프고 마르고 손가락이 길었대요.(눈썹이 눈좀 갈매기 눈썹인 건 이야기 안 할랍니다. 로망이 사라져......) 영락한 왕족이고, 10대 때부터 알려진 시인이었음에도 과거는 말도 안 되는 핑계 때문에 무효화되어서 썩을 세상 카악 퉤......가 아니고 계속 저런 시나 쓰다 스물 일곱에 요절했는데 죽은 다음엔 글재주가 승하니 하늘에서 어여삐 보고 상량문 쓰게 하려고 데려갔다는 이야기가 파다하게 돌았습니다. 무려 저 이야기로 전(傳)을 지은 사람도 있다고요. 이상은이라고 동시대를 살았던 시인인데 아, 이게 중요한 게 아니고.
유명한 <소소소묘>나 <장진주>-한자 쓰기 귀찮습니다.-도 좋지만 오늘 소개할 시는 그거 아니에요
咽咽學楚吟
초사 가락 읊으며 우울해하다
病骨傷幽素
병든 몸에 마음도 아주 상했네
秋姿白髮生
낙엽처럼 흰머리 돋아나니
木葉啼風雨
나뭇잎이 비바람에 울어대네
燈青蘭膏歇
등불은 파리하니 향초 기름이 말라가고
落照飛蛾舞
꺼져가는 불빛을 향해 나방이 춤추며 나네
古壁生凝塵
낡은 벽에 이는 먼지 쌓여가고
羈魂夢中語
한 맺힌 혼이 꿈속에서 말을 거네.
분위기 좋죠? 제목은 <傷心行>이라고 합니다.
다음 시 갑니다. 이 시도 인지도가 꽤 있는 시네요. <神絃曲>. 즉 귀신에게 제사하는 노래입니다.
西山日沒東山昏
서산에 해 저물고 동쪽 산이 어둑해지면
旋風吹馬馬踏雲
회오리바람 불어 아지랑이 일고 귀신이 구름을 밟으며 온다
畵絃素管聲淺繁
비파 소리 피리 소리 귀가 따갑고
花裙綷縩步秋塵
무녀가 보얀 먼지, 바스락 소리 일으키며 춤을 추면
桂葉刷風桂墜子
계수나무 잎사귀 바람에 쓸려 열매마저 떨어지고
靑狸哭血寒狐死
질린 살쾡이가 피토하며 울고, 겁먹은 여우가 죽어가고
古壁彩虯金帖尾
낡은 벽에 그려진 금빛 꼬리 이무기를
雨工騎入秋潭水
우레의 신이 타고 찬 연못 속으로 숨어들어간다
百年老梟成木魅
백년 묵은 올빼미마저 나무 귀신이 되어
笑聲壁畵巢中起
킥킥대는 웃음소리,푸른 도깨비불 둥지에서 일어난다
이게 귀신소환이지 어디 신을 부르는 노래냐고요.
뱀신의 무녀님이자 '죽은자들의 여왕'인 다카스기를 망상하며 놀기 때문에 실은 건 아닙니다.
아니 뭐 제가 좋아하는 구절이 <贈陣商>의 첫 두 구이긴 합니다.
長安有男兒 장안에 남아 하나,
二十心已朽 나이 스물에 이미 마음이 썩어문드러졌다
오에도에 남아 하나, 나이 스물에 이미 마음이 썩어문드러졌다, 고 해도 이상할 게 없지요. 누군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긴토키고 카츠라고 다카스기고 어느 한 놈 멀쩡한 놈이 없으니. 다들 그다지 정상은 아니잖아요.
일단은 여기까지. 해석은 제가 마음대로 했습니다.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외에도 기녀들에 대해 쓴 어쩐지 분내나는 시며 남녀의 운우지정을 암시한 시구도 있습니다만 그건 귀찮군요;;
아니 뭐 하나만 추가할게요. <蝴蝶飛>입니다.
楊花撲帳春雲熱
버드나무 꽃 장막에 부딪히자 봄 구름이 뜨겁고
龜甲屛風醉眼纈
귀갑 병풍 속 화려한 무늬옷 입은 사람
東家蝴蝶西家飛
동쪽 집 나비 서쪽 집으로 날아드니
白騎少年今日歸
흰 말탄 청년 오늘 중으로 돌아오리라
보통 봄날 설레는 여인의 마음(이라고 쓰고 봄바람났다고 읽으면 됩니다)을 노래한 시라고 하는데, 문제는요 화려한 무늬옷 입은 사람 성별을 명확하게 표시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크흠. 누구누구 씨는 여성용 기모노 입고 다니고 드레스니 고스로리니 치파오니 하는 것들도 아무렇지 않게 소화했죠.
