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아래에도 적었지만, 노래방도 갈 수 있게 되었고, 서울살이도 잠시 해 봤으나 사투리는 죽어도 떨어지지 않으며-6개월만에 말 바뀌기가 쉽겠어요, 게다가 사람도 거의 안 만났는데. 사람을 적게 만났지만 폭 대신 깊이를 얻었고 동인지를 냈고 코믹에 참가했고, 덕택에 아주 즐거운 한 해를 보냈습니다. 내가 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거죠. 슬레존이 생겨서 기뻤고, 거기서 많은 사람을 만난 것도(어, 위의 말과 좀 다르다 싶으신 분? 저 사람과 이 사람은 조금 개념이 달라요. 친구와 지인의 차이랄까, 뭐 종이 한 장 차이긴 하죠.) 기뻤습니다.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행복해요. 머리털 나고 이렇게 책 안 읽은 한 해는 처음이었습니다. (한 달에 세 권, 네 권? 그것도 NT 노벨의 힘이 크죠. 오펜만 몇 권이냐고요.) 하지만 파푸와 버닝으로 꽉 찬 한 해였죠. 잊지 않을 겁니다.
올해는 정말 시험공부에만 매달려서 그런지 쓸 말이 없네요. 고3때 보다 열심히 했단 말이죠, 공부 안 하는 고3이긴 했지만. (저같이 공부 안 하고 대학 들어간 고3, 제 고등학교 동기와 제 동생 빼곤 없습니다, 이거 자랑 아니에요. 그 결과 저는 자기 과에 대한 자부심과, 지방국립대에 대한 열등감이 뒤섞인, 전반적으로는 열등감이 강세인 학교에서 4년을 보냈습니다.)
이모가 제 사주를 봤답니다. (저희 어머닌 점을 보신 적이, 장난으로 본 거 한 번 빼곤 한 번도 없습니다. 종교상의 이유는 아니고, 어떻게 사람이 미래를 아느냐고 말씀하시죠. 결혼할 때 궁합 안 봤단 이야기 듣고 박수쳤습니다. 역시 강하신 분!) 점쟁이 왈, 물 속에 잠긴 금이래요. 뭐 물 속에 잠긴 조약돌 정도라면 믿겠습니다만- 세상에 이런 금이 어딨어요. 저도 점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습니다만 저 말은 한 번 생각해 볼 가치가 있었어요. 녹슬지 않게 지내야겠죠. 어쨌건 자기가 한 행동으로 평가 받는 거니까 누군가 나를 발견해 줄 만큼 가치 있는 뭔가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아무튼 2006년 목표는, 인간 되기 입니다. 어렵죠. 평생 가도 못 이룰 목표일지도 모르지만 하는 데 까진 해 봐야죠. 내년에도 우리, 잘 지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