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공선 드라마 CD 감상문
........나의 게공선은 이러치 아나!

원작보다 좀 더 감상적이고 훨씬 말랑말랑하며 좀 더 BL적인 무언가가 탄생했습니다.
그러나 전 엘리트 출신 현 시니컬한 막장인생 노동자 이시다 아키라와 행동하는 노동자 나카무라 유이치 재미있었으며 나로 하여금 엄청난 기대를 하게 한 나카이 카즈야 좋았습니다. 사실 나카이 카즈야가 주역이었으면 좋았을 거 같습니다. 코스기 쥬로타의 이시카와 감독은 너무나 말랑했습니다.
그나저나 일본 애들 대단합니다. 이런 작품에도 살짝 BL적인 향을 가미하다니 니들 좀 너무한 거 아니냐;

그리고 이거 듣고 며칠 후 고기 양이 빌려준 뷰티풀 월드에 게공선(해공선이라고 번역해 놨던데 원작이 카니코센이니까 게공선이 맞을지도;;) 이야기가 나온 걸 보고 뿜고 말았다는 슬픈 이야기가 있습니다 으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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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프롤레타리아 문학은 꽤 재미있는 세계였다.
.......그러니까, 기둥이고 서까래고 헛소리 그만 하고 이것들아 제대로 썼으면 되잖아. 낙동강이 뭐가 어쨌다고 그걸 놓고 물고 뜯고 늘어지냐고. 피 끓는 어린 것들이 운동하고 문학한다고 난리니까 저 모양이고 결국 현대에 이르러서까지 그쪽 문학이 사람들 관심을 못 얻는 거지.
핍진한 현실을 드러내기 위해선 설득력있는 필력도 필요한 거라고. 문학성이 별 건줄 아냐. 문장 말되게 쓰는 것도 문학성이다. 그것까지 부르주아 취미로 몰아서 싹 쓸어 없앨거냐 꽉 막한 교조주의자 운동권 같은 놈들 진짜;
(주 : 카프의 1, 2차 논쟁을 참고하면 됩니다. 박영희-김기진의 개싸움에 주목하실 것.)

그 전에 조선 문학 시장에 도대체 뭐가 번역되었고 어디까지 어떻게 수용했길래 근대문학사는 판판이 망하는지 아니 그나마 시는 나은데 소설은 왜 저 따윈지 정말 알고 싶다. 없던 장르라서 그렇다고 말하기엔 희곡 쪽도 꽤 괜찮았다고. 신파? 괜찮아 누구에게나 흑역사는 있어.....아니 일역된 문학작품이며 이론을 그대로 수용한 건 똑같을텐데 왜 저러냐고 대체;; 그거냐? 번역이 문제냐? 일본 번역사가 꽤 오래되긴 했다만 그대로 수용하는 거랑 일역된 걸 수용하는 건 차이게 있겠지 그거냐?
.......조상님들 독어랑 영어 불어 안 했구나. 그래서 미국유학 다녀 온 최재서가 그렇게 활개치며 모더니즘 모더니즘 한 거고 그때부터 문학판에 변화가 있었던 거구나; 그런 거냐?

결론 : 영어공부는 하면 좋다. 음 뭔가 이상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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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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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3일 3시. 박은태 모차르트, 윤형렬 대주교 공연.

보고 난 직후의 감상과 보고 시간이 지난 후의 감상은 다르다는 걸 전제로 하고, 주로 단점 위주로 감상했다는 점도 밝혀둔다. 요 최근 이래저래 피폐해져서(여름을 잘못 보내고 사람이 엄청 까칠해졌다. 사람을 산에 가둬놓고 하기 싫은 일을 시키니 이 모양인 거다.) 정치적 공정함이고 온화함이고 다 산에다 파묻고 왔으므로 말이 좀 험할 수 있다. 미리 양해 구한다. 물론 해석은 내 마음이지만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는 거 안다.

그렇지만 이건 꼭 말하고 싶었다.

다 때려치우고. 첫번째 불만. 왜 아마데를 보고 사람들이 귀엽다는 소리를 하는 건데?
그 꼬맹이는 사실 말이 꼬맹이지 볼프강의 다른 자아인데 세상에 다른 자아가 자기 자신하고 사이 좋은 경우 봤냐고. 일찌기 윤동주는 '또 다른 고향'에서 삭아가는 백골로 자신의 자아를 묘사하신 바 있고 이상은 거울 속의 나에게 대화요청을 했으나 장렬히 씹힌 바 있다. 자아분열이 작품의 중요한 테마인 경우 갈 길은 보통 두 가지다. 화해하느냐, 불화하느냐. 그렇다면 모차르트는 자아=자신의 천재성과 불화한 자연인 모차르트가 어떻게 파국을 맞는가를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무대 장치로 아이가 들고 있는 상자며 계속 볼프강을 따라다니는 아마데가 나오는 걸로 봐서는 내가 그래도 아주 헛다리를 짚지는 않았다고 확신을 가지고 말하는 건데, 자기랑 불화하는 자아가 귀여워 보일 수 있나? 주인공은 볼프강이고 우리는 그에게 공감하면서 작품을 감상해야 한다. 그러면 시간이 지날수록 볼프강의 눈에 점점 자신과 멀어지는 주제에 아직도 자기 발목을 잡고 있는 어린 자아가 사랑스러울까, 웬수로 보일까?
암만 지가 나는 단조요 장조요 화음이고 멜로디라고 노래해 봐라. 그놈이 자기 천재성과 일치하는 삶을 산 건 어릴 때가 다다. 자연인으로서의 모차르트는 아버지와, 혁명과, 가족과 좀 더 잘 해 보고 싶었을 거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모차르트가 자신으로서 살려고 할 때마다 꼬맹이가 나온다. 꼬맹이가 안 나오는 건 대주교랑 맞짱 뜰 때 정도임. 그건 음악가로서의 자기 자신을 살리기 위해 사회와 맞설 때니까. 그 꼬맹이가 자연인으로서의 볼프강은 인정하지 않아서, 볼프강을 압박하고 압박해서 말려 죽이는 게 마지막 장면 아니었냐고. 심장에 남은 피까지 짜내서 곡 쓰고 죽는 거잖아. 자연인인 볼프강이 왜 내가 많은 걸 희생했다고 하는데.

근데 꼬맹이가 반짝이는 피아노 타고 샤랄랄라 날아가니까 "우리 하늘이 내리신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가 지상에서의 힘든 삶을 용케 버티다가 주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그의 영혼이 천국에서도 빛나기를 기도합시다 할렐루야!" 로 보일 수도 있는 문제가 생긴다니까. 아니 어쩐지 모차르트의 삶이 팬시하게 보이잖아. 결국 남은 건 천재로서의 모차르트와 그의 곡일 뿐이고, 나머지 모든 것은 사라졌습니다, 는 점은? 연출 문제라고 본다. 꼬맹이는 할 수 있는 한 성실히 연기했고 볼프강은 아이와 잘 지내다가 점점 멀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썼다. 그 놈 악마요. 사람 종자 아니라니까. 좀 더 섬뜩하게! 애가 좀 더 섬뜩하게 모차르트를 쥐어짜는 모습을 보여주란 말이다.