그러고보니 다카스기 신사쿠가 그런 시대에 태어나지 않았으면 시인이 되었을 거라죠, 그랬다죠. 신스케가 시 쓰면 이런 걸 쓸라나?
은혼을 이 작가들이 썼다면-4 (4) | 2011.01.03 |
---|---|
불의 강 (0) | 2011.01.02 |
까만 공단 리본이 진리죠, 압니다. (0) | 2010.12.07 |
책상에 머리 박고 자면 허리 아프다, 가서 편히 자라 (2) | 2010.11.29 |
하이쿠란 무엇인가 (2) | 2010.11.23 |
불의 강 (0) | 2011.01.02 |
---|---|
시귀 이하를 탐구한다. (0) | 2010.12.08 |
책상에 머리 박고 자면 허리 아프다, 가서 편히 자라 (2) | 2010.11.29 |
하이쿠란 무엇인가 (2) | 2010.11.23 |
점심시간은 전쟁터의 다른 이름 (0) | 2010.11.07 |
시귀 이하를 탐구한다. (0) | 2010.12.08 |
---|---|
까만 공단 리본이 진리죠, 압니다. (0) | 2010.12.07 |
하이쿠란 무엇인가 (2) | 2010.11.23 |
점심시간은 전쟁터의 다른 이름 (0) | 2010.11.07 |
잘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 뭐가 좀 이상하지만 이건 중요한 문제다. (8) | 2010.10.31 |
까만 공단 리본이 진리죠, 압니다. (0) | 2010.12.07 |
---|---|
책상에 머리 박고 자면 허리 아프다, 가서 편히 자라 (2) | 2010.11.29 |
점심시간은 전쟁터의 다른 이름 (0) | 2010.11.07 |
잘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 뭐가 좀 이상하지만 이건 중요한 문제다. (8) | 2010.10.31 |
질투는 나의 힘 (4) | 2010.10.30 |
책상에 머리 박고 자면 허리 아프다, 가서 편히 자라 (2) | 2010.11.29 |
---|---|
하이쿠란 무엇인가 (2) | 2010.11.23 |
잘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 뭐가 좀 이상하지만 이건 중요한 문제다. (8) | 2010.10.31 |
질투는 나의 힘 (4) | 2010.10.30 |
대은고등학교의 하루+3년 후 (4) | 2010.10.24 |
하이쿠란 무엇인가 (2) | 2010.11.23 |
---|---|
점심시간은 전쟁터의 다른 이름 (0) | 2010.11.07 |
질투는 나의 힘 (4) | 2010.10.30 |
대은고등학교의 하루+3년 후 (4) | 2010.10.24 |
오늘의 자랑거리 (2) | 2010.10.20 |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내용을 보시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야, 김시은이 니 신유진하고 진짜 사귀나."
점심 먹고 운동장에서 편 나눠서 공을 차느라 땀 범벅이 된 남자애들이 예비종이 치자 복도가 무너져라 교실로 질주하던 길에 나온 뜬금없는 질문에 그 자리에 있던 아이들 전원이 석화되었다.
"씹새야, 개소리하지 마라. 니 시은이가 호모새끼로 보이나?"
"입 닥쳐라 개새야. 시은이가 뭐가 아쉬워서 호모질을 하는데? 니 눈깔이 썩었나? 야가 호모로 보이게?"
간신히 석화에서 풀린 남자아이들이 투덜투덜거리며 질문을 한 남자애를 쥐어박고(그러니까 니킥으로 배를 걷어차고, 팔꿈치로 옆구리를 퍽 소리가 나도록 찌르고 목을 졸라대는 다정하고도 훈훈한 장면이었다. 맞는 놈은 억 소리를 내며 쓰러지고 있었다.) 다시 계단참을 돌아 복도를 질주하려고 하는데 교복에 묻은 발자국을 털어내던 엷은 머리색의 남자애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새끼 눈 좋네? 우리 사귀는 거 보통 잘 모르는데 어떻게 알았는데?"
".......야 김시은, 뭐라고?"
부산하게 움직이던 아이들이 모두 굳었다. 질문한 아이가 말을 더듬어도 시은이는 히죽거리며 웃고 있었다.
