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인천공항 어쩌고로 여행기가 시작하는데, 전 집이 대구잖아요. 멀고 돈 더 드는 인천공항까지 갈 거 없으니 부산공항에서 가는 비행기를 탔어요. (대구공항엔 일본행 비행기 없습니다.) 오후 4시 출발.
숙소 도착하면 7시쯤일 테니 공항에서 지체하는 시간을 줄이려고 가방에 양말 몇 개, 우산, 작은 가방 같은 것만 넣어서 등에 지고 동대구역에서 구포역 가는 기차를 탔습니다.
옆자리엔 이삿짐 수준으로 짐을 들고 온 여자분이 계셨는데 전화통화로 친구인 듯한 사람과 계속 게임이 어떻고 하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동포인가 싶었습니다만 뭐 그건 거기까지.  (아무리 들어도 와우 같았는데 말이에요;)

구포역은 경산역과 비슷한 분위기였습니다. 내려서 택시를 탔는데 기사님이 저희 짐을 보시더니 아무 말도 없이 국내선 쪽에 내려 주시더군요. 국제선 쪽으로 걸어가면서 우리 짐 보니까 외국 갈 애들로는 안 보였나보다 했어요. 실지 공항에 가니 큼지막한 캐리어를 끌고 가는 분, 큰 배낭을 메신 분은 있어도 우리처럼 조그마한 가방 메고 가는 사람은 없더라고요. 공항 도착해서 입국 수속 하고, 지퍼백 준비해서 액체류 담고-동생 여자친구가 예민한 피부 때문에 뭘 많이 가져 왔는데 그 중에 수상해 보이는 액체가 몇 개 있는 거예요. 동생이 이거 폭탄 같다고 해서 그 다음부터 저희는 계속 동생 여자친구를 놀려먹기 시작했습니다. 이거 분명히 검색대에서 걸린다, 이거 폭탄 소리 들을 거다, 우리 악당 되는 거다~. 액체의 정체는 샴푸였습니다만.

출국심사 하고 시간이 너무 남아서 공항에 앉아서 노닥노닥 놀다가 비행기를 탔습니다. 일본항공이라서 일본어와 영어로 안내방송이 나오고 주위도 전부 일본어라 이제 일본 가나보다 하고 실감이 좀 나더라고요. 특히 압권은 한국어 방송. 전 tv에 나오는 -스므니다 하는 게 과장인 줄 알았는데 정말이었어요. 그러고보니 일본어 받침 상 ㄴ 앞에선  받침 발음하기 좀 힘들겠다 싶기도 하고 말이죠.
스튜어디스 언니들이 기럭지도 쭉쭉하시고 예뻐서 좋았는데 탄 지 20분 만에 모든 스튜어디스분들이 사라지셨습니다. 계속 안전벨트를 매고 흔들림에 대비하라는 방송만 나오더라고요. 그리고 비행기는 덜컹덜컹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제 뒤에선 작은 비명소리도 가끔 들리고요. 특히 착륙할 때 절정이었지요.
한국 올 때에 비하면 저건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만.......아무튼 내릴 때 기류 때문에 서비스를 제대로 못 드려 죄송합니다라는 방송이 나와서 도대체 제대로 된 서비스는 무엇이기에 저러느냐고 생각했습니다. 아무튼 오츠마미는 쌀과자보다 콩이 더 맛있었어요.

내려서 입국신고서 잘못 쓴 애를 위해 다시 입국신고서 쓰고 셔틀버스 타고 이동하자마자 내려가서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간사이 패스 끊고 교토 지도 받고 난카이선 쪽으로 가서 표 끊고 하는 내내......
일행들은 와 한국 같아 하고 있는데 저만 여긴 일본 맞구나 OTL 하고 있었습니다. 표는 몇 시 꺼 몇 장 주세요 지도 주세요 이거 신사이바시 쪽 맞아요......저걸 더듬더듬 일본어로 이야기하는데
들리긴 대충 들리는데 입이 안 떨어지는 거예요.
암만 제 일어가 읽기>듣기>말하기>쓰기 순이라지만 이건 아니잖아요. 아니 말하기=쓰기일지도 몰라요 어떻게 저렇게까지 입이 안 떨어지는거야 저래가지고 이제 어떻게 다니냐;; 하면서 굉장히 걱정했습니다만 뭐 무사히 전차는 탔고, 전차 안에선 제 옆에 앉은 한국인 아저씨랑 이런저런 잡담을 주고 받으면서 무사히 나가호리바시 역에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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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용 방을 구했습니다. 남의 집 귀한 딸 데리고 가는 여행이니 먹는 거 자는 거라도 잘 챙겨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사진 속에 보이는 가방들이 각자 메고 간 가방입니다. 왜 국내선쪽으로 가셨는지 알 것 같죠?

숙소에서 겪은 문화충격 1 : 칫솔과 치약
방에는 일회용 칫솔과 치약이 비치되어 있었는데 저희는 그 사이즈에 놀라고 말았습니다.
"이를 하나 하나 닦을 수 있겠어, 오오!!"
"치약이 하나도 안 매워, 오오!"
"이렇게 싱거워서 이 어떻게 닦지?"
"오, 이거 의외로 개운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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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의 칫솔 치약, 손의 주인은 평범한 20대 여성. 사진 속의 날짜는 무시하세요.

나가서 대충 저녁 먹고 터덜터덜 돌아다녔습니다. 비는 오고 시간은 늦어서 가게는 다 문을 닫더군요. 지나가면서 보이는 가게가 전부 돌* & 가*나니 뭐니라서 어떻게 매장 하나가 한 건물을 다 쓸 수 있냐고 투덜거리면서 걸어가다보니 도톰보리더라고요. 외국인답게 가부키극장 같은 데서 사진 찍고 쿠이오다레 인형 보면서 피식 웃고 뛰지 않겠는가 간판 보면서 Mr.YA를 떠올리고(쿠리코 간판 말입니다) 타코야키 사니까 아저씨가 오오키니라고 해서 여기 간사이로구나! 하면서 웃고 타코야키 가게 간판에 한국어 틀린 거 보면서 지적하나 마나 고민하는 짧은 관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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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면 편의점푸딩이 맛있다는 말을 듣고 사 본 푸딩과 고구마찹쌀떡. 딸기우유 같은 맛이었어요.
첫날은 솔직히 한 게 아무 것도 없어서 이 정도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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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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