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투도 하는 짓도 다 마음에 안 드네요;; 은혼 2차창작 같지가 않아요 OTL 마음의 눈과 필터로 걸러 읽어 주시고, 나중에 제정신 차리면 손보겠습니다;
일단 한 번 손 봤습니다.
아 그리고 이거 저번에 쓴 사카모토 나오는 이야기랑 이어집니다.
히지카타는 딱히 후회 같은 걸 하지 않는 성격이라고 자부하고 있었지만, 처음에 뭐에 씌인 듯 그놈과 자고 난 후로 하루도 후회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그나마 그 전에는 최소한의 관심이라도 기꺼울 때가 있었는데 자각하고 보니 헛된 짓이었다. 세상 모든 사람을 공평하게 좋아하고 세상 모든 것을 공평하게 꺼리는 자였다. 게다가 자신을 좋아할 리 없는 놈이었다.
도대체 왜 나일까, 하고 자문해 봤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시커먼 사내새끼지만 뭘 해도 버틸 수 있을 만큼 튼튼한데다 체온을 가진 사람이라 비닐인형보단 나을 때가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까지 미쳤을 땐 자기 머리에 칼이라도 하나 꽂아넣고 싶었다.
“뭐야?”
밤의 가부키쵸를 걸어가는데, 옆에서 손이 하나 튀어나오더니만 히지카타를 잡고 골목 안으로 확 잡아챘다. 그대로 딸려가다간 쓰레기통에 걸려 넘어질 것 같아 아슬아슬하게 꼬이기 직전인 발을 돌리고 몸을 틀어 골목으로 돌아서서 보니 자기 손목에 딸린 손 주인이 해결사다.
진지한 표정으로 자기 손목을 나꿔챈 긴토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히지카타의 얼굴과 제복과 머리카락과, 아무튼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를 훑어보았다.
“뭘 봐. 다친 사람 처음 보냐.”
말을 하려고 입을 여니 볼에 난 칼자국에서 피가 배어나왔는지 물방울이 턱선을 타고 흐르는 것이 느껴진다. 왼볼에서 피가 떨어져 바닥에 빨간 동그라미를 그렸다. 발로 동그라미를 대충 지웠다. 어깨를 찌르려는 것을 막다 보니 얼굴에 칼이 박혀 이 모양이다. 별로 다치지도 않았건만. 대충 소매로 피를 닦아냈더니 피가 더 많이 나는 모양이다. 긴토키의 시선이 점점 무거워진다. 얼굴에 내리꽂히는 시선이 따가워 얼굴을 보니 눈빛이 제법 형형하다. 늘상 썩은 동태눈 같이 흐릿하니 처져있던 눈이 번쩍이는 모습이 제법 그럴 듯해서 웃음이 나왔다. 웃느라 입이 당겨 올라가니 볼이 아파 인상을 찌푸리자 긴토키가 꼭 따라하듯 인상을 썼다. 이래저래 얽히고 섥히느라 이런 표정 저런 표정 많이 봤지만 치켜 올라간 눈썹이 참 어울리지 않는다. 얼굴만 똑같은 다른 사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결국 참지 못하고 피식 웃고 말았다.
“다친 게 좋은가보네 히지카타 군은. 설마하니 칼 맞고 새로운 세계에 눈 뜬 거야?”
어이없는 표정으로 하는 헛소리가 늘어지는 걸 보니 내가 아는 해결사 사카타 긴토키가 맞긴 맞나보다. 그러면 그렇지. 히지카타는 평소처럼 응수해 주기로 했다.
“헛소리 말고. 별 거 아니라니까. 왜 안 하던 짓을 하냐 재수없게.”
“칼 맞은 게 얼굴이 아니고 머리였어? 얘 말하는 것 좀 봐라. 너 눈 밑에서 입 언저리까지 칼자국 난 게 별 거 아닌 거 같지?”
잘못 건드린 모양이다. 표정이 험악해졌다. 저 작자 눈이 번뜩거렸을 때 지금까지 그다지 좋은 기억은 없었던 거 같은데. 저 표정으로 사람을 압박하면 말려들고 마는 게 지금까지의 패턴이다. 상처는 깊지 않고, 그저 눈 근처의 얇은 피부에서 시작해 볼까지 스치고 지나간 상처라 피가 좀 많이 나는 것 뿐인데도 왜 저렇게 과민반응을 보일까. 히지카타는 왼손을 들어 피를 닦아냈다.
“지랄한다, 헛소리 하지 말고 놔, 가서 약 바르고 잘 거다.”
“흉터 지면 안 된다니까. 병원 가서 제대로 소독해.”
“새끼야, 너 우리 엄마였냐? 징그럽게 왜 이래?”
담배에 불을 붙이려는 순간 어느새 날아온 손이 담배를 쳐냈다. 바닥에 떨어진 담배를 보고 화를 내려는 순간 다다다다 하고 말폭탄이 머리위로 떨어졌다.