"아니 내 신유진 가하고 사귄지 한 3년 됐다. 같은 중학교에서 올라온 아들도 모르는데 눈치 졸라 빠르네."
굳어 있던, 흙과 땀에 푹 전 남자애들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폭소를 터뜨렸다.
"지랄한다 씹새야, 농담도 가려가면서 해라."
"사귀냐고 먼저 물은 게 니다, 이 개새끼야."
질문한 아이도 배를 잡고 웃어댔고 나머지 애들은 재미있는 농담을 들었다는 듯 복도에서 한참 웃고 있었다. 그때, 종소리가 들리고 아이들의 표정이 바뀌었다.
"아 씨발, 종 쳤다! 수학책 못 빌렸는데!!!"
"우리는 영어다. 오늘 시킨다고 미리 풀어오라 캤는데! 클났네."
"뭐 수학? 야 오늘 며칠인데? 내 걸릴 날짜 아이가?"
아까까지 태연하게 농담을 하던 김시은이 갑자기 표정이 변했다.
"21일!"
시은이가 머리를 감싸쥐고 투덜거렸다.
"씨발 좆됐다! 수학 그새끼 각목 새로 맞췄다 카던데."
"쓰던 거 우짜고?"
"마원용 쳐자다가 뒤지게 맞고 부러졌다. 그런데 그새끼 졸라 맞고도 웃더라. 미친 새끼."
"야 근데 마원용이란 놈도 우리 학교에 있나?"
"니 짝이다."
"........아, 그새끼가 마원용이가."
"눈깔에 좆 박힌 새끼. 내 3반 갔다 올게! 수학 오거든 내 보건실 갔다 캐라!"
"오냐, 후딱 가라."
그렇게 5교시가 지나갔다. 5분 늦은 김시은이 각목으로 얻어터지는 것으로 수업이 시작되었고 그날은 수학 선생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앉은자리대로 문제를 풀리다 4분단 맨 가에 앉은 더벅머리를 보고 전학 왔으면 전학을 왔다고 이야기를 했어야 하지 않냐고 화를 내자 실장 이태일이 심각한 얼굴로 손을 들고 일어나 그 학생 마원용이라고 정중하게 이야기해서 모두가 어색해졌다. 어찌나 어색했던지 평소보다 조금 일찍 수업이 끝났고, 그 덕에 조금 길어진 쉬는 시간에 매점에 가려고 일어난 김시은에게 실장이 다가갔다.
"시은이, 왜 늦었는데."
"책 없어서 빌리러 갔다."
"내가 예비종 치면 교실 들어와서 손 씻고 수업 준비하라고 몇 번 이야기했노."
"아 이태일 이새끼 졸라 말많네. 니가 우리 아버지가?"
"내가 왜 느거 아버진데. 난 유진이 같은 아들이 좋지 니 같은 아들 줘도 안 한다."
진지한 얼굴로 잔소리를 늘어놓는 태일을 향해 시은이 가운뎃손가락을 내밀어보였다.
"가는 니가 개소리하고 다니는 거 아나?"
"사람이 말하는데 개소리라니. 말 좀 곱게 해라."
"개소리지. 그러면 니가 내 장인인데 나도 니같은 장인 싫거든?"
분필가루가 풀풀 날리는 칠판을 배경 삼아 교탁 앞에서 우아하게 개소리를 늘어놓고 있는 김시은의 머리에 수학의 정석이 날아오고 이태일의 머리에는 사회 교과서가 날아왔다. (교과서 중에서야 사회 교과서가 제일 두껍지만, 중요한 것은 수학의 정석은 그것보다 더 두꺼운 데다 하드커버라는 것이다.)
"둘 다 작작해라. 내 없는데서 내 이야기 하지 말라고!"
"아 유진이 왔다!! 두 시간만에 보는데 여전히 이쁘네."
남자애 치고 골격이 가는 하얀 피부의 남자애가 귀찮아 죽겠다는 듯 나른한 동작으로 수학 정석책을 탈탈 털며 있는대로 짜증을 내고 있었다.
"이태일, 이새끼 보건실로 끌고 가라. 약 처먹는 거 또 까먹었네."
"이쁘니까 이쁘다 카는데 뭐가 불만인데?"
툴툴대고 있는 유진의 어깨에 김시은이 팔을 둘렀다.
"살 빠졌나? 어깨가 이래 얇아가 우짜노. "
"씨발! 놔라 이 개새끼야!"
