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장(勳章)보다는 언장(言章)이 좋다 -사은양 얼음집에서 트랙백해 옵니다.
나는 평소에 칭찬을 들은 적이 별로 없다, 라기 보단, 내가 납득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칭찬을 들은 적이 없다.
학교 다닐 땐 후배 하나가 나보고 성실한 사람이라고 그랬는데 내가 진짜로 성실한 적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고 집에서 밥을 해서 맛있다는 칭찬을 들어도, 내 입에는 맛있지도 않고 맛없지도 않은 그저그런 음식인데 역시 가족이라 나한테 후하구나, 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오프라인에서 가끔 글 잘 쓴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때마다 화가 조금 치밀어오르곤 했다. 저게 잘 쓰는 글이라니 당신은 정말 보면 감탄하고 두 번 보면 죽고 싶어지는 글을 본 적이 없군요. 세상에 잘난 글쟁이들은 널리고 널렸지요. 그 널린 글쟁이가 못된다는 게 문제지만. 사람들이 나더러 독특하다면 저건 욕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사람 이상하다는 소리를 돌려서 하는 거지 지금? 요약하자면- 칭찬이 칭찬으로 안 들린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듣는 모든 말을 저렇게 해석할 만큼 심하게 비뚤어진 건 아니지만. 대개의 칭찬은 고마우나 저건 내가 납득할 수 없는 말이다. 내가 원래 나한테 좀 박하긴 하다만.
전에 일하던 데서 들은, 전화를 친절하게 받아서 좋았다는,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거기가 그 다음주에 무슨 시험장으로 쓰인다나 시험장 위치 물으러 전화를 건 사람이었다.) 사람이 해 준 한 마디는 고맙다. 그 후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을 땐 전화건 사람이 기분상하는 일만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으니. 학회 짱 한다고 1년 반 동안 수고했다는 말은 지금도 기쁘다. 추천해준 책 잘 읽었다면 반갑고, MT가서 내가 한 밥 맛있게 먹었다면 그것도 고마운 일이다. 행동에 절도가 있다는, 고3때 한 반애에게 들은 말은 지금도 생각하면 힘이 난다. (그러다가도 상당히 망가진 요즘의 상태를 보면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지만, 미안타 김양아.) 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에, 몇 번이고 반복해 읽어서 너덜너덜해진 교과서를 보고 웃어주셨던 세계사 선생님을 생각하면 -내 선택과목은 세계사였는데 우리학교 애들은 거의 사회문화를 해서 세계사 시간에 수업분위기가 좀 안 좋았다. 나는 그 와중에 눈 빛내면서, 선생님과 무언의 의사소통을 하면서 수업을 듣곤 했다. 지금 생각해도 내가 참 세계사 공부만큼은 열심히 했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렇게 열심히 수업 들은 기억이 없으니. 물론 지금 역사에 대해 말하라면 울면서 도망가겠지만.- 보람있는 학창생활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칭찬을 듣고 싶다. 정말 글을 잘 쓴다는 말은 글을 잘 쓰게 된 다음에 듣고 싶다. 음식이 맛있다는 칭찬은 입맛이 다양한 여러 사람에게 들어야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성실하다는 말은 내가 성실해진 다음에 들어야 납득할 수 있다.
그, 처음에 정말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말 중의 하나가.......탕아워크스를 아는 분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모 식물 이야기로 모 언니가 린젤 식구들을 등장시킨 글에 나를 등장시키면서 처음 사용한 단어다.
아니, 분명히 칭찬이니 고맙다. 모 님 말씀대로 잡초보다야 낫지 않냐, 라고. 그런데,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왜 그 식물로 불려야 되는지 이해가 안 가는 거다. 나는 조용조용하게 말할 줄도 모르고 우아하지도 않고 품위있는 것도 아니고 예쁜 것도 아니고 인품이 고매한 사람은 절대 아니고, 여튼 그 식물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는 인간이니까.
부르지 말래도 계속 그렇게 부르는 멤버들과 실랑이하며, 그 와중에 녹색 옷을 몇 벌 사는 사태 발생, 더 좋아하면서 그 별명을 불러주는 멤버들을 보며 다시는 녹색옷 사나봐라 하던 지난 몇 년- 옆에서 보는 사람들은 재미있었을까나, 나는 조금 곤혹스럽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하고 내 어디가 그 식물일까 싶기도 하고, 머리 복잡한 몇 년을 보냈다.
