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커플링. 뜬금 없음. 피아를 낚기 위해 올렸습니다.
-해결사 있냐?
말이 좋아 해결사 사무소지 날백수 하나와 그의 두 동생이 뒹굴거리는 자취방이라고 해도 무방할 스낵바 오토세 2층의 문이 열린 것은 근 나흘 만의 일이었다.
나흘 전. 일은 안 들어와, 점프는 커녕 다시마 초절임 살 돈도 없어, 그 와중에 카구라가 길에서 오키타를 마나 사소하디 사소한 일로 싸움이 붙어-신파치가 왜 싸웠냐고 묻자 카구라는 그런 거 밥 먹으면 다 까먹는 거라고 대답했다.- 신나게 치고 받고 뜯고 차던 중 오키타가 날린 박격포가 우연히, 우연히도 하필 스낵바 스마일의 문을 박살냈고, 카구라가 피한답시고 몸을 날리다 가게 간판을 부숴 놓고, 굴러 떨어지며 가게 집기를 몇 점 깨부숴버렸다. 그 꼴을 보고 둘이 확 튀어 버리자고 결심하고 몸을 돌리려는 찰나, 카구라의 어깨를 잡는 손이 있어 뒤를 보니 오타에가 귀신처럼 웃고 있었다. 찰나의 틈을 노려 잽싸게 튀어버린 오키타는 운이 좋아 오타에가 돈도 없으면서 남의 영업장 박살내는 건 어느 ***할 놈의 짓거리냐며 반쯤 발악하다시피 화를 내는 꼴은 보지 못했다.
-아, 히지카타 씨.
사무실 안에서 그를 맞아준 건 의외로 신파치 한 명 뿐이었다.
-해결사는 어디 가고?
-사정이 있어서 나갔어요.
신파치가 한숨을 쉬었다. 돈으로 갚던가 몸으로 갚던가, 여차하면 신장이건 뭐건 내다팔아 수리비 내놓으라고, 웃으며 상큼하게 긴토키의 멱살을 틀어쥔 오타에의 무서움은 동생에게도 공포였다. 어쨌건 수리비는 커녕 서 발 막대 들고 집 전체를 휘휘 휘저어봐야 걸리는 건 개털밖에 없는 형편이니 긴토키는 일이 없는 날에는-이라고 해야 그 나흘 전부였지만, 아무튼 직접 가게의 가구며 간판을 수리하러 갔고 카구라는 그 상황에서도 여유롭게 사다하루와 놀러나갔고-라기보단 도박장에서 한 몫 따서 저녁이라도 먹자고 했다. 아무튼 사무실을 보는 것은 신파치 뿐이었다.
-그 사정이란 거, 혹시 오타에 씨한테 협박이라도 당한 거 아냐……혹시 돈이라도 빌리러 갔냐? 누가 꿔 주겠냐만.
-아하하, 사실 누가 꿔 주겠어요. 그래서 수리하러 갔어요.
신파치가 반색했다. 피해다녔으면 피해다녔지 아무 이유 없이 해결사 사무실에 올 리 없는 히지카타니만큼, 오키타가 친 게 분명한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온 게 아닌가 어렴풋이 짐작했기 때문이다.
-수우리?
히지카타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거 내가 잘못 들은 거라고 말해주지 않겠나.
-아뇨 정말 수리하러 갔는데요.
히지카타의 눈이 커졌다.
-그 놈이 일도 하나? 그거 육체노동 아니지?
-저기, 아무리 그게 사실이긴 해도……제 상사인 셈인데 대놓고 험담은 좀 그렇잖아요.
애매한 긍정이라도 긍정은 긍정. 신파치가 쓰게 웃었고 히지카타도 마찬가지였다.
-그래, 그도 그렇다. 그럼 난 그 놈 직접 만나서 일을 정말 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으니 그만 일어서지.
-아, 누나네 가게에 갔어요. 약도 드려요?
-아니, 그 가게라면 위치를 알아. 오타에씨가 찾아 왔지.