여담인데 우리 어머니께선 그 꼬맹이가 제일 무서운 놈인데 그걸 이해 못 하다니 말이 되냐는 반응을 보이셨다. 하지만 감상 이야기 들어보니까.........세상에 이 극의 주제가 묻혔다더라. 이래도 되냐?
그럼 도대체 이거 주제는 뭐냐고. 아버지와 대주교와 싸우는 청년의 자아 확립기? 무슨 자아탐색 시간이냐 중학교 도덕 시간이냐 어?
그건 연출에서 이런 점이 강조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가족애.
한국에서 극을 연출할 때 가족의 소중함 어쩌고 부성애 어쩌고 끈적끈적한 소리 안 하면 죽은 어머니가 무덤에서 일어나 내가 떡을 써는데 너는 왜 게임이나 쳐하냐고 두들겨패기라도 한다더냐.
......레오폴트가 아들 사랑하는 거 맞고 볼프강이 아버지한테 의지하는 거 맞고 난네를이 동생과 아버지를 위하는 거 맞긴 맞음. 인정한다. 볼프강이 콘스탄체를 사랑한 것도 인정한다.
근데 난네를은 희생하는 누나 아니지 않나. 자기는 여자고, 이미 재능이 퇴화해서, 자기 대신 천재였던 동생이 음악가로서 날리기를 바라는 거 아니었나? 시장에서 노래 부를 때나 아버지랑 대화할 때 보면 애가 현실에 안 붙어있고 지면에서 최소한 5cm 정도는 둥둥 떠 있는 캐릭터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모차르트 편 들어주는 건 결국 자기 꿈을 동생에게 투사해서 동생이 더 큰 세계로 나가라고 하는 거지. 솔직히 동생에 대해서 깊이 생각 안 했을 걸? 그 놈이 나갔다가 지 인생 말아먹을 놈인지, 자기 재능에 눌려 질식할지 안 할지엔 관심 없었다에 한 표.
레오폴트도 솔직히 아들을 사랑하기는 하지만 그 사랑이 학원 뺑뺑이 돌리고 애 과보호하면서 나는 이 애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한국 정서랑은 다른 거 아닌가? 감상하면서 자꾸 저 생각이 났단 말이다. 레오폴트의 사랑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애지중지하며 나는 너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거위 주인과 흡사한 데가 없던가 하고. 그래서 끝내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 이해하지 못하다가 환상 속에서까지 아들을 준엄하게 꾸짖게 되는 거 아닌가 하고.  
아니 여기서 서로 사랑하고 이해하는 인물이 있긴 하던가. 콘스탄체? 결국 모차르트와 불화했잖아. 쉬카네더? 흥행할 수 있는 예술가로서 모차르트에게 관심이 있지. 남작부인? 그 분 아마데랑 한통속이심.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개화시키기 위해서 있는 분이라서 그렇게 무대에서 위엄과 관록이 넘치는 모습으로 서 있는 거다. 자연인 따위는 인정하지 않는 신의 대리인이니까.
사랑하는 건 이해하는 거라고 노래하기는 한다. 하지만 절대 그거 실천하지 않는다. 이 공연 합창단이 합창을 하되 서로 어긋나는 소리를 해 대는 건 다 이유가 있다. 서로 이해하는 인물 같은 건 어디에도 없다. 다들 그냥 개인일 뿐이다.

그리고 더 열받는 건. 산만해. 쿤사마(작사자 미하엘 쿤체를 한국 팬들이 저런 애칭으로 부른다) 팬을 자처하는 몸으로 알아서 콩깍지 씌어서 보러 간 나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기왕 그럴 거면 차라리 무대에서 예술을 하란 말이다. 좀 더 음침해야 할 부분은 음침하게, 밝아야 할 부분은 미친 듯 밝게. 이도 저도 아니니까 산만하게 보이는 걸수도 있다고 본다.

가사는.......솔직히 이야기해서, 내가 기대한 만큼은 아니었다. 물론 말이 많았던 부분은 고치기는 했더라마는, 의미 전달이 잘 되었으면 그 다음에 해야할 일은 가사의 아름다움을 살리는 거 아닌가. 원 가사가 시적인 데가 있었기 때문에 그 점이 안 살아서 매우 슬펐다. 특히 별에서 떨어진 황금. 내가 모차르트에서 두 번째로 좋아하는 곡인데.......

그리고 배혜선 씨 목 많이 간 것 같더라. 1막에서 표가 더 나던데. 얼른 회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굽신굽신)  박은태 씨는 2막에서 목 풀림. 앞으로 공연은 잘 되기를 빕니다. 모차르트의 개초딩다움을 중1 남자애처럼 표현한 점은 꽤 재밌었다. 다만 모차르트들이 너무 순해서 주교랑 붙을 때 주교한테 밀린다. ......걔 또라이라고. 그냥 중1이 아니고 또라이. 그것도 연출 문제인가.......다음엔 박건형 모차르트 보러 가는데 그 때는 어떨지 모르겠다.

마이크 사고 두 번. ......이게 흔한 건 아니겠지. 다음엔 별 일 없기를 빈다.

엄청 기분나빠하면서 봤던 거 같이 보이지만, 배우들은 열심이었고, 합창단도 제법 그럴싸했으며(미하엘 쿤체의 뮤지컬에서 합창이 안 살면 그 무대 반은 실패한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잘 봤다. 처음 공연이라 아직 약간 어수선하지만 배우들 연기도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즐겁게 봤고, 어머니께 공연 보여드린 걸 후회하지 않았다. 다음에 보러갈 때를 기대할 정도면 괜찮게 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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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바사라 10화까지 잘 봤다.
사실은 "하, 하야미가 아케치 미츠히데다악? 코야스가 사루토비 사스케야? 얼레 저건 모리모리냐? 그 코쥬로? ........케, 켄신은 왜 또 박로미야앗!!!!" 이게 진짜 감상일지도 모르겠다. 여기다가 "나오에도 있다!"도 덧붙이자. (미라쥬에 나오는 그 나오에 아님. 드라마 '천지인' 주인공임.)
나 성덕 아니다. 정말이다. 미라쥬덕도 아니다. 정말이다. 다만 배경지식은 작품의 이해와 해석에 굉장히 중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리고 코야스가 상식인이라니 이게 얼마만이냐 하는 생각도 하고 다테 마사무네는 귀엽다는 생각도 하고 유키무라 말투는 적응이 안 되고.......다 치우고 하여간 뿜겼다. 전국시대에 왜 건담이 있는 거냐! 아니, 그건 혼담이지만 아무튼! 사람이 몸에서 뻘건 빛 파란 빛도 나가면서 왜 총 맞으면 아픈 건데? 등등을 생각했다.

T 님한테 2기 나올지도 모른단 소릴 들었다. ......더 할 게 있단 말이냐? 혼노지 나왔잖아? 군신과 호랑이가 건재하단 이야기는 들었는데. 하긴 혼노지에서 끝날 리 없지 픽션인데.
어쩐지 추천해주신 모 님이 모니터 너머에서 깔깔 웃고 계실 것 같다. 음. 그저 일이 바쁘니까 애니 보긴 참 좋더라는 거, 그리고 빌어먹을 1초트랜잠 후유증이 심각하더라.

솔직히 다테는 정말 귀엽고 사스케는 참 좋은 남자였다. 카스가 언니 어차피 켄신은 신겐이랑 사귀니까 그냥 일치감치 마음 접고 저 남자 잡아.

......쓰르라미 울 적에도 잘 봤지. 바사라는 그나마 성우가 취향이고 다테가 귀엽고 사스케가 깜찍하기나 했지 이 쪽은 남캐도 여캐도 내 취향이 아닌데(공포물 모드일 땐 차라리 취향이었으나......어설픈 모에는 안 하니만 못하다는 아름다운 교훈을 주었다. 대놓고 발려라 발려 그러면 안 낚이는 법이거늘. 게다가 남자들은 정말 저런 캐릭에 모에하는 거냐......남자를 무시하는 거냐!!!) 정주행을 끝내고 만화책까지 찾아봤어! 만화책이 더 무서워서 마음에 들었다. 첨엔 무서웠는데 나중엔 안 무서워서(...) 심드렁하던 참이라.

