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1월을 맞아 바람의 빛으로 달리고, 결말이 궁금해서 국내에 나온 신선조 소설 찾아봤다 역시 바람의 빛은 오리지날에 가까운 2차 창작이라 저 만화 속에 나오는 인간들은 신선조이되 신선조가 아니란 걸 재확인했으며, 피를 마시는 새는 일부러 4권까지만 사서 뒷권을 억지로 안 보고 있으며, 피마새에 대한 마음을 돌려보고자 닥터후 크리스마스 침공을 봤더니 아주 버닝심이 충만한 하루하루입니다.
그래서, 2시즌 4회까지 몰아 본 감상입니다. 네타가 들었으니 안 보신 분은 읽지 마십쇼.
9가 좀 괴팍하고 괴짜 같은 사람이었다면 10은, 맛이 갔습니다. 재생을 할 때마다 사람이 재기발랄해지는 건 아닌 듯 하고요, (7이나 8이 어떤지 모르긴 합니다.) 그냥 성격인 것 같습니다. 연기자의 차이인지 대본의 차이인지, 둘 다인지는 좀 더 봐야겠습니다만 말도 더 많아졌고요 사람이 젊어진 만큼 뭘 해도 발랄하고요. 게다가 레이디 킬러이십니다. 소녀교육헌장에서 인용한 대사가 필요합니다. 물러가라 여자의 적! 로즈와의 관계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어찌 보면 더 끈끈한데 어찌 보면 전의 우정과는 좀 다른 관계가 생긴 것 같습니다. 발전이라면 발전이죠. 9보다 10이 더 능글맞아 보일 때가 있습니다. 사람 대하는 게 훨씬 능숙하달까요. 사교성도 더 좋아 보이고요. 같은 상황에서 9가 어떻게 대처했을지를 생각해 보면 10의 행동은 너무 젊어 보일 때가 있습니다. 원래 닥터들이 무모하긴 하지만 10의 무모함도 장난이 아니지요. 더 돌발적이에요. 9를 탁 치면 으르렁댈 것 같지만 10을 탁 치면 물릴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9와 10은 전혀 다릅니다. 웃는 것도 다르고 사람 대하는 방법도 다르고 일하는 방식도 다릅니다.
하지만, 전혀 다른 행동을 하는데도 9와 10은 동일인물입니다. 두다다다 말을 내뱉고 말을 타고 돌진하고 술 마시고 음정 박자 무시하고 노래 부르고, 머리에 넥타이 동여매고 술잔 들고 휘청휘청 걸어가는 닥터를 보면 쟤 왜 저렇게 경조부박하냐 싶다가도, 문득문득 보이는 얼굴이 무서운 겁니다. K-9에게 인사를 건네는 10도, 전쟁을 막을 수 있다고 중얼대는 10도 결국 같은 사람이지요. 마지막 남은 타임로드라는 점은 같습니다. 당신 너무 젊다고 투덜대다가도 나는 너무 늙었다는 대사에서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습니다.
CE의 앵스트함과 DT의 앵스트함은 차이가 있습니다만-알아 들을 사람만 알아들을 비유를 하자면 CE는 케이건 식으로 앵스트하고 DT는 사라말 식으로 앵스트합니다. 둘 다 900살 먹었다기엔 어려보이다가도 가끔 그 무게감이 화악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그게 좋아요.
여전히 9가 그립습니다만, 10을 못 봤다면 얼마나 아쉬웠을까요. 훌륭한 닥터이니까요.
9와 10이 모두 좋다는 이야기입니다. 9는 9대로 10은 10대로, 잊지 않을 거예요.
닥터 후 2차 창작을 하고 싶습니다. 9에 1을 더한다고 10이 아니다, 라는 제목을 생각 중이어요. 망상만 하고 안 쓸 가능성이 높습니다만. 만약 감상을 더 쓴다면 2차 창작물은 안 나올 거예요.
그리고 말 나온김에 말입니다만, 4화의 그 장면 말입니다, 역시 인류는 하나네요. 한국이고 일본이고 영국이고(...) 정장 입은 남자가 술 먹고 하는 짓은 비슷하군요. 그대로 들어다가 회식 3차 노래방에 옮겨놓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