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문답.
아르카 님께서 고전과 슬레이어즈를 주셨고 윈디 언니가 데어토트를, 유민호가 죽음을 줬습니다. 따로 하려다 게으름증이 도져 그냥 같이 할까 하옵니다.
■ 최근 생각하는『데어토트/(혹은)죽음』
1. 엘리자베트를 보며 데어토트테라피(...)를 해 본 결과 제 10대 시절을 지배하고 있던 건 역시 죽음 맞나봐요. 그리고 저는 거기에 강하게 매료되어 있었고요. 저 역시 그걸 사랑하고 있었나봅니다. 지금도 조금 각별한 상대이긴 합니다만.
2. 무서우십니다. 속을 알 수가 없어요. 루돌프에게 Ich bin ein Freund 랬지 Dein Freund라고는 안 했다는 점도 무섭습니다. 절대로 거짓말은 안 하는데 감언이설에는 능합니다. 초자연적 존재죠. 저는 죽음이 무슨 감정을 느낀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그대로 비춰줄 뿐이라고 봐요. 루돌프의 감정을 투사하고 시씨의 우울증을 투사하고 프란츠 요제프의 불안을 그대로 돌려주고. 그래서 죽음이 무섭습니다. 본인은(본인?) 어찌보면 진짜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에요.
■ 이 『데어토트/죽음』에는 감동
1. 지금 저더러 죽음보고 감동하라는 말씀이십니까. 예나 지금이나 제게 죽음은 매혹적이지만 동시에 무섭고 추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애증의 대상에겐 감동 안 합니다.
2. 올렉 빈닉의 죽음은 제가 생각하고 있는(인지 있던인지는 좀 생각을 해 봐야겠습니다. 하지만 있는이건 있던이건 별 차이는 없어요. 어쨌건 대본을 읽고 수영장 영상을 보고 심봤다를 외쳤으니 말이죠.) 죽음상과 99% 일치해서 감동했습니다. 난폭하죠 사납죠 폭력적이죠 여러가지 얼굴로 웃을 줄 알죠 미인이죠 유혹적이죠 야하죠 인간 같지도 않죠 올렉 죽음이 아니었으면 제가 지금 이러고 있지도 않았을 겁니다, 쿤사마에게 낚이되 빠순이는 안 되었을 거예요.
■ 직감적『데어 토트/죽음』
1. 아름답지만 싸늘한 미소.
2. 올렉 빈닉. (나 나중에 저 사람이 다른 연기 하는 거 보고 적응 못 하면 어떡하나 걱정한 적도 있어요.)
■ 좋아하는『데어토트/죽음』
1. 죽음을 좋아한다고 말하려니 좀 기분이 묘한데요. 굉장히 우울할 때면 저게 좀 친숙해지긴 합니다. 예술작품에 나오는 죽음 모티프는 좋아해요.
2. 싫어하는 죽음 없습니다. 죽음이라고 볼 수 없는 것들을 빼면. 저요, 빈판 DVD를 다시 돌려보면서 마테가 귀여워졌습니다. 얼마나 성실하고 열심입니까. 게다가 연기력도 인정받았고요. 마테가 연기한 죽음은 엘리자베트의 죽음이잖아요? (아예 팬덤에서 언급조차 싫어하는 모 씨는 꺼내지도 않는다.)
다카라즈카의 토토 각하는 죽음이 아니니 언급 안 하겠습니다.
■ 이런『데어토트/죽음』은 싫다
1. 갑자기 죽거나 살해 당하는 것?
2. 시씨한테 미쳐서 이런 기분 처음이니 어쩌니 얼굴 붉히면서 꺅꺅거리는 소녀죽음은 쳐다도 보기 싫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엘리자베트가 죽음을 사랑했기 때문에 죽음이 그녀를 사랑하는 거라는 제 생각은 변함이 없어요.
■ 세계에『데어토트/죽음』이 없었다면...