"생리한다고 티 내지 말라니까. 난 까칠한 마누라 싫다."
이번에는 수학의 정석이 모서리째로 김시은의 머리에 박혔다. 짐짓 엄살을 떨며 머리를 잡고 괴로워하는 시은의 배에 양말바람의 발이 날아오고, 머리에는 255 사이즈 삼디다스 실내화가 날아왔다.
"악!!!!!!!!!! 마누라가 남편 팬다! 가정폭력이다!"
"가정 폭력 좋아한다. 씹새끼. 내가 니 패면 가정법원 안 가고 형사사건으로 넘어가거든?"
"시은이 니 유진이 자꾸 괴롭힐래?"
이태일이 가세해서 둘이 먼지가 풀풀 올라오도록 김시은을 밟고 차고 굴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오 싸움났다 좋은 구경이다 웅성거리며 구경하고 있었고 옆반 애들까지 가세해서 셋의 싸움-이라기보단 둘이서 하나를 두들겨 패는 꼴을 느긋하게 구경하며 놀고 있었다. 그리고 교실 뒷문과 창문으로 고개만 빼꼼히 내민 남자아이들이 그 꼴을 보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야, 저래 죽도록 패면서도 마누라란 소리는 부정 안 하는 거 보면 사귀는 거 맞다."
"이 미친 새끼야, 니 아직도 느거 누나 보는 그거 못 끊었나? 호모새끼들 씹질하는 그거? 니 그카다가 병 옮는데이. 작작 봐라. 세상에 우리 학교에 호모 같은 게 있을 리가 있나."
"맞다. 그리고 자들이 호모일 리가 있나. 시은이가 얼마나 사내다운데 호모라니."
"그리고 유진이 자가 쪼끄맣고 마르고 곱상해서 그렇지 보기보다 세다. 니 자한테 맞아본 적 있나? 내 중학교 때 자한테 맞은 게 아직도 아프다."
"맞은 게 자랑이라고 떠드나. 근데 니 왜 맞았는데?"
"체육시간에 옷 갈아입다가 다리 봤는데 털도 하나 없고 예쁘데. 그래서 본 거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등 뒤에서 누가 목소리 쫙 깔고 내 이름 부르더라고. 봤더니 신유진이 어디서 구했는지 야구배트 들고 덤비더라. 그 다음부터 우리 학교에서 야구 금지였다."
"그래서 느거 학교 아들이 야구 하고 싶다고 그 난리를 쳤나?"
"결국 배드민턴 채로 야구했잖아. 생각하니까 존나 눈물난다. 그때 우리 엄마가 학교 찾아갔는데 신유진이랑 이야기하고 오더니 빗자루 들고 내 방으로 들어오데? 느거 플라스틱 빗자루 부러지도록 맞아봤나? 방 쓰는 거 말고 마당 쓰는 빗자루. 씨발 신유진 개새끼. 우리 엄마가 동네 시장에서 말싸움으로 져 본 적이 없는 독한 아줌만데. 저새끼 뭔데?"
"야 김시은하고 신유진하고 이태일하고 말빨 장난 아니다. 저새끼 국어하고 사회 시간에 말 하는 거 못 들었나."
"재수없다. 근데 아무튼 자들 호모는 아니다. 호모가 저래 싸움도 잘 하고 말도 잘 할 리가 없다."
"맞제. 그런 가시나 같은 재수없는 것들이랑 자들이 같나."
"그래도 신유진 가 이쁘긴 졸라 이쁘잖아."
아까 신유진에게 두들겨맞았다고 투덜거리던 아이가 작은 목소리로 의견을 내자 옆에 있던 아이들이 혀를 찼다.
"등신새끼. 니가 호모가. 남자보고 이쁘다가 뭐고."
"야 개새끼야, 니도 남자면서 남자보고 그래야 되겠나? 들으면 진짜 기분나쁜 거 알면서 그러면 안 된다."
그때 종이 쳐서 그 토론은 끝나고, 대구 수성구 모처에 위치한 대은고등학교의 하루도 저물어갔다.
그리고 3년 후. 금요일 저녁이라 길거리는 술에 떡이 된 학생들로 넘쳐났고, 거기서 누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신경 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화 내용이 조금씩 평소 같으면 말하지 못할 것들로 옮겨갔고, 어쩐 일로 김시은의 입에서 솔직한 소리가 나오는 중이었다.
"야, 너네 중학교 때부터 사귀었다면서? 남자 고등학교 다녔다더니 용케 안 들키고 버텼네?"