(이 짧은 포스팅을 하면서 필두 귀엽다는 말 세 번 했다.......뭐지? 낚였나? 이거 사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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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대학에서 모 포로리 선생 강의하셔서 보러 갔다 왔습니다.

강의 시작 25분전에 들어갔는데 자리 없더라고요. 복도에 사람들 바글바글거리고 통로에까지 다닥다닥 붙어앉아 있고. 그게 한 90명 정도 수용가능한 제법 큰 강의실이었는데 얼추 봐도 150명은 되겠더군요. 결국 어떻게 했냐면, 강의하시는 교단 위에 앉았습니다. 제 앞 남학생보다 제가 조금만 늦게 왔더라면 전 바로 앞에 앉아서 강의를 듣는 귀한 경험을 했을지도. 사실 이런 경험 드물잖아요.
그리고 저 같은 인간이 많았기 때문에 오늘 강의는 완전 모 포로리 선생 빠순빠돌이 모 도시 지부 연합찬양회 분위기였습니다. 완전 훈훈한 분위기였어요.

들어올 때부터 막 박수에 환호에......강의는 이 시대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대학생들 기준으로 하는 쉽고 재밌는 강의였습니다. 진보신당의 입장도 좀 들어 있고 촛불집회 이야기도 나오고......강의 이야기는 나중에 요청하시면 노트 들고 가서 요약정리 해 드릴 수 있습니다.
본인이 본인 입으로 진포로리라고 말하니까 좀 많이 재밌던데요......하지만 오늘 최고의 개그는 칼라티비 히트 친 건 제 외모 덕입니다, 하고 만국의 강사들이여 단결하라. 오빠 외모 덕 어느 정도 있어요 그거 개그 아냐!!! 근데 왜 다들 웃어요 당연한 소리 하니까 웃기냐? 앙? 이런 생각을 하다 얼른 정신을 차렸습니다. 제가 원래 눈에 뭐 씌이면 보이는 거 없는 여자라.

강의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엔 나는 왜 질문을 못 할까 한탄하며 그 학교 애들 질문하는 거 보고 있었습니다. 아 애들 어려요. 긴장해서 막 폼나보이는 거 물으려고 아등바등 애 쓰는 거 보여서 너무 귀여웠어요. 좋은 청춘이로구나.......그런데 거기서 사인받으면서 7년간 팬이었습니다 쓰신 미학책 보면서 정말 좋아했습니다 폭력과 상스러움은 좋은 책이었습니다 신간도 좋았습니다 하고고 말 한 마디 못 하고 음료수 드리면서 선생님! 이거 드세요, 하고 책상위에 밀어 놓고 도망간 너는 뭔가요 이 2n년 나이 헛처먹은 여자가.......여튼 소녀가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전화로 목격한 모 고양이님들 감사합니다. 덕분에 정신차리고 집에 와서 최대한 건조하게 이거 쓰고 있습니다.

이름 이야기하면서 한 마디 하고 음료수 드리니까 아 고맙습니다 한 마디 하고......가까이서 흰셔츠 입은 등도 봤겠다 사진도 찍었겠다.......제 손에 제 이름 적힌 사인 들어 있는 춤추는 죽음 있는 거 보니까 이게 꿈은 아닌 거 같네요. 아 즐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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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 에반게리온 극장판을 보고 나오면서 생각했다.
아, 그렇구나. 현실을 직시하고 열심히 살라는 이야기로구나.

생명의 나무고 아담과 이브와 리리스고 카오루 호모고(그 당시엔 그냥 아, 저 애 동성애 기질이 있구나 하고 생각만 했지 커플링은 생각도 못 했다. 그랬는데.......아아, 나는......! 내는.......! 지는......!) 그런 부수적인 것을 해석하겠다는 생각은 그다지 열심히 하지 않았던 거 같다. 그거 아니라도 그 때 나는 바빴다. 읽을 것도 많았고.

다시 이걸 읽고 보니까 에바 극장판이 생각이 났다. 오마쥬였나.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느낀 주제가 바뀌는 건 아니지. 오타쿠들아 고만 하고 세상 좀 살아, 하는 좋은 이야기 아니었나. 비록........젠장 저기서부터 모든 게 시작된 거 같은데, 지금 보면. 좋은 쪽이건 나쁜 쪽이건.

그냥 저렇게 보는 게 뭐든 속이 편하지 않을까 싶다. 더블오도 마찬가지.
더블오는 이것을 오마쥬했을 뿐, 진짜 이상도 이하도 없지 싶다. 아니 애초에 결론이 완전 다른데. 우리 세츠나 외계인 아닙니다? 리본즈도 외계인 아닙니다?
무리하게 인간을 개조해서 한 마음 한 뜻으로 춤추며 고향별을 싸그리 떠나 새로운 개체가 되어 우주로 떠나는 이야기가 더블오일 리 없다. 그게 내가 좋아한 더블오일 리 없지.
더블오는 이해와 소통에 대한 이야기이자 그 와중에 소년들이 성장하고 인류가 변하는 이야기니까. 생각해보면 그 유년기의 끝이란 것, 전인류에게 싸움을 건 셀레스티얼 비잉의 유년기의 끝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아무튼 이오리아 옹이 SF 빠라는 건 변하지 않는다. 다음은 파운데이션이다.

.......영어공부 좀 하긴 해야되겠더라. (먼산)  암만 손 놓은지 10년이 다 되었대도 이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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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벨룽겐의 노래를 읽었다.
직장 도서관 전전전대 사서님 도대체 뭐 하는 분이셨어요? 갈라파고스에 히치하이커에 우주전쟁에 어둠의 왼손에 마이너리티 리포트? 이거 다 뭐하자는 겁니까? 어떤 분이신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존경합니다.

그러니까 결국 처음부터 지크프리트 그 중딩 애새끼 같은 놈부터 패서 쫓아보냈으면 그런 일이 없었을 거 아냐.
요 한 줄로 나의 감상을 모두 갈음한다. 끝. (나이 먹을 수록 왜 이리 입이 험해질꼬.......)

기사도고 나발이고 하여간 진짜 초딩이더라. 계속 악랄한 크림힐트니 어쩌니 해도 결국 나쁜 건 다 저놈이잖아. 내가 저걸로 개작한 바그너의 오페라 줄거리를 어려서 읽었는데, 음 그러니까 브륀힐트가 발키리고, 지그프리트랑 사실 눈이 맞았었고 어쩌고 하는 거. 그래, 개작한 마음 다 이해한다. 저 정신적으로 문제 있는 인간을 독일문학을 대표할 주인공이라고 어떻게 전세계에 소개하겠냐. 처음부터 용맹무비한 지그프리트 위대한 군주 군터 그러는데 저런 또라이를 위대한 군주라고 부르다니 입이 비뚤어져도 그딴 소리는 하는 게 아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듣기로 저 동네 중세문학은 truiwe라고 하던가, 군신간의 관계에 기초해서 서로 신의를 다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하던데 그딴 거 안 지켜서 죄다 죽었잖아!
뭐 앞뒤 안 맞는 저놈 성격 같은 건 스루하면 별 거 아니다. 세계 어디건 구비적층성이 있는 문학은 다 앞뒤가 안 맞게 되어있다. 심청전의 심봉사 성격이 앞뒤 안 맞기로 소문난 거야 유명한 이야기니까 그렇게 이해하면 오히려 이 이야기가 반갑고 흥미롭지. 난 가끔 전세계의 문학들이 어떻게 소설의 형식으로 변화했는지 좀 더 알아보고 싶을 떄가 있다니까. 실전이 탁전 되고 가전 되고......아차 깊이 들어가지 말아야.