히지카타가 아까 신파치가 쉰 것과 비슷한 한숨을 쉬었다. 오타에가 신선조 둔영에 찾아와서 애를 어찌 키우면 남의 가게를 박살내고 양심도 없이 튈 수 있냐며 곤도의 턱에 스트레이트로 주먹을 꽂았을 때 곤도는 그 애는 내 아들이 아니오! 허나 원하신다면 아들 열 둘은 낳게 해 드리리다! 하며 헛소리를 늘어놓아, 분노한 오타에에게 하복부에 발차기를 맞고 기절해 버렸던 것이 기억이 난 탓이다.
-어이, 해결사.
히지카타가 오타에가 일하는 가게 스마일에 들어서니 긴토키가 의외로 성실하게 목재에 대팻질을 하고 있었다. 제법 편안해 보이는 얼굴이 예상 밖이었다. 히지카타의 부름에 고개를 든 긴토키가 헛소리로 대꾸했다.
-오? 진선조 바보 부장이네? 낮부터 술집 출입이냐, 이 불량공무원아.
-새끼가, 내가 너냐?
-나는 혈당치가 높아 술 안 마신다네. 건강이 최고지.
-단거나 끊고 그런 말을 하지?
주거니받거니 하며 구석을 보니 부서진 탁자에 못도 박아 놓았고 색칠까지 해서 말려놓은 폼이 제법 그럴듯 했다. 긴토키가 두른 앞치마에 묻어 있는 페인트 흔적을 보니 긴토키가 칠한 듯 했다.
-어, 히지카타 씨 어쩐 일이세요?
입 놀릴 틈이 있으면 입으로 대팻질이라도 하라며 긴토키에게 화를 내는 오타에에게 긴토키가 고릴라 여사는 고릴라답게 가서 낮잠이라도 자라고 응수한 탓에 오타에가 히지카타에게 예의를 차려 인사를 한 것은 시간이 조금 지난 후였다.
-아, 저희한테 볼 일이 있으세요? 배상비라면 어제 잘 받았습니다만.
-아닙니다, 오늘은 이거 보러 왔어요.
어제의 기억이 새삼 떠오른 탓인지 살짝 창백하게 질린 히지카타가 손가락으로 긴토키를 가리켰다.
-저거 일은 합니까?
-예, 저래봬도 아주 쓸 데가 없진 않네요. 저기 탁자도 긴 씨가 하신 거랍니다.
-이거라니? 저래봬도라니? 이래봬도 사람입니다? 말들이 지나치신 거 아닌가요, 특히 마요라? 마요라 주제에?
긴토키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대패를 집어던지고 끼어들었다.
-닥쳐라. 단 거에 미친 놈한테 그런 말 들을 이유가 없잖나. 오타에 씨, 잠시 실례하죠.
-아, 네, 네. 긴 씨? 시간 잴 테니 농땡이 피우면 죽을 줄 알아요?
-예이- 경찰 아저씨 여기 사람 잡는 괴인이 있어요-. 도와주세요-.
투덜대며 앞치마를 끄르고 손을 털며 긴토키가 히지카타를 따라 가게 밖으로 나섰다.
-어쩐 일이쇼? 일 맡길 거면 지금은 곤란한데.
-너한테 맡기느니 소고를 시키지. 일 아냐.
가게 밖으로 나가자 담배에 불을 붙이고 깊게 연기를 마시는 히지카타를 보고 긴토키가 묻자 히지카타가 인상을 쓰며 대답했다.
-이마에 주름 잡으면 피부 늙는다. 안 그래도 골초 주제에,
-신경 꺼라? 내가 뭐하러 이 놈한테 이런 걸 주러 왔는지 모르겠네. 나도 미친 놈이지.
히지카타가 제복 안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하얀 봉투였다.
-어렵쇼? 뇌물 안 받는데? 너도 마, 사나이가 쫀심도 없이 이게 뭔 짓거리야?
-아, 좀!
눈을 가늘게 뜨고 피식 웃으며 농을 거는 긴토키에게 히지카타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뭐야……돈 같은데?
-오타에 씨가 배상비 청구하러 왔었다, 어제. 우리 소고가 너네 차이나걸이랑 싸우고 튄 모양이던데…….
긴토키가 황당한 표정으로 히지카타를 쳐다보았다.
-어, 어? 히지카타 군, 드디어 갈 때가 된 거냐, 이 자식아? 미친 거야? 동공도 안 풀렸는데 왜 미쳤지?