"아, 그거. 쉽다. 장난처럼 진짜 사귄다고 카면 다 웃고 넘어간다."
"하긴. 근데 너넨 오래 사귀었으니까 티가 났을 거 같은데."
"니가 뭘 모르네. 머시마들은 다 단순하다. 근데 그런 것들을 한데 모아놓으면 더 덜떨어지게 굴거든."
김시은이 키들키들 웃으면서 대꾸했다.
"응. 여자애들은 의심하기도 하던데 남자애들은 그런 거 의외로 없더라."
"가들은 지 옆에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서워서 그런 생각을 못 한다."
한 무리의 남자들은 키득키득거리면서 웃어댔다. 그러다 그중 한 녀석이 시은에게 물었다.
"너 애인 미국에 있다 그랬지."
"어."
"떨어지니까 좀 슬프지 않냐?"
"슬프기는, 하루에 한 번 싸우던 거 사흘에 한 번 메일하고 전화로 싸우니까 재미도 없고 심심해 죽겠다."
"야, 그런데 너네 그렇게 싸우고 욕하고 하면서 왜 사귀냐?"
시은은 죽은 물고기 같은 눈을 하고 미묘한 표정으로 웃었다.
"새끼야, 나도 모른다."
다들 키들키들 웃어댔다.
그리고 오전 7시 반, 미국 동부.
"유진, 궁금한 게 있소."
"응, 뭐냐?"
"한국에 두고 왔다는 애인 말이오. 시은이라고 했나?"
"아 걔?"
벤자민 T. 코지마는 한국에서 왔다는 이 알 수 없는 천재가 매우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마음에 드는 만큼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동양에서 온 애들은 다 그렇냐고 누가 본인에게 물었는데, 자기도 일본인 3세라 미국에서 태어나서 일본 근처에도 가 본 적이 없는데 알 게 뭐냐. 평소 궁금했던 김에 말을 꺼내자마자 신유진이 피우던 담배를 재떨이에 구겨박았다. 그리고 벤자민으로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한국어가 몇 마디 흘러나왔다. 아마 욕이겠지. 신유진에게 가끔 투덜대는 한국어가 무슨 뜻이고, 꼭 그걸 한국어로 해야겠냐고 물었더니 신유진은 피식 웃으면서 한국어에는 영어로 표현할 수 없는 욕설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비속어로 투덜투덜거리던 유진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놈 이야긴 왜 물어."
"그렇게 욕을 하고도 아직도 사귀고 있소? 여기도 애인이라면 많잖소."
신유진이 벤자민 쪽을 보고 고개를 갸웃하더니 그로서는 도저히 해독할 수 없는 괴상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새로 불을 붙이고는 연기를 깊게 들이마시고 그의 얼굴 쪽에 훅 내뿜더니 복잡한 표정으로 입을 뗐다.
"벤자민 T. 코지마."
"왜 그러시오?"
"한국어에는 속궁합이란 말이 있어. 혹시 아냐?"
"........그게 뭐요?"
"음, 몸정이라고도 하고......이건 해 봐야 아는 건데 말이지......."
벤자민은 자기 입을 저주하고, 또 저주했다. 내가 왜 그걸 물어서 이런 끈적하고 짜증나는 이야기를 아침부터 10분씩이나 들어야 한단 말인가. 그나마 그의 인생에 한 가지 복이 있다면, 그걸 신유진 쪽에 물어봐서 10분만에 이야기가 끝났다는 점이었다. 한국에서 같은 이야기를 어떤 눈치 없는 놈이 물었을 때, 김시은은 한 시간 반 동안 자신들의 성생활에 대해 떠들어댔다.
---------------------------------------
애인도 아닌 주제에 벤자민 군이 유진이와 저 시간에 같이 있었던 이유는 같이 잤기 때문입니다. 잠만. 음악 이야기를 너무 오래 해서 집에 못 가고 저기서 잤어요.
누가 누구인지는 알아서 캐치하시길. 은혼 경상도 버전이라는 건 여기까지 읽으셨으면 아시겠죠?
잘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 뭐가 좀 이상하지만 이건 중요한 문제다. (8) | 2010.10.31 |
---|---|
질투는 나의 힘 (4) | 2010.10.30 |
오늘의 자랑거리 (2) | 2010.10.20 |
[동인녀문학교육론]화사 (6) | 2010.10.01 |
오늘도 자랑 포스팅 (4) | 2010.09.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