그 뻔뻔스러울 정도로 수컷스러운 면이 모 소설에서 가루가 되게 까일 거 생각하니까 지금 아주 즐겁다. 책이 내 손에 들어올 날이 기대가 된다. 하일트 님 글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 저거라니까. 남성들이 자랑스레 내보이는 남성성이라는 걸 제대로 까 주신다는 거. (그리고 일반적인 야오이계 감성은 아닐지도 모르지.)

사실 읽으면서 내가 더 주의깊게 본 건 활수(滑手)함이라고 번역해놓으신, 중세 군주들의 덕목에 대해 적은 부분이었다. 그러고보면 관대함이 필수덕목이었다지. 왕의 식탁에 먹을 게 없다고 소문나면 전국가적 쪽을 면치 못했다던가......중세의 교육은 교회나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니까(대학이 있었다 한들 극히 일부만이 다녔던 데 아닌가.) 이런 이야기는 교육용 자료이기도 했을지도. 요즈음의 TV가 가진 기능은 다 가졌지 않았을까.

파운데이션과 유년기의 종말과 낙원의 샘을 찾아 읽기로 했다. 이것들이 더블오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정도는 나도 알고 싶거든. 이것이 바로 덕질에서 파생되는 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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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유년기의 종말, 슬픈 아일랜드를 빌려왔고(덤으로 더 빌려온 것도 있지만 뭐 이 정도로 넘어가고) 조용히 책을 읽다가 4시 40분이 되자 자동으로 컴퓨터에 앉아 TBS를 찾기 시작했다. 뭡니까 이 놀라운 몸의 적응력은? 몇 달 하다가 안 하려니 심심하세요?

그리고 미키신이로이가 쫄딱 젖어서도 연성진을 쓰는 걸 보고 아싸!!! 를 외치고 말았다. 사실 저번 애니에서 비 오면 무능 이미지가 너무 널리 쓰이는 바람에 저 남자가 꽃수화 되는 것도 참 싫었더랬지. 이대로 계속 가 주기만 한다면 계속 따라갈 용의 있다. 하던 덕질 마저할 용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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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데인 그대들 모두 크게 휘두르며를 볼 지어다. 여기 치유계가 있으니.
......같은 또래인데(1기의 세츠나가 고1~고 2쯤 되지 않나, 저 놈들 고 1) 어쩜 저렇게 밝고 착하고 구김살이 없냐. 그래 그 나이 남자애는 저러고 살아야 되는 게 정상이지 아이고 세츠나야.

확실히 여기 나오는 애들은 전부, 굉장히 제 나이에 맞게 살고 있다. 호적만 10대지 20대같이 노는 놈들 내지는 초딩 같이 노는 놈들이 얼마나 많은지 우리는 안다. 그런데 얘들은 정말 고등학생이다. 그 나이 평범한 남자애들이 지들끼리 장난치고 웃고 떠들고 화내고 노는 모양이 너무나 실감나서 좋았다. 작가는 그 나이 애들을 잘 알고 있는 게 틀림없다.
냉정해 보여도 은근히 애 같은 데가 있는 아베도 좋고 미하시 사람 되는 것도 좋고 감독님 사람 정말 괜찮고 매니저 아가씨 귀엽고 하루나는 적당히 싸가지 없는 게 딱 사춘기 소년이고, 하지만 내가 누구를 가장 좋아할지는 조금만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바로 그 애다.
하나이, 하나이! 덩치만 커서 하는 짓은 완전 고1 남자애! 좀 어른스러워 보이는 고1 남자애!

교실에서 선생에게 가장 사랑받을 타입이다 하나이는. 그 애가 달리 주장인 게 아니다. 선생들과 학생들 모두에게 신임받을 수 있는, 한 학교에서 3년에 한 놈 볼까말까 한 귀한 인재인 것이다! 아베는 선생들이 좋아는 하겠지만 신임하지는 않는, 어른스러운 아이지만 약간 걱정되는 타입, 타지마는 수업 중에 이상한 말만 안 하면 얼마나 귀여울까 타입, 미하시는 걱정이 늘어져서 교무수첩 보면 한숨 나오는 타입.

근데 나는 이거 애니는 안 봤는데 애니가 참 좋다더라. 그래서 볼까 하다가 굳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크게 휘두르며 애니 각본가 이름은 쿠로다 요스케, 감독 이름은 미즈시마 세이지 츠토무. (어제 밤에 이거 쓰고 확인해보니까 다른 사람이더라고요. 이야기해주신 Lib 님 감사합니다.) 어디서 많이 본 이름이네 호호 동명이인일거야 호호호. 아니 원작의 따끈함을 잘 살렸으니 쿠로다 맞는 거 인정한다. 그럼. 작품의 맛을 잘 살려야 좋은 감독이고 각본가지.
그런데 왜 그런지 기분이 묘하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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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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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신과 호모신이 매우 너그러우사 나를 위해 여러 텍스트를 내려주시어, 은총에 감사하며 테메레르 읽고 있다. 2권 막 시작했음.
윈디 언니가 이거 꼭 읽어보라 하셨을 땐 이유가 있는 거였다. 수상쩍고 수상쩍고 수상쩍고 수상쩍더라. 시절이 좋아진 건지, 출판업계가 미친 건지, 대세는 호모인 건지 원. 아니 셋 단가? 간밤에 월어 감상문 쓰고 바로 손을 댔는데 이건 진짜 뿜기고 뿜기고 뿜겨서 참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어떻게 하루동안 손 댄 책이 죄다 호모책일 수가 있단 말인가. 반은 알고 고른 거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라서 더 충격적이었다.

테메레르가 암컷이거나 로렌스가 여자였다면 차라리 덜 민망했을 거다. 대놓고 쟤는 내 꺼라고 찍어 이야기를 안 하나 서로 없으면 죽고 못 살지 않나 용의 날개 안에서 새장 같이 편안하다고 하질 않나(저 말 너무 충격적이라서 기억하고 있다. 너 새장이 편안한 거 어떻게 아니?) 아니 이런 호모물이 신문에 전면광고가 난단 말이야, 이 나라에서?

내가 전쟁사는 잘 모르는데, 나폴레옹이라던가 18세기 영국의 분위기라던가 요런 게 잘 느껴지는 점은 좋았다. 묘하게 야만적이고 무식한 영국인들 귀여웠다. 그 상황에서 테메레르가 그렇게 진보적일 수 있는 게 신기할 정도로. 하지만 로렌스, 개가 그런 건 당신 탓도 있다니까. 당신도 사교계 도련님 주제에 남다르거든. 자신이 속한 조직을 버리고 새로운 것에 헌신하려는 자세를 아무나 갖추는 게 아니지.

테메레르 2차창작 페이지가 왜 있는지 이해했다. 전에 조선용 광해랑 지귀 이야기는 그냥 읽었는데 이제 그게 예사롭게 보이지 않아!!!
하지만 정말이지 조선용들이 성리학에 심취해서 기대승과 이황 사이에서 편지 나르면서 사단칠정론을 이야기하고 이기론을 이야기하는 게 땡긴단 말이다. 영남 산간지방에 사는 체구는 조그만 주제에 꼬장꼬장하기 이를 데 없는 용들이 서원에 모여앉아 심심하면 시를 읊고 예기니 효경이니 하는 걸 읽고 대학을 읽으면서 날 세운 토론을 하는 게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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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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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요새 독서일기를 통 안 쓰긴 했는데 이거 하나만큼은 꼭 써야겠다. 미우라 시온의 <<월어>>다.