“아, 뭐야! 히지카타 군, 내 섬세하디 섬세한 마음에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내가 네놈 다른 건 몰라도 얼굴 하나는 봐줄만 하다고 인정하는데 얼굴에 칼자국을 내다뇨 요녀석아. 있을 수 없는 범죄입니다, 긴상의 눈에 치명적입니다. 근데 담배까지 피워? 흉지면 어떡하려고 그러냐 넌 어릴 때 상처 나면 술 담배 끊으라는 어른들 말씀도 안 들었니, 그러니까,”
긴토키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이거 별로 안 좋은 징존데, 히지카타가 움찔하는 순간 긴토키가 잽싸게 뒤로 돌아가 팔로 히지카타의 목을 세게 감았다.
“잔말 말고 따라와라. 이 머저리 같은 새끼가.”
긴토키가 반강제로 끌고 간 병원에서 얼굴을 소독하고 거즈를 붙이고 항생제를 처방받아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긴토키가 해결사 사무실 쪽으로 히지카타를 끌고 갔다. 이미 밤이 깊어 카구라는 자고 있는지 조용했고 가끔 뒤척이는 소리가 사람이 있다는 증거가 되는 정도였다.
“뭐 하는 거야.”
얼떨결에 끌려들어온 히지카타가 어색한 자세로 앉아 긴토키를 쳐다보았다. 사람이 없을 때 긴토키에게 끌려 왔던 적은 있었지만 카구라가 있는 집은 처음이었다. 자는 아이를 깨울까봐 불을 켜지 않고 사무실 소파에 긴토키와 마주보고 있으려니 이 집에 처음 와 긴토키와 둘만 있을 때보다 더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는데도, 아니 아무 것도 안 해서인가. 그런 생각을 하다 긴토키와 눈이 마주치자 긴토키가 피식 웃었다. 생각을 읽힌 것 같아 어쩐지 부끄러웠다.
긴토키는 헛기침을 몇 번 하고는 히지카타 쪽으로 고개를 빼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다친 녀석 그냥 보내기 좀 그렇지 않냐.”
자는 아이를 깨우는 게 미안하다기보단 자는 아이가 깨서 자기들의 모습을 보는 걸 원하지 않았던 탓이리라. 히지카타도 저절로 목소리를 낮췄다.
“별 거 아니라잖냐. 그리고 이건 다리가 아니고 얼굴이다. 걷는 데 아무 지장 없어."
"시끄러. 환자는 입 닫고 조용히 쉬기나 하세요."
사실 둔영까지 들어갈 힘이 없을 만큼 피곤하기도 했다. 감 하나는 지독하게 예리한 놈이다. 게다가 피곤하고 지친 자에겐 그게 누구건 친절하니까. 히지카타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나저나 오늘 진짜 이상하네. 안 하던 짓을 하면 며칠 내로 간다던데.”
“이게 누굴 마음대로 골로 보내려고. 긴상 아직 맛이 갈 나이는 아니거든, 아저씨지만.”
긴토키가 혀를 끌끌 차더니 테이블 위로 손을 짚고 올라가 히지카타 쪽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거 어두운 데서 봐도 참. 흉터 안 남겠냐?”
“약 잘 바르면 깨끗하게 나을 거라더라. 그리고 사내놈 얼굴에 흉 좀 지면 어때서.”
“아 그 바보 하곤. 내가 이야기했잖아, 네 얼굴 마음에 든다고.”
"뭐?"
"귀 먹었냐? 그놈 참. 내가 이런 소리까지 해야겠냐."
환청임이 틀림없다. 곰발바닥처럼 딴딴하고 너구리처럼 능글거리는 저 작자가 순순히 저런 소리를 해 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긴토키는 진지한 표정으로 히지카타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표정이었다. 마치 연인이라도 보는 듯 다정하고 슬픈 눈으로.
"그러니까, 다치지 마라. 얼굴에 상처 같은 거 내지 마."
긴토키가 손을 뻗어 히지카타의 얼굴에 손을 댔다. 너무 놀라고, 또 한 편으론 심장이 마구 뛰어 미처 방비할 틈이 없었던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손가락이 히지카타의 왼쪽 눈꺼풀을 따라 거즈 위로 올라와, 얼굴 위에 궤적을 덧그리듯 미끄러졌다. 전에 없던 일이었다. 같이 잤을 때야 다정은 고사하고 저놈은 자기를 견딜 만큼 튼튼한 놈이 나밖에 없어 나랑 자자고 날 끌고 왔나 싶은 짓밖에 한 기억이 없는데. 어쩐지 기분이 나빴다. 이상하게 다정한 게 위화감이 들었다. 이상한 다정함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고, 이성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계속 경고를 하고 있었다. 히지카타는 긴토키의 손을 쳐냈다.
사실 갑자기 심장이 덜컥거리기도 했다는 점이 제일 짜증났다.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으면 편한데, 자기자신이지만 참 미련하기도 미련하다 싶어 한숨이 다 나올 지경이다. 이 자식이 나한테서 좋아하는 부분이 한 구석이라도 있을 리가 없는데 왜 갑자기, 뭘 잘못 주워먹고 이런 미친 짓을 하고 있냐고. 이 자식한테 나는 그저 조금 내구성 좋은 상대에, 아무 것도 안 되는 걸.
“하지 마라.”