-이 새끼야, 사람이 말씀하시는 데 어딜 계속 끊어먹고 지랄이야 지랄이!
-어, 어?
히지카타가 화를 내며 무심중에 돈봉투를 몸 쪽으로 당기자 긴토키의 손이 자동으로 봉투 쪽으로 따라갔다.
-아하하, 경찰 아저씨가 그런 사소한 걸로 화 내면 안 되죠, 암요.
긴토키가 히죽 웃자 시답잖은 소리 다 듣겠다는 표정으로 히지카타가 그를 노려보았다. 긴토키가 딴청을 피우듯 고개를 돌리지 히지카타가 말을 이었다.
-비굴한 놈……우리 쪽이 잘못한 것 같아 소고를 족쳐보니 그 놈이 먼저 위험한 걸 휘둘렀더만. ……이거 받아라.
-역시 얘는 삼촌이라니까. 망나니 조카가 친 사고 책임지러 온 거구먼?
긴토키가 봉투를 받아들고 피식 웃었다.
-맘대로 생각해라.
-그런데 하나 묻자.
벽에 기대어 돈봉투 속의 돈을 세며 기왕 몸으로 때운 거 있으니까 이거는 잘 꿍쳐 놓았다 파르페도 사고, 집세도 밀린 이자 중 일부라도 좀 계산하고, 애들 월급은 모자랄 테니 대신 밥이나 사고……하며 희희낙락하는 긴토키를 향해 히지카타가 물었다.
-응? 물어. 아프게는 말고. 그리고 난 귀가 약하니 그 쪽은 참아.
-……육사시미라고 들어 봤냐?
히지카타가 칼을 잠시 덜그럭거렸다.
-아하하하, 자식아, 농담도 못 하니?
긴토키가 웃었다.
-네가 그런 일을 하는 걸 잘 못 봐서 묻는 건데.
-너무하잖아. 나도 할 때는 성실한 사람이란 말이죠.
-웃기네, 항상 뭘 시켜도 건들건들 대는 놈이 성실은 무슨. 그런데 그런 놈이 열심히 이것저것 고치고 있는 걸 보니 어이가 없더만? 수리비 필요 없겠던데?
-줬다 뺏아가냐, 이 치사한 새끼야!
긴토키가 소리질렀다.
-누가 뺏는데? 아무튼 이상하다니까. 그거 차이나 걸이 부쉈지?
-뭐 그랬지. 요란하게도 해 먹었다니까.
-그걸 네가 그리 열심히 수리하냐? 자기 일도 앞가림도 못 하는 게 남의 일을 해?
긴토키는 히지카타를 한 번 쳐다보고 피식 웃었다.
-난 또 뭔 소리를 하려고 그렇게 뜸을 들이나 했네.
천천히 기지개를 켜고 긴토키는 벽에서 몸을 뗐다.
-카구라 걔, 힘만 셌지 이런 일엔 도무지 소질이 없어. 공연히 수리한답시고 오타에 속이나 안 긁고 의자나 몇 개 더 안 부숴먹으면 다행이란 말이지. 이럴 때 내가 안 나서면 누가 나서냐? 싱거운 놈.
긴토키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너한테 걔네가 뭐길래?
-그야 당연히, 내 두 팔에 들어가는 사람들이지. 거, 너도 그런 거 가진 놈이 싱겁게 왜 묻냐, 묻긴?
긴토키는 어느새 가게 안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대답하기도 쪽팔린다. 간다, 더 늦으면 오타에가 날 죽일 테니.
-뭐 그래라.
히지카타는 담배꽁초를 바닥에 비벼껐다. 긴토키의 미소는 드물지만, 그만큼 편하고 진짜 같아 보여서, 그 놈 가진 것 중 몇 개 안 되는 진짜를 본 거 같다는 생각을 하며.
'여러분의 해결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은혼]사랑손님과 어머니 (0) | 2009.12.29 |
---|---|
[은혼]소나기-2 (2) | 2009.05.19 |
[은혼]소나기 (0) | 2009.05.18 |
8월 잡담 (2) | 2007.08.20 |
이 작품을 추천합니다. (5) | 2007.08.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