3대째 고서점을 운영하는 혼다 마사키와 그의 어릴 적 친구이자 고서점 도매상인 세나가키 다이치.
두 청년의 사랑 어쩌고 하는 소리를 보고도 이걸 도서관에 들인 내가 미친 거 인정은 한다. 설마 이런 이야기일 줄은 정말이지 몰랐다.

리오우 이후로 이렇게 노골적인 BL 출판물은 처음 보겠다. 아니 차라리 리오우가 건전했어! 이건 대놓고 소프트 BL이잖아. 게다가, 정말로 정말로, 내 글 보는 눈을 걸고 맹세하는데 이 글, 분명히 어딘가에 18금 버전이 존재할거다. 분명히 혼다 마시키랑 세나가키 다이치는 같이 자는 사이다. 절대 억측도 아니고 망상도 아니다. 증거라면 행간에 아주 차고도 넘친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노골적이다. 이불 붙이고 자지도 말고 자고 간다는 말에 얼굴 붉히지도 말고 대놓고 뜨거운 밤이라고 말할 때 식탁 밑에서 정강이 걷어차지도 마라.BL 잘 모르는 내 눈에도 저거 클리셰 중의 클리셰다. 게다가 노골적으로 끈끈한 주제에 절대로 서로 어떻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게다가 서로 일이 꼬여서 제법 글 전개에 중요하고도 치명적인 사건이 벌어졌던 사이 주에에 어찌나 다정하고 사이가 좋은지 난 가끔 저 두 놈의 정신상태가 무섭다. 이게 무슨 치유냐 서로 죄의식과 공범의식을 공유하며 비겁하게 상대방을 훔치는 사랑이지. 그래놓고 서로 집착하면서 상대방이 자기에게 집착하는 걸 보면서 안심하지 말라니까. 그런데 저런 주제에 표지문구는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며 펼쳐지는 아름다운 이야기, 랜다. 이거 모르는 사람이 보면 깜박 속겠어. 두 청년의 사랑이라는 표지 문구도 청년 둘이 알아서 다른 사람 사랑하고 다니는 이야긴 줄 알았으면 알았지, 두 청년이 서로 사랑한다고 생각이나 하겠냐!
그리고 군데군데, 분명히 사이에 뭐가 있었는데 들어낸 것 같은 부분이 좀 있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 분명히 씬이 있었는데 출판물이 되면서 씬은 짤렸다고. 이 작가가 BL 좀 봤을 거라는 혐의를 받은 걸 난 이제서야 알았지만. 대놓고 야하지는 않은데 은근히 야해서(뭔 소리냐;) 마음에 들었다. 씬 넘치는 것도 사실 그렇게 취향은 아니라서 BL을 쓴다면 이런 식으로 써 보고 싶었다.
(그래 사실 씬 못 쓴다. 글재주가 없거든. 하지만 씬 없으면서 야한 게 더 어려운 법이라 언제나 그런 걸 써 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음 좀 다른 방향에서 보자면 고서점에 대한 이야기 자체도 좋았다. 내가 고서점 취향이라서. 우리 모교 뒤에 있는 중고서점 합동서점에 가서 몇 시간이고 노는 걸 좋아한다. 지금은 거의 못 갔지만.그리고 정말로 책은 사람을 부른다. 농담이 아니고 정말로. 가끔 서점에서 책이 나를 부른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말하는데 진짜다. 불러서 가 보면 원하는 게 있을 떄가 가끔 있다. 물론 나는 책에게 사랑받는 사람은 아니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누구나 한번 쯤은 책이 자신을 부른 경험이 있을 게 아닌가. 작가가 그런 걸 써 본 게 아닌가 하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렇다고 아주 취향인 작품이었냐면 또 미묘하게 그건 아니고. 단편 하나가 취향에 살짝 거슬렸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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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요약 : 여자로 태어났으면 저 정도는 되어야지 여자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법.

솔직히 21세기나 되었는데 여자들이 죄다 나약해 빠져가지고 울고 소리지르고 고민하지 않으면 도대체가 뭘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내심 매우 섭섭했다. 리나 인버스 급 괴수레벨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이건 좀 심하지 아니한가. 그간 페미니즘이 성장해 온 결과가 고작 이거라니 이것은 남덕후들이 애니판을 점령한 결과라고 쳐도, 여덕후들이 보는 작품 속의 여자들까지 나약한 건 너무나 비참한 일 아닌가. 특히 여성향연애시뮬레이션. 도대체 어쩌면 그렇게 여자들이 수동적인지.
내가 별 불만이 없을 만큼 멋진 언니들이었다. 리리나 님(저 분을 부를 때 님 자를 빼먹으면 안 된다는 말씀을 해 주신 분들이 계셨다.)이라든가 젝스 찜쪄먹을 가능성이 있는 노인이라든가 샐리 소령이라든가. 요즘 나오는 작품들 반성 좀 해라.
이 작품이 여성향 건담 소리를 듣는 것은 이런 이유도 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한 여성향이란 커플링이야 어쨌건 여성의 시각이 반영된 작품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로선. 아울러 우주세기 적부터 팬이었던 분들에게 평가가 그다지 좋지 못한 것도, 그 팬들의 다수가 남자라서가 아닐까 하는 아주아주 비뚤어진 생각마저. 암 내가 비뚤어진 거겠지.

8화까지 본 감상 :
얘들아 함부로 카미카제 같은 거 하는 거 아니다!
장미목욕신으로 사람 비웃음을 산 트레이즈. 너 보기보다 하는구나?
젝스, 그레이엄과라고 불렀던 거 미안하다. 진심으로 사과한다. (너보다 트레이즈가 그레이엄과였어;; )
히이로야, 내가 건담이다, 한 마디 해 보지 않으련?
소년들의 좌절은 참으로 땡기는 소재이다. 이 작품이 왜 세기를 풍미했는지 좀 이해가 가네.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우페이가 참으로 그럴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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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중학교 권장도서나 명작동화 중에는 도대체 이걸 애들 읽혀서 뭘 어쩌겠단 건가 싶은 책이 많다.
오늘 소개할 책도 어지간한 학교에서 권장도서로 다 삼고 있는 문제의 책 '마당을 나온 암탉'이다. 내가 지금 좀 정신이 없어서 말이 오락가락 하겠지만, 늘 그런 상태 아닌가.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시길 바란다.

우선 내 취향도 좀 밝혀야겠는데 내가 죽은 사내보다 더 좋아하는 게 유사가족이다. 유사가족 이야기만 나오면 열심히 읽고 보고 불탄다. 죽은 사내라고 다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유사가족은 거의 다 좋아하는 편이라서. (그런데 죽은 남자라고 다 좋아한 거 아니라고 말하기 무지하게 찔리긴 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캐릭 중엔 산 남자도 많다, 정말이다.)
여튼 유사가족이 좋아서 은혼도 좋아하고 룬의 아이들도 좋아하고 블리치도 좋아했다......이치고와 루키아는 유사가족이 되어줄 수 있을 줄 알았거든. 썩을 작가.

저 이야기는 여성성과 유사가족과 자연의 순환에 대한 슬픈 이야기이다. 내용 왜곡도 약간 있다.

