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 시대 때 남녀 관계를 주로 다룬 우스운 이야기를 모은 단편집인 <고쇼쿠만킨단好色万金丹>(1694)의 3권 네 번째 이야기 <시오이노우라>는 바다에서 조개를 캐는 사람이 어쩌다가 금박 그림의 칠기문갑을 파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그 문갑은 가느다란 철사로 칭칭 감겨 있었다.

"이는 필시 범상치 아니하겠구나."며 덮개를 여니 묘령의 처녀 그림이 나왔는데, 호랑나비 자수의 보랏빛 기모노에 머리 또한 미려한 기생답게 틀어올렸으나 그 몸에 바늘이 54개나 꽂혀 있었다. 이가 바로 시한하여 다른 여인을 저주하는 꼴사나운 여인의 음모이겠거니 오오, 보고만 있어도 두렵도다. 안에 여자의 필적으로 "이 기녀는 임자 있는 사내를 꾀어 수천 금화를 뿌리게 하고는 자식도 둔 이 몸과 연을 끊게 하려마저 하오니, 이 맘속 애끓는 분노의 불꽃이란 물을 끼얹어도 꺼지지 아니하겠소. 무릇 신이란 정직한 이의 편이시니, 사흘 안에 이 계집의 목숨을 거두시고 지아비의 바람난 마음을 바로 잡아 분통함을 풀어주시옵소서."라 하니 이에 적힌 바가 극흉한 질투였다. 가여운 지고. 이는 어디 기생이란 말인가.

일본고전문학문화연구회 저, <환상과 괴담>, 도서출판 문, 2010

저 나비 무늬 좋아합니다. 아는 사람은 알죠;
저 실은 고스로리나 클래식로리도 좋아합니다. 이 역시 아는 사람은 알죠;
저 망할 점프 악역 때문에 제 취향에 회의가 들려고 그래요 쳇!

......나비무늬 보라색 기모노는 어디 타유나 텐진이나 입는 의상이죠. 여염집 여자가 걸칠 만한 물건은 아니라는 거. 근데 그걸 남자 주제에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입고 있네요.
생긴 건 또 남자 같거든요. 오히려 여성적인 미모는 즈라 쪽인데. 그런데 남자처럼 생긴 게 정말 비아이 양 말마따나 색기는 여성용이네요. 너 정체가 뭐니.

......그림 그릴 줄 알면 저놈한테 클래식로리 입혀주고 싶어요. 레이스는 최대한 절제하고! 허리는 코르셋으로 꽉 조이고 스커트는 하이 웨이스트!  머리엔 리본! 천은 공단 쪽이 좋을지 까만 벨벳이 좋을지;  
까만 공단 드레스도 괜찮을지도; 등이랑 앞섶은 확 파고 왼쪽에 허벅지까지 슬릿을 넣어주면 더 좋겠지 말입니다
치파오도 좋을 거 같지 않나요. 까만 바탕에 금실이랑 색실로 나비무늬 수놓은 거. 그런 거 입고 있는 건 이젠 거의 클리셰 수준이라 할 말이 없네요. 관두자 관둬. 마스라오 님 말마따나 너무 잘 어울리니까 오히려 재미가 없네요 정말; 아니 왜 제가 서른 줄 남정네를 갖고 인형놀이를 하고 있는 거죠 왜?

덤 : 저 책 보다보니까 말이에요, 에도 설화인 阿波狸合戰의 주인공은 小安姬, 즉 코야스히메랑 사귄다더이다.
무섭죠? 그나마 한자가 달라서 다행이에요. 이 책 왜 이래;;
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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