아까 말한대로 좋은 말이니 고맙게 생각한다. 여기 아니면 누가 나를 저렇게 불러주겠나. 하지만 여전히 납득이 가지 않는 점이 있는 거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내면서 나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도 미안하니 이름에 어울리는 인간이 되는 게 낫겠다, 부르지 말라고 해 봐야 그렇게 안 부르는 것도 아니고,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렇게 어울리는 인간이 되었냐면, 그것도 아니다. 여전히 어벙하고 헐렁헐렁하게 살고 있다.
하지만, 나를 그렇게 불러주지 않았으면 나는 그 말에 어울리는 인간이 되려는 시도를 할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납득이 안 가는 그 말도 고마운 거다. 아주 조금이라도 사람을 변화시켜줄 수 있으니.
나는 칭찬을 들으면서 그 말에 어울리는 인간이 되려고 조금이나마 애썼다. 그리고 그 효과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읽는 책이나, 말하는 법이나, 아주 오래전에 들었던 다른 칭찬도 나를 변화시켜주었다. 전에 모 동맹 채팅방에서, 운영자 중 한 분이 지나가는 말로 글 잘읽었다고, 마음에 들었다고 해 주신 적이 있다. 그 때 나는 너무 놀라서 고맙다고 인사하는 것도 잊고 한참동안 멍하게 모니터를 쳐다보았다. 저 분이 내게 저런 말을 해 주셨어.
그리고 몇 년동안 나는 그 말에 힘입어서 팬픽을 쓰고 49제를 시작하고 일기를 썼고 몇 가지 설정을 짰다. 그 분이 아니었으면 올해 8월에 낸 동인지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생각하면, 아직 나한테도 희망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분은 나도, 그 말도 잊으셨겠지만.
여전히 칭찬이 어울리지 않는 인간이라도, 언젠가는 그 말에 어울리는 인간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내가 그 식물은 아니지만, 30년 후에는 그렇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요리도 잘 하고 글도 잘 쓰는 성실한 인간이 될 수도 있을까, 생각하면 참 머나먼 이야기지만.
11월 19일, 아밍워크스와 랑크님이 만나서 놀던 날 집에오면서 하던 대화가 생각나서 적어봤다.
......어째 제목과 상관없는 글이 된 것 같다.
덧 : 그렇다고 그 이름으로 불러주면 고개 끄덕거릴 날이 오기는 힘들것같으니 아, 그럼 앞으로 자주 불러주지- 같은 덧글 사절! 특히 P모 고양이씨랑 W 모 언니!
나는 평소에 칭찬을 들은 적이 별로 없다, 라기 보단, 내가 납득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칭찬을 들은 적이 없다.
학교 다닐 땐 후배 하나가 나보고 성실한 사람이라고 그랬는데 내가 진짜로 성실한 적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고 집에서 밥을 해서 맛있다는 칭찬을 들어도, 내 입에는 맛있지도 않고 맛없지도 않은 그저그런 음식인데 역시 가족이라 나한테 후하구나, 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오프라인에서 가끔 글 잘 쓴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때마다 화가 조금 치밀어오르곤 했다. 저게 잘 쓰는 글이라니 당신은 정말 보면 감탄하고 두 번 보면 죽고 싶어지는 글을 본 적이 없군요. 세상에 잘난 글쟁이들은 널리고 널렸지요. 그 널린 글쟁이가 못된다는 게 문제지만. 사람들이 나더러 독특하다면 저건 욕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사람 이상하다는 소리를 돌려서 하는 거지 지금? 요약하자면- 칭찬이 칭찬으로 안 들린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듣는 모든 말을 저렇게 해석할 만큼 심하게 비뚤어진 건 아니지만. 대개의 칭찬은 고마우나 저건 내가 납득할 수 없는 말이다. 내가 원래 나한테 좀 박하긴 하다만.
전에 일하던 데서 들은, 전화를 친절하게 받아서 좋았다는,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거기가 그 다음주에 무슨 시험장으로 쓰인다나 시험장 위치 물으러 전화를 건 사람이었다.) 사람이 해 준 한 마디는 고맙다. 그 후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을 땐 전화건 사람이 기분상하는 일만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으니. 학회 짱 한다고 1년 반 동안 수고했다는 말은 지금도 기쁘다. 추천해준 책 잘 읽었다면 반갑고, MT가서 내가 한 밥 맛있게 먹었다면 그것도 고마운 일이다. 행동에 절도가 있다는, 고3때 한 반애에게 들은 말은 지금도 생각하면 힘이 난다. (그러다가도 상당히 망가진 요즘의 상태를 보면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지만, 미안타 김양아.) 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에, 몇 번이고 반복해 읽어서 너덜너덜해진 교과서를 보고 웃어주셨던 세계사 선생님을 생각하면 -내 선택과목은 세계사였는데 우리학교 애들은 거의 사회문화를 해서 세계사 시간에 수업분위기가 좀 안 좋았다. 나는 그 와중에 눈 빛내면서, 선생님과 무언의 의사소통을 하면서 수업을 듣곤 했다. 지금 생각해도 내가 참 세계사 공부만큼은 열심히 했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렇게 열심히 수업 들은 기억이 없으니. 물론 지금 역사에 대해 말하라면 울면서 도망가겠지만.- 보람있는 학창생활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칭찬을 듣고 싶다. 정말 글을 잘 쓴다는 말은 글을 잘 쓰게 된 다음에 듣고 싶다. 음식이 맛있다는 칭찬은 입맛이 다양한 여러 사람에게 들어야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성실하다는 말은 내가 성실해진 다음에 들어야 납득할 수 있다.