주인공 잎싹은 양계장에서 하루하루 알을 낳으며 갇혀 살다 마당의 암탉이 수탉이랑 병아리 까서 아기들 데리고 산책하는 걸 보고 너무 부러워서 자신도 병아리 한 마리 까 보는 게 소원인 암탉이다. 그러나 주인은 매일 자기가 낳은 알을 가져가고, 사육과 착취에 항거하기 위해 잎싹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 단식투쟁과 파업을 한다. 그렇다 파업이야말로 노동자의 인권을 찾기 위한 기본 중의 기본. 그러나 매정한 자본가 농장 주인은 잎싹을 폐계로 알고 살처분해 버린다.
죽을 위기에서 족제비에게 먹히기 직전, 농장 오리떼들 틈에서 살고 있는 식객 청둥오리 덕에 목숨은 건져서 다시 농장에 돌아오지만 여위고 볼품없는 암탉이라 마당의 수탉가족에게도 외면받고(여기에서 우리는 일반적인 소시민가정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것인지 알 수 있다. 다자이 오사무도 그렇게 말한 바 있다. 흠흠.) 오리떼들에게도 외면받지만, 밭에서 직접 노동하여 음식을 얻는 기쁨을 누리며 저 나름대로는 행복하게 산다. 생애 최초로 맛 본 자유로운 노동의 즐거움이어서 마당에서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한다. 비록 암탉의 본분은 알낳기이니 아이를 낳을 수 없는 폐계=여성성을 상실한 너는 더 이상 가족과 사회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묵시적인 괴롭힘에 시달리고 있지만.
사회의 불합리한 기준 때문에 괴로워진 잎싹은 마당을 떠나 대나무 숲으로 가서 자기 집을 만들지만, 그 곳에는 족제비가 있다. 친구인 나그네 청둥오리는 하얗고 예쁜 오리를 만나 살림을 차렸고, 외롭게 살아가던 잎싹은 어느 날 숲 속에서 오리의 비명소리를 들었고, 얼른 가 보니 그 곳엔 예쁜 알이 있었다. 잎싹은 엄마 없는 알을 자신에게 준 선물로 알고 열심히 알을 품고, 그 후로 자기 둥지 옆에선 나그네 청둥오리가
밤이면 밤마다 왜 그런지 시끄럽게 떠들어댄다. 청둥오리와 잎싹은 서로 알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너는 열심히 살고 있다고 격려를 해 주지만 왜 그런지 오리는 하얀 예쁜 오리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혹시 알이 깨어나거든 여기는 위험하니 호숫가로 거처를 옮기라는 말을 해 주고, 얼마 후 청둥오리는 집을 습격한 족제비에게 먹힌다.
어쨌건 알은 무사히 깨어났으나 오리발에 오리부리를 가지고 태어났다. 닭들은 어떻게 닭이 오리새끼를 키우냐며 잎싹을 성토하고 마당 오리들이 그 아이에게 오리의 정체성을 일깨워 줘야 하므로 우리 오리가 아이를 키워야 한다고 요구한다. 나그네는 야생오리라 죽었으니 이 아이는 죽지 않게 하겠다고. 하지만 잎싹은 제 힘으로  자기 아들 초록머리를 키운다. 족제비와 싸워 이기고, 힘들게 먹을 것을 얻고. 아이는 혼자 힘으로 날 수 있게 되고 헤엄도 칠 수 있게 되어 뿌듯해 하지만, 아이가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마당 오리들과 합류하려고 한다. 아이의 결정을 존중해 준 잎싹. 그런데 자기 아이가 마당에 묶여 있는 것이다. 사악한 자본가 집 주인이 아이를 날지 못하게 하려고 묶어두고 살찌우는 것이다. 족제비까지 아이를 노리는 것을 알게 된 잎싹은 아이와 함께 도망가고, 호숫가에 가 보니 자기 아이와 똑같이 생긴 오리떼가 있다. 족제비는 날로 여위어 가고 잎싹은 늙어가고 아들은 자란다. 잘 자라서 무리의 일원이 된 아들은 멀리 가 버린다. 자신도 날 수 있는 새였다는 걸 깨달은 잎싹. 추운 겨울이 되었고 그간 자신과 싸우던 족제비는 새끼들을 둔 엄마가 되었고, 잎싹은 그 새끼들이 굶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걸 빌미로 족제비를 협박한 적도 있으니까. 이제 아들도 떠나고, 마지막 소망은 하늘을 날아 멀리 가 보고 싶은 것. 잎싹은 족제비에게 물려 죽으며 족제비의 어리고 작고 배고픈 아이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몸이 가벼워져 하늘을 날며 땅을 굽어보니 여윈 닭을 물고 힘들게 걸어가는 족제비가 보인다.

아니 도대체 초등학교 고학년 내지 중학교 저학년 용 권장도서 주제에 애들한테 얼마나 많은 걸 요구하려고 저 따위를 썼는지 정말 알고 싶다. 게다가 출판사는 동화전문. 아니 결말은 제법 동화답고 작위적이고, 물론 내가 좀 오버해서 읽은 경향은 있긴 하다. 하지만.
도대체 왜 동화에서 늙고 힘 없고 아이를 낳을 수 없어 사회에서 여성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여성이 자신의 여성성을 찾아서 여신이 되는 이야기를 쓰고 있는 거냐? 자연의 순환이야 시튼 동물기에서 질리도록 읽긴 했지만 죽어가면서 마지막으로 보는 게 자기 시체 물고 가는 족제비? 왜 이렇게 담담해?
그런데 어쩐지 뒷골이 팍 땡기는 듯한 기시감 받은 거 없나?
동화를 읽고 염장 질려본 경험이 한 번도 없나? 너무 슬퍼서 훌쩍거리며 책을 읽어본 적은? 어릴 땐 그냥 읽은 동화 어른 되어서 읽고 펑펑 울어본 기억은?
그렇다, 내가 동화라고 좋아했던 것들이 죄다 저 따위였다. 나는 에이브 팬이다.

애초에 저딴 목록을 만들어 학교에 뿌리는 놈들이 죄다 나쁜 놈들이다. 동화를 쓰는 작자들은 애들을 좋아하는 게 절대 아니라니까. 저런 사악한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동화의 틀을 빌려온 것 뿐이다. 어린애를 싫어해서, 혹은 자기 같은 인간들을 키워내기 위해 저런 걸 만들어서 애들한테 트라우마를 만들어 주는 거다.

내가 자신있게 저 인간들을 성토할 이유가 있다. 에이브 읽고 자란 아이들이 동인녀가 될 확률이 높다 하지 않은가. 그것도 창작 좋아하는. 그걸 증명할 수 있는 여자들이 내 주위에 좀 있다.
동화작가들의 본모습을 형상화한 것, 그것이 드롯셀마이어라는 예를 프린세스 츄츄에서 잘 보여주었음에도 이렇게 이를 가는 걸 보면 나도 참 학습능력 없다 싶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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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 가서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에이브만 죽자고 읽고 왔다는 이야기.
그 놈의 책 나하고 동갑이더라.

우리 집에 있던 에이브는 이가 제법 빠진 물건이라 내가 못 읽은 게 상당히 많다.
그 중 하나가 오늘 내가 읽은 <먼 황금나라>인데 이거 분명히 아동용인데 웬 호모들의 슬픈 치정극이 벌어지는 걸까.