어쩐지 울컥하는 마음에 손을 쳐내자 긴토키가 굉장히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째려봤다. 하지만 저건 분명히 어딘가 찔리는 표정이다.
“내가 좋아하는 거 내가 만지는데 뭐.”
좋다니. 사카타 긴토키가? 누구를, 아니 뭐를? 생전 하지 않던 말을 한다는 것도 진심이 아니라는 증거겠거니. 있는 힘껏 자신을 비웃으며 히지카타는 씹어뱉듯 말했다. 속에서 뭔가 울컥하고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좀 더 어리고 작았더라면 지금 분명히 울었을 거다. 간신히 화난 척 버티고 있는 자기 자신에게 감사했다.
“내 얼굴이 좋다고?”
내가 뭘 바라서 이런 놈한테 조금이라도 기대라는 걸 했을까. 이것도 전희라고 생각할 놈을? 내 반응이 어떻게 나오기를 기대한 걸까.
"응. 긴상은 히지카타 군이 마음에 들거든. 히지카타 군은 싫어?"
"미친 놈. 기껏 사람 불러놓고 하는 게 그런 헛소리냐."
"우와, 억울해. 너 임마, 사람 말을 뭐로 들었냐, 어? 긴상이 기껏 좋은 말 좀 했더니!"
억울해하는 표정이 가증스러웠다. 히지카타의 입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그 새끼 취향하곤. 너 뭔 정신이냐? 이런 얼굴이 좋다고?”
반은 진심이었다. 거울 보는 것을 싫어해서 씻을 때나 면도할 때 말고는 자기 얼굴을 본 기억이 없다. 차라리 곤도 씨처럼 남자답고 소탈한 얼굴이기라도 했으면 좋았으련만. 가늘게 찢어진 눈과 지나치게 창백한 피부와 얇은 입술은 자신의 모난 성정을 반영하듯 차갑기만 했다. 그걸 좋다고 말하는데 곧이곧대로 들릴 리가 없지 않은가. 다른 걸 좋아한다고 해도 못 믿을 마당에.
어차피 나는 이것밖에 안 된다는 걸 떠오르게 해 줘서 정말 고맙다, 해결사 이 개자식. 긴토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 것을 본 게 그나마 마음에 약간의 위안이었다.
“귀찮게 하지 마. 장난질도 사양이댜. 그럼-”
박차고 일어서며, 간다고 말을 하려는 찰나 말이 끊겼다. 밑에서 무언가가 팔을 콱 잡아당겼다.
“어딜 도망가. 안 서냐?”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이 남자는 정말 화나면 조용히 말을 하곤 한다. 아니나 다를까 정말 화난 표정의 긴토키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뭐 하자는 거야. 사람 말을 씹어?”
장난을 치는가 했더니 이젠 화를 낸다. 피곤해서 더이상 받아주고 싶지도 않았다.
“네놈 미친 소리 받아줄 정신 없다.”
“웃기네. 사람이 사람을 좋다고 하는데 그딴 반응을 해? 기껏 걱정해 줬는데 어딜 튀어?”
"네가 언제부터 날 좋아했다고 그딴 개소리냐."
순간 천장이 빙글 돌았고 어느새 자신이 소파 위에 내동댕이쳐져 있었다.
“못 알아들은 네가 나쁜 거다, 이건.”
어느새 풀었는지 제복 스카프로 눈을 가리고 어디서 가져왔는지 노끈으로 위로 젖힌 팔을 묶은 긴토키가 낮은 목소리로 귓가에 중얼거렸다. 이 덜떨어진 등신 새끼, 라고.
새벽에 일어나 보니 긴토키는 어디로 갔는지 없었지만 옷은 제대로 입고 있었다. 꿈인가 했지만 나중에 둔영에서 확인해 보니 온 몸에 멍과 울긋불긋한 자국이 남아있었다. 여느때보다 폭력적인 정사였고, 아이가 깰까봐 목 안으로 억지로 삼킨 신음과 비명 때문에 목이 쉬었다. 그럼에도 얼굴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그나마 긴토키가 자리에 없어서 고마웠다. 그러나 그 점 때문에 정말로 울고 싶은 새벽이었다.
긴토키가 왼쪽 얼굴, 특히 눈 주위에 난 상처에 약하다는 것을 안 것은 훨씬 후의 일이었고, 그 이유를 알게 된 것은 그 직후의 일이다. 역시 그런 거였냐고 히지카타 토시로는 자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토키가 그날 한 말이 죄다 진심이었다는 건 히지카타 토시로의 남은 평생 알지 못 할 일이었다.
그리고 자기애 부족한 놈들 정말 짜증나지 않나요; 사실 열받아서 쓰느라 퀄리티가 저래요. 저도 어디 가서 삽질하면 안 될 거 같지 말입니다.
'여러분의 해결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은혼] 구구단을 외자 (4) | 2010.03.27 |
---|---|
[은혼] 대화 1 (0) | 2010.03.21 |
[은혼] 사람 취향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0) | 2010.01.31 |
[은혼]이상형 (0) | 2010.01.10 |
요즘은 이러고 산다 (0) | 2010.0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