그, 처음에 정말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말 중의 하나가.......탕아워크스를 아는 분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모 식물 이야기로 모 언니가 린젤 식구들을 등장시킨 글에 나를 등장시키면서 처음 사용한 단어다.
아니, 분명히 칭찬이니 고맙다. 모 님 말씀대로 잡초보다야 낫지 않냐, 라고. 그런데,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왜 그 식물로 불려야 되는지 이해가 안 가는 거다. 나는 조용조용하게 말할 줄도 모르고 우아하지도 않고 품위있는 것도 아니고 예쁜 것도 아니고 인품이 고매한 사람은 절대 아니고, 여튼 그 식물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는 인간이니까.
부르지 말래도 계속 그렇게 부르는 멤버들과 실랑이하며, 그 와중에 녹색 옷을 몇 벌 사는 사태 발생, 더 좋아하면서 그 별명을 불러주는 멤버들을 보며 다시는 녹색옷 사나봐라 하던 지난 몇 년- 옆에서 보는 사람들은 재미있었을까나, 나는 조금 곤혹스럽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하고 내 어디가 그 식물일까 싶기도 하고, 머리 복잡한 몇 년을 보냈다.
아까 말한대로 좋은 말이니 고맙게 생각한다. 여기 아니면 누가 나를 저렇게 불러주겠나. 하지만 여전히 납득이 가지 않는 점이 있는 거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내면서 나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도 미안하니 이름에 어울리는 인간이 되는 게 낫겠다, 부르지 말라고 해 봐야 그렇게 안 부르는 것도 아니고,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렇게 어울리는 인간이 되었냐면, 그것도 아니다. 여전히 어벙하고 헐렁헐렁하게 살고 있다.
하지만, 나를 그렇게 불러주지 않았으면 나는 그 말에 어울리는 인간이 되려는 시도를 할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납득이 안 가는 그 말도 고마운 거다. 아주 조금이라도 사람을 변화시켜줄 수 있으니.
나는 칭찬을 들으면서 그 말에 어울리는 인간이 되려고 조금이나마 애썼다. 그리고 그 효과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읽는 책이나, 말하는 법이나, 아주 오래전에 들었던 다른 칭찬도 나를 변화시켜주었다. 전에 모 동맹 채팅방에서, 운영자 중 한 분이 지나가는 말로 글 잘읽었다고, 마음에 들었다고 해 주신 적이 있다. 그 때 나는 너무 놀라서 고맙다고 인사하는 것도 잊고 한참동안 멍하게 모니터를 쳐다보았다. 저 분이 내게 저런 말을 해 주셨어.
그리고 몇 년동안 나는 그 말에 힘입어서 팬픽을 쓰고 49제를 시작하고 일기를 썼고 몇 가지 설정을 짰다. 그 분이 아니었으면 올해 8월에 낸 동인지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생각하면, 아직 나한테도 희망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분은 나도, 그 말도 잊으셨겠지만.
여전히 칭찬이 어울리지 않는 인간이라도, 언젠가는 그 말에 어울리는 인간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내가 그 식물은 아니지만, 30년 후에는 그렇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요리도 잘 하고 글도 잘 쓰는 성실한 인간이 될 수도 있을까, 생각하면 참 머나먼 이야기지만.
11월 19일, 아밍워크스와 랑크님이 만나서 놀던 날 집에오면서 하던 대화가 생각나서 적어봤다.
......어째 제목과 상관없는 글이 된 것 같다.
덧 : 그렇다고 그 이름으로 불러주면 고개 끄덕거릴 날이 오기는 힘들것같으니 아, 그럼 앞으로 자주 불러주지- 같은 덧글 사절! 특히 P모 고양이씨랑 W 모 언니!
by 유안 | 2005-12-19 12:33 | 골방-소소한 일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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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