주인공인 쿠시는 잉카 귀족집 아들네미인데 주워온 애다. 쿠스챠라는 여동생이 있는데 둘이 눈이 맞는다; 남녀커플 근친물인가 싶지만 저 커플링이 설득력이 떨어지게 만드는 강적이 있었으니, 황제의 둘째아들이자, 잉카의 마지막 황제인 사람. 학교생활부터 등장하는데 외모묘사부터 눈빛이 형형하고 어쩌고 아주 찬양을 해 마지 않는데, 쿠시가 친하지도 않은 황자님 죄를 뒤집어 쓰고 얻어맞을 정도로 매혹될 만큼 사람이 괜찮다고 묘사된다.
그러더니 저 황자님이 분홍색 바탕에 흰 줄이 몇 개 들어간 예쁜 돌을 쿠시에게 준다.
"이 돌은 우리 어머님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면 좋다고 하신 돌이다. 너에게 줄테니 네게 사랑하는 여자가 생기거든 줘라."
.......쿠시는 아무 생각 없이 그 돌을 받았다. 여보세요?
아,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라고 준 돌이라잖아 사랑하는 사람에게! 거기서 아무 느낌도 없냐 넌?
후에 저 놈이 여동생 좋아한다고 삽질하다 황자에게 저 돌을 돌려주자 용기가 없는 남자라고 질책하면서 돌을 돌려주는 대인배 황자님. 심의검열 때문에 희생된 비극적인 사랑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아무튼 쿠시는 제 1황자 밑에서 일을 하는데 황자가 쿠시보고 자기 있는 데 오라고 난리도 아니다. 막 보고 싶은 티를 팍팍 내면서. 그러니까 제1 황자가 그런 말을 한다.
"그렇게도 동생이 좋은 게지" 저 대사가 끝나고 한참 후에 대놓고 동생이 밉다는 말도 한다. 난 여기서 얘 놓고 전쟁 일어날 줄 알았다. 결국 형제간에 전쟁이 나고 동생은 형을 몰아내고 자신이 황제가 된다. 쿠시는 이미 여동생과 결혼하고는 귀족 때려치고 농민이 되어서 살고 있는데, 피사로가 와서 황제를 감금한다. 황제의 측근인 동생이 형을 설득하러 온다. 옥에 갇혀 눈빛도 스러지고 긍지도 잃은 왕이 딱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쿠시를 보는 것이라고. 지금 유일한 소망은 그거라고. 이 놈은 농민으로 산다던 말이 무색하게 바로 황제에게 달려가서 그를 살리기 위해 금을 모으러 어느 마을에 갔다 죽어버린다. 그 후 황제도 교수형을 당했고.

황제에 대한 넘치는 빠순심과 호모스러움에 표지를 다시 보니 아니나 다를까 작가는 일본 여자였다. 작가가 쓰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던 거다. 팬픽 쓰다 애정이 북받쳐 오르는데 시간이 없고 여유가 없어서 이야기를 막 우겨 넣어서 그렇다. 여동생 이야기 빼고 황제와의 절절한 호모극으로 묘사했으면 완성도가 훨씬 높았으리라.

다행이다. 유치원 때, 국민학교 때 저걸 안 읽어서.

그 외에 읽은 것 : 한밤의 아이들이라는 음울한 스웨덴 청소년소설. 애들이 가난 때문에 범죄에 접근하고 있는 자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과정이 사실적이었다. 스웨덴 책에 대한 편견 생길 지경이다. 린드그린 여사 빼곤 다 음울한 거 아냐?
밀림의 북소리라는 아프리카의 야성성과 매혹을 보여준 동화. 읽고 나니 왜 팜이 생각나나.
이를 악물고-어려서 재미없다고 때려치운 책이었구나 그러고 보니. 프리드리히를 읽고 나니 저게 시시하더라. 뭐 소년들 간의 우정은 좋았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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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 정리 :

켈트 옛 이야기 : 켈트 민담을 정리한 책. 어릴 때 읽었던 것과 중복되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동화 중 임금님 뱃속에 들어간 짐승인지 걸귄지를 떼내겠다고 들려주는 음식과 음식과 음식의 향연 이야기 참 재미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 이야기를 읽으면서 참 맛있게 들리긴 한다만 유제품과 고기 뿐이니 참으로 느끼하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 나는 버섯도 좋아하고 나물도 좋아하거든. 두부도 정말정말 좋아하고. 여담이지만 국수와 두부를 처음 만든 인간이 천국에 안 가면 누가 천국에 간다는 거야. 인류에게 얼마나 큰 기여야 저게.(개인적인 생각이니 국수와 두부가 싫으신 분은 안 읽으신 셈 치세요, 죄송합니다.)
이 쪽 동화를 읽다보면 이 동네에 왜 히스풀이 많은지 알 것 같다. 아니 히스풀이 많은 걸 보니 동화를 알겠다고 해야 맞겠지. 마비노기가 참 맥락은 잘 잡았어.

에이브 - 칼과 십자가
칼이 녹슬고 무디어졌지만 그래서 십자가가 될 수 있었다. 처음에 나왔던 칼이 그런 비유로 쓰이다니 역시 이 책을 읽고 자란 애들이 글에 흥미를 가지는 것은 우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비유와 상징을 몸으로 깨칠 수 있지 않나. (어째 과장이 심한 듯 하나 넘어갑시다.)
아이가 여러 가지 사고로 종교적 조직에 흘러들어가게 되고, 삶의 부조리를 배우고 조직 자체에, 신에게 의문과 분노를 품게 되고, 그러다 죄를 용서할 수 있게 되고, 자신의 죄를 용서받게 된다는 줄거리는 흔하지만 마다의 이야기에는 흡인력이 있었다. 그렇게 거창하지도 않으면서 이 사람이 어떻게 다시 돌아갈 것인가, 이런 걸 생각할 수 있게 해 주는 구성이었달까. 역시 밑바닥에 떨어져 본 사람은 삶을 안다. 주인공 마다의 이름은 여우라는 뜻이라고 한다. 여우라니 연상되는 바가 있어 즐거웠으나 마다는 켈트인, 그 사람은 슬라브계. 하여간 내가 식은 것처럼 보여도 식은 게 아니라니까.

카스테라, 박민규
이 사람이 그려내는 루저들은 나로서는 따라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카스테라에서는 으응, 하다가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중 ‘수학은 되지 못하는 나의 산수’라는 대목에서 정말 속에서 뭐 튀어나오는 기분이 들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수학은 되지 않고, 그나마 산수라고 제대로 하기나 하면 또 말도 안 하지. 오리배를 타고 멀리멀리 떠나버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고시원 이야기는 과장 좀 섞어 눈물 없이 읽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그 기분을 알지.아침 해 뜨는 거 창문으로 볼 수 있는 방이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고시원 자체가 워낙 막장에 루저스러운 곳인지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며 거기서 겪는 이야기는 모두 슬펐다.
이렇게 먹먹한 마음을 그려내는데 요즘 젊은 작가들은 세태를 모른다, 자기한테 매몰되었다고 말하는 평론가, 나랑 이야기 좀 하자.

살림지식총서, 양주 이야기
술 공부하려고 봤다. 위스키며 브랜디며 하는 거야 워낙 유명하다만, 스카치위스키나 코냑은 아주 상표별로 설명도 적어놨더라. 내가 이름만 들었지 제대로 술 맛을 구분할 수 있을 만큼 마셔봤을 리 없잖은가. 덕분에 공부가 되었다. 마시기 편한 술은 다 위스키였구나.

