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뒤집어진 모종의 사고 후, 어느 오후 교무실에서.

"선생님, 우리 애가 그럴 애가 아닙니다. 집에서는 얼마나 착하고 조용한 애라고요. 혼자 알아서 공부도 하고 제가 늦게 오면 밥도 차려주는 애예요. 이렇게 착한 애가 그런 사고를 쳤을 리 없어요. 선생님도 아시잖아요, 우리 애가 얼마나 얌전한지. 중학교 때까진 이러지 않았어요. 얘가 고등학교에 가더니 나쁜 친구들을 만나서!(코 푸는 소리) 친구만 잘 만났어도 이러진 않았을 거예요, 흑흑흑."
"저......어머님, 아까 반사이 학생이랑 니조 학생 어머님도 똑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우리 애가 잘못했다는 건가요!"
"아니, 그런 말씀이 아니고......."
"니조 걔도 그래요. 우리 애보고 책임전가를 하는데 걔가 다른 친구들 다 때리고 다녔다면서요? 어떻게 거기서 우리 애 탓을 할 수 있죠? 그리고 반사이? 걔가 옆 학교 선도부장 선동해서 학교간 패싸움 붙인 애라면서요? 거기서 우리 신스케가 뭘 했다고! 그 애들 엄마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제가 이야기를 좀 해 봐야겠어요."
"어머님, 진정하세요. 제 말은, 물론 친구들끼리 나쁜 영향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이런 경우에 일방적인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다는 게 저희들의 의견입니다. 다른 친구들도 그렇잖아요."
"지금 마타코랑 다케치 말씀하시는 건가요? 선생님, 그거야말로 저희 애 잘못이 아니죠. 마타코 걔가 얼마나 끈덕지게 우리 신스케한테 꼬리를 치는지 선생님들은 모르시나요? 애들한테 물어보세요. 마타코가 우리 애 따라다녔다고 그러지 우리 애가 마타코한테 뭐 한 마디라도 한 줄 아세요? 마타코가 괜히 우리 애한테 잘보인다고 사고친 거잖아요. 다케치도 그래요. 우리 신스케가 뭘 어쨌다고 신스케 이름을 댄대요? 자기들끼리 싸워놓고선? "
"저 어머님, (찬물을 받아놓고 기다리다) 목마르실텐데 일단 이거 드시고요........"
"(싸나이답게 찬물을 원샷)감사하오. 아 아니 그게 아니지. 그리고 아까 하루사메 공고에서도 전화가 왔었습니다. 그 학교에 카무이란 애가 있다지요. 그 학교도 이번에 난리가 났다면서요. 뉴스에도 날 정도로 큰 사건이었다더라고요. 근데 그 카무이란 애가 우리 애랑 같이 저지른 일이라고 그랬다고 그 학교 학생부장 바.......아니 아보 선생님이 전화하셨어요. 혹시 아시나요?"
"그 카무이가 실은 저희 학교에 왔었어요. 그 하루사메 공고에서 일 터지기 직전에요. 신스케 데리러. 그때 전화 받으신 거 기억나시죠, 걔가 걔입니다."
"그것 보세요! 다들 저희 애를 끌어들이려고 하는 거잖아요. 저희 애는 끌려다니는 거 뿐이라고요! 같이 저지른 일이라니 어쩜 그런 끔찍한 말씀을 하시죠, 그 학교에선? 자기 학교 학생의 책임을 우리 애한테 전가할 생각인가요?"
(보통 그런 경우를 일러 악의 축, 만악의 근원이라 부릅니다 어머님.)
"그렇지만 어머님.......신스케의 다른 친구는요? 그애 이야기도 한 번 들어보셔야지요. 혹시 3반 사카타는 모르시나요?"
"아, 긴토키요? 어머, 긴토키도 이번 사건 피해자인가요?"
"........아뇨, 가해자입니다만."
"선생님, 지금 착각하시는 거예요. 긴토키는 반사이한테 맞은 애예요. 우리 신스케가 그랬어요. 반사이가 긴토키 때렸다고."
"굉장히 잘 아시네요."
"그야 저희 애랑 태어났을 때 부터 알고 지낸 사이니까요. 참 좋은 애랍니다. 저희 애한텐 거의 형이나 다름 없는 애죠. 좀 의욕이 없어 보이지만 할 땐 하고, 저희 애하고도 좀 티격태격하긴 해도 잘 지냈어요."
"........아, 네. 그 티격태격이라는 게......."
"그야 남자애들이니까 좀 거칠 때도 있지만, 그 나이땐 다 그런 법이잖아요?"
"어, 혹시 어머님. 최근에 이상한 거 못 느끼셨어요?"
"이상한 거요? 음 긴토키가 놀러오는 횟수가 줄어들긴 했고.......신스케가 이상하게 집에서도 파진 옷을 안 입으려고 들긴 했지만 그거야 사춘기 남자애들이 다 그렇죠. 표정이 좀 어두워지긴 했지만, 그건 다 그 귀병댄가 뭔가 하는 애들 때문이에요!"
"........어머님, 제 생각엔 일단 긴토키부터 한 번 만나보시는 게 좋을 거 같은데요."
"선생님, 학생을 대할 때 편견을 가지고 대하시면 안 됩니다. 우리 긴토키가 그럴 애가 아니에요. 얼마나 좋은 앤데요."
"........네."
"아무튼, 그 이상한 애들 어머니들이랑 좀 만나봐야 할 거 같네요. 그리고 옆 학교 선도부장, 이토라고 했나요? 걔도 좀 봐야겠고요."
"........아뇨 어머님, 괜히 서로 만났다 감정만 상하실 거 같으니 학교에서 하겠습니다."

".......쌔앰, 경위서 다 썼는데요."
"야단맞으러 온 놈 말하는 꼴 좀 보게? 너 집에 가기 싫지?.......어.......이걸 경위서라고 썼냐, 네 잘못은 다 빼먹었잖아 사카타 긴토키!!"
"제가 뭘 어쨌다고요."
"내가 볼 때 네가 세계의 왜곡이다. 다시 제대로 써. 다카스기 이야기부터!"
"쳇.......네. (작은 소리로) 근데 다카스기도 동의했는데......분명히 좋아 죽었는데."

"나 전근 갈래, 전근! 학부모고 학생이고 다 이상해! 아니 어머님이라더니 왜 남자냐고! 장발이면 내가 속을 거 같냐! 월급 적게 줘도 중학교로 갈래! 고등학교는 생활지도 하기 낫다며, 중학생보다 사람에 가까워서 말도 통한다며, 뭐야 이거? 누가 나한테 그런 헛소리를 한 거야, 아니 역시 이 학교가 이상한 거냐, 그래, 어디든 좋아, 이 학교만 아니면 돼! 전근!!"

****년 *월 *일, 모 고등학교 교무실 풍경.

'여러분의 해결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시다 쇼요를 말한다.  (0) 2010.08.16
저녁 눈  (4) 2010.08.10
귀중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2  (0) 2010.08.02
귀중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0) 2010.08.02
극장판 감상  (0) 2010.07.27
Posted by 유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