1. .문학을 비롯한 예술 작품의 양이 1/10로 줄어들겠군요. 죽음이 없다니 그렇게 모티프가 빈곤해서야 무슨 재미로 문학을 읽겠어요?
......죽음이 없어서 발생할 여러 철학적인 문제는 이야기하기 귀찮습니다. (실은 철학적인 생각을 잘 못하는 인간인 걸 들키기 싫어하는 중이래요.) 뭐 지금과는 인간답다의 정의가 많이 다르겠죠?
2. 의인화된 죽음이 없다니 서양 예술계는 타격이 크겠습니다? 설화도 없고 그림도 없고 우와 삭막해라.
2-1. 제가 빠순질을 안 했겠죠. 전 2006년엔 제가 일반인으로 좀 더 잘 위장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뭐 뮤지컬 좋아한다니까 위장은 되더라고요, 조금.
덕분에 공부는 좀 되었습니다만. (독일어 공부를 해야......)
■ 최근 생각하는『슬레이어즈』
제가 좋아한 슬레이어즈는 어쩌면 2차 창작물 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까지도 저를 잡고 있는 것의 뿌리는 거기에 있고요.
■ 이 『슬레이어즈』에는 감동
과거를 떠올리면서 슬레이어즈를 기억할 때. 리나 인버스는 참으로 당당하고 빛나는 소녀였지요. 라면서 웃을 때.
■ 직감적『슬레이어즈』
마이페이스로 고고!
■ 좋아하는『슬레이어즈』
언제나 지금처럼 있어주는 슬레이어즈라면.
■ 이런『슬레이어즈』은 싫다
딱히 싫은 슬레이어즈가 있겠습니까. 리나는 뭘 해도 용납이 되고 리나가 없는 슬레이어즈는 슬레가 아닌 것을요.
■ 세계에『슬레이어즈』이 없었다면...
탕아워크스도 없고 린젤도 없고. 어쩌면 우리들은 다른 곳에서 다른 방식으로 살고 있을지도 몰라요. 그랬어도 만날 수 있었으려나. 그건 잘 모르겠네요.
■ 최근 생각하는『고전』
아무래도 전 고전 자체를 좋아하는 게 아니고 고전을 갖고 노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공부를 좀 해야 책을 봐도 볼 텐데.
■ 이 『고전』에는 감동
어느 나라건 고전에는 힘이 있지요. 고전으로 분류되는 작품을 읽고 아 이래서 고전이로구나, 할 때는 늘 감동을 느낍니다.
■ 직감적『고전』
고전, 그러면 생각나는 게 제 경우는 고려가요, 특히 청산별곡이나 18세기 한문소설이나 소품류입니다. 호질이라거나. 아니 저렇게 재밌는데 왜 싫어하냐고요. (버럭)
■ 좋아하는『고전』
교과서에 실린 건 다 좋아합니다. 고등학교 교과서를 넘어서면 새로운 세계가 기다리고 있지요. 18금인 춘향전이라거나 만전춘이라던가 구운몽과 관동별곡에 드러나는 동성애적 코드라거나(고전문학 쪽은 연구자들도 수상쩍습니다.) 게젓파는 이야기 나오는 사설시조의 게젓은 사실 발음이 문제가 있어서 게장수가 어물어물거리면서 이름을 말하기를 회피하자 동네 아낙네가 내숭 그만 떨고 그냥 게젓 그러라면서 놀리는 이야기라거나. 뭐 맨 마지막은 정설은 아니지만 말이죠.
■ 이런『고전』은 싫다
두껍고 안 예쁜 하드커버, 빡빡한 글자, 개판 일보 직전인 편집과 번역. 저라도 싫습니다.
아니 더 싫은 게 하나 있습니다. 논술이나 수능용. 억지로 우겨넣으라고 하니까 싫어하죠.
■ 세계에『고전』이 없었다면...
제 전공이 바뀌었을 겁니다.
■ 바톤을 받는 5명 (지정과 함께)
사랑을 담아 피드백해드릴까 싶었으나 마음 곱게 쓰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