갈라파고스, 커트 보네거트
이 작가가 혹시 팜에 인용된 그 문장을-Everything was beautiful, and nothing hurt. - 쓴 그 작간가? 했는데 그 작가다. ........저거 내 생각보다 훨씬 무서운 문장이었다? 학교 다닐 때 안 한 것 중 가장 후회가 남는 것이 외국 문학 하나 부전공해보지 않은 것인데 일문학이나 중문학, 하다 못해 영문학이라도 부전공했으면 내가 문학을 보는 시선은 지금과는 또 달랐을 것이고 내가 접할 수 있는 작품 수도 굉장히 늘어났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린애 치기 따위 이래서 쓸모없다.
서술방식이 독특했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 작가의 시각도 마음에 들었다. 전에 썼듯이 큰 두뇌 따위 있어봐야 지지고 볶고 하는 데나 쓰이는 거 아닌가. 인류의 진화 방향에 대한 시각도 재미있었고, 하필 원폭의 영향으로 인류가 다른 방향으로 진화한다는 이야기는 어떻게 보니 남 이야기가 아니더라. 점점 항생제가 듣지 않는 몸이 되는 거나 뭔 차이가 있겠어. 그리고 서술자의 아버지가 언젠가 어딘가에 나올 줄 알았다. 꼭 나오기를 바랐다고 하는 게 맞으려나. 다음에는 위의 저 문장이 나왔다는 제 5도살장을 꼭 읽어야겠다. 진짜 취향이다. (결국 주문했음)
덧. 그리고 마이클 네거트. 독일계였지. 혹시 그런 이름이었냐, 혹시 했건만 역시나였다. (서점에서 판타스틱 2호 보는데 마침 저 이야기가 나와서 책에 뭐 뿜을 뻔 해다.)

살림지식총서. 학계의 금기를 넘어서
문화비평이나 근대화 이야기나 그런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쓴 책인 듯 한데 글쎄 사실 논문 형식에 사로잡혀있다거나 비판이 없다거나 스승을 건드리지 않는다거나 하는 건 사실 맞다. 그래도 근대화에 대한 탐구가 일본의 아류건 뭐건 그걸 탐구하려는 시도 자체는 좋은 거 아니겠나. 문화비평 어쩌구 하는 이야기는 사실 잘 실감이 안 갔고.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무라카미 하루키.
이제야 쥐가 왜 계속 글을 썼고 나는 왜 레코드점 아가씨를 만나고 헤어졌는지 이해가 가는 기분이다. 이 사람 글에서 죽은 자는 자라지 않는다는 대목을 볼 때 마다 철렁한다. 내가 저런 부분 때문에 하루키를 좋아하지. 그나저나 요즘 쓴 거 한 번 읽어봐야 되는데.

오란고교 호스트부 10권.
어이구 카오루 이 불쌍한 놈아. 좋아한다는 걸 자각하는 캐릭터의 자기고백은 언제 봐도 참 마음이 아프지만 이번 경우는 진짜 뜨끔했다. 너무 시기 적절하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아이의 마음을 저렇게 확 터뜨려 버리다니.

누나는 짱, 1-15권
바람의 빛 작가의 작품. 이 작품을 보고 패턴을 알았다. 작가분 히지카타 같은 남자 좋아하시죠? 그런데 여주인공은 오키타 같은 남자랑 엮어 주시는 거죠? (사이토 같은 남자는 나오지도 않는다는 게 너무나 마음아프다.) 완벽주의자에 얼굴은 완전 히지카타 판박이에 속으론 어린애면서 아닌 척 하는 게 참 히지카타더라. 같이 아이돌 뛰는 애는 영 감정표현 서투르고 여자한테 말로 상처주기 좋아하고 둔한 게 오키타랑 비슷하더만. 내가 오키타는 나오지도 않는 만화 보면서 왜 기시감을 느껴야 하는 거냐 이 작가!
아이돌 그룹 이야기이면서 설득력도 굉장하고, 여전히 연출은 멋지고, 급전개 좋아하는 것도 똑같고; 바람의 빛도 앞으로 어떤 급전개가 나올지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겠다.

이 외에도 읽은 거 제법 되는데 뭐 읽었는지 기억이 막 가물가물한다. 큰일났다.

본 것들

오오쿠 : 드라마 오오쿠다. 요시나가 후미가 드라마 열심히 본 티가 난다 말씀하시는 분이 계시기에 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이건 원작이 드라마인 패러디만화였던 거다. 그 와중에도 어라 교토 말이라고 말꼬리가 다 ~どす는 아닌가보네 했던 나. 사츠마 사투리는 동막골에 나오는 강원도였다. 메이지 유신과 일본 근대화는 강원도의 힘이었던 것이다. 여하간 여자들이 기를 쓰고 싸우는 모습을 보는 건 재밌다. 성에 갇혀서 낙이라고는 오로지 먹는 것과 입는 것 뿐이라는 대사에서 이래서 요즘 여자들도 일에 지치면 지르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닥터후 3시즌을 볼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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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 이시영의 한 눈에 반하다를 보는데 한새라는 남자애가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읽고 있더라. 참고로 어제 저 책을 사왔다. 너무 웃겼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한 눈에 반하다를 꾸준히 읽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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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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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릴 미 A 페어 : 그냥 에로했습니다. 제 옆에 계시던 온화한 중년부인들께 죄송할 만큼.  ......세상에 대 놓고 내 사랑이라네요? 나중에 듣기로 컨셉이 에로였다나요. A열에서 봤는데 제발 옷 속에 손 좀 그만 넣으시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더이다. 스트레이트 남자 둘이 에로연기를 하려고 마음먹으면 저런 게 나오는 겁니까? (스트레이트 남자들이 녹음하는 BLCD 듣고 자란 주제에 말 많다.)

사실 대사 심히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세상에 씨발 넌 졸라 천재야가 뭡니까? 무릇 자기네가 천잰줄 아는 찌질한 고교생-대학생들의 대화는 그게 아니죠. 게다가 20세기 초라며. 걔네는 위악을 떨어도 남들 눈엔 아주 재수가 없어 보이는 꼴로 위악을 떨어댄단 말이죠. 욕도 쟤네가 하면 양아치들이 하는 것 같은 맛이 안 나요. 저것들이 말을 하면 김혜린이나 김진 만화 나레이션을 생으로 들을 수 있단 말입니다. 절대로 남들 하는 것처럼 말하지 않아요.
게다가 뭐랄까 그래도 나름 천재라며, 그럼 천재같이 굴어야죠 왜 제 눈엔 쟤네가 하는 짓이 동네 초딩들 불장난으로 보일까요? 하버드 대학은 천재들이 가는 데가 아니에요 공부 열심히 한 애들이 가는 데지. 그런 단어 몇 개 집어넣는다고 걔네가 천재가 되는 줄 아십니까? 진짜 천재는 안 그래요.
반전은 초반에 감 잡았고, 그러니까 하일트님이 쓰신 글 보면서 설마 했던 게 모두 사실이 되어서 마음이 아픕니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대사고 대본이고 마음에 안 찼다 그겁니다.
필로우맨은 번역 그렇게 싫지 않았는데-오히려 좋았는데. (같은 사람이 했더이다.)

애들의 심리 변화나 주연배우의 연기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나'-네이선은 감옥에 있으면서 세상 자극에 무뎌지고 감정이 사라졌다는 느낌이랄까, 꼭 빛바랜 사진 같은 인물이다가도 과거로 돌아가면 생생해지는 맛이 있었지요. '그'-리처드는 뻔뻔하고 찌질했고 주도권이 있었다가 점점 평면적으로랄까 색채를 잃는달까 그런 부분이 좋았고요.

처음에 올렉 리처드에 우베 네이선을 생각했는데 저거 무효할랍니다. 차라리 세르칸 리처드에 카스텐 네이선이 어떨까 싶은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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