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닥터 후는 네타를 몇 번 들어도 무서운 건 똑같습니다. 네타를 싫어하지 않으신다면 피하시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츄츄는 결말을 몰라서 다 그렇게 죽어갔나요 뭐. (으쓱)
어려서는 몰랐지만 지금은 그래도 조금은 안다고 생각하는 게 하나 있는데, 일상의 아름다움이다. 무미건조한 일상을 유지하는 것은 죽기 직전까지 노력하는 거, 그거다. 저 일상은 절대 내 뜻대로 되지 않고, 이거 무너지는 거 순식간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인생은 즐겨야만 한다.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 저 뒤에 나오는 냉소를 말하고 싶은 게 아니다.
내가 지금도 9대 닥터한테 애정을 퍼붓고 있는 건 확실한데, 드라마 자체를 따지면 1시즌보다 2시즌을 훨씬 좋아한다. 10화 때문일지도 모르고, 4화 때문일지도 모르고, 뭐 미키 때문일지도 모르고 재키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야기가 정말로 많이 진행되는 느낌이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닥터가 사람이 되어 가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9보다 10이 훨씬, 감정에 휩싸이기 쉬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9가 비인간적이었단 건 아닌데, 10이 더 감정이 격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10화는 닥터를 만난, 그렇지만 현실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닥터를 알아가고, 호기심에 만난 사람들이 당연한 듯 자연스럽게 서로의 삶에 섞여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었으나 그 공동체가 어이없을만큼 간단하게 붕괴되었고, 재키는 재키대로 남겨진 슬픔을 제대로 다루지 못해 허우적거리고, 닥터랑 만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댓가들. 뭐 그런 것들에 대한 이야기.
처음에 닥터랑 로즈 허우적거리는 게 이런 결론을 내리려고 만든 장치란 말이냐 이 나쁜 인간들아, 가 실은 주된 감상일지도 모르겠다. 굉장히 슬픈 한 화였다.
어차피 내가 있는 곳은 현실이고, 저런 것을 만날 수는 없을 거다. 기대해서도 안 된다. 비일상을 만나는 순간 일상은 무너지고 어느 것으로든 댓가를 치러야 한다. 이미 우리는 안다. 우리가 댓가로 바친 시간, 잠, 건강, 못 읽은 책들, 때로 무의미한 소모들. 그리고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바치는 것들.
온전한 형태로 남아 있는 내 주위의 일상을 보니 저 청년의 이야기가 너무나 무섭다. 우리 모두 잘 살아있어야 한다.
내가 파푸와 보면서 속은 쓰렸지만, 그래도 말짱했던 건 전적으로 3차원의 힘이다. 실은, 레밍들 보면 뒤집어질 이야기이긴 한데 매지크 님 생각하면 슬프긴 한데 미츠매지 동인지 있으면 볼 수 있다. 미츠루 따위는 보고 싶지 않아도. 파푸와에 없는 게 그거다. 현실성이 없잖아. 내가 요즘 바라는 게 저런 현실적인 뭔가인 것 같다. 2004년 말에 바란 건 정말로 전적으로 파푸와적인 뭔가였고.
어쨌건 그 때 그 때 필요한 걸 동앗줄에 매달아서 떨어뜨려 준 사람들에겐 무한한 감사를 표해야 하지 않겠는가. 강렬한 감정과 탐닉과, 낙원에 대한 정의와 독자들을 어떻게 하면 충격에 몰아넣을 수 있는지, 뭐가 가학성인지를 가르쳐 준 아밍에게 감사. 만나뵌다면 절을 올리겠습니다. (저래뵈도 진심) 그리고 러셀 T 데이비스, 가드를 올리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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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는 다른 이야기.
분명히 이야기해 두는데 저 화난 데 한 군데도 없습니다.
저 아밍 동인지 안 내요. 물론 어린 왕자는 '제가 좋아하는 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만, 전에 쓴대놓고 안 쓴 걸 다시 쓰려니 그것도 골치아프고, 무엇보다 쓰는 제가 재미가 없습니다. 제가 재미없는 걸 남들이 즐겁게 읽어줄 리 만무합니다. 그리고 2월코믹까지는 죽어도 못 합니다. 아무튼 동인지 계획 철회. 나중에 제가 낼 만한 걸 쓸 수 있다고 판단하는 날까지 절대 아무 것도 안 낼 겁니다. 그리고 당분간 파푸와 관련 글은 절대 쓰지 않겠습니다. 파푸와 동인질은 악순환이에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는 절대로 나가주지 않아요. 그리고 남을 위해 글을 쓰는 건 기쁜 일이지만 말려들어가는 건 사양하고 싶습니다. 내가 정말로 좋아서 하는 버닝이 아니면 위험해요. 그래서 후회한 게 한 두번이 아니란 말입니다. 탈 때 타고, 아니면 조용히 물러나고, 그게 필요해요. 아시잖아요, 세상에 시간 많아서 버닝하는 사람이 어딨어요. 다 자기 시간이랑 노력 쪼개서 하는 거잖아요.
버닝하기 위해 버닝하는 상태는 평생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아요. 파푸와 좋아해요. 지금도 파푸와를 보면 두근두근합니다. 좋아하고 싫어하고의 문제가 아니에요.
고전 동인 페이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거 계획할 때 부터 솔직히 조금 걱정은 했지만 서로 섞이지만 않으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문제가 심각하더라고요. 아예 문제가 될 요소를 없애겠습니다.
아깝다, 나중에 내라, 왜 그러냐는 덧글 사양합니다. 누군가 때문에 열 받은 거 아니니 마음 편히 가지셔요. 저 요새 평온하게 살고 있어요. 쓰고 싶은 게 없는 것도 아니고 쓴 거 다 밀어버리겠다는 말도 아닙니다.
그저 저 자신에게 무의미한 버닝은 하지 않겠다는 말이에요. 버닝하기 위해 버닝하고 싶지 않습니다. 내가 줏대가 없으면 남들 하는 거에 끌려가게 되고 결국 나 자신을 소모하게 되어요. 그 결과로 남는 건, 이도 저도 아닌 자신입니다. 이건 자기방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