藥山 東臺 어즈러진 바위틈에 倭철쭉 같은 나의 님을
내 눈에 덜 밉거든 남인들 아니 지에 보랴
새 많고 쥐 꾀는 東山에 오조간 듯 하여라

藥山 東臺 험한 바위틈에 영산홍 같은 나의 님을
내 눈에 덜 밉거든 남인들 아니 지나쳐 보랴
새 많고 쥐 꾀는 동산에 모이 뿌린 듯 하여라

조선 후기 가집 <흥비부>에 수록된 시를 현대어로 옮겼음. 내 아름다운 님에 대한 자부심과 님에게 꼬이는
벌레들에 대한 쩌는 질투심을 동시에 읊은 수작으로 자기 애인의 미모를 온 천지에 자랑하고픈 심리와 가상의 혹은 실재하는 라이벌에 대한 눈먼 질투로 미쳐돌아가는 심리를 동시에 가지는 게 남자라던가 어쨌다던가.

라고 트위터에 적자 제 뮤즈이신 KISARA 님께서
'험한 바위 틈에 봄나물 같은 나의 님을/내 눈에 덜 밉거든 천인들 아니 지나쳐 보랴' 고 새로 써 주셨고 저는 뮤즈의 부름에 충실하여

귀병대 시커먼것들 틈에 봄나물 같은 나의 님을
내 눈에 덜 밉거든 눈 있으면 아니 지나쳐보랴
새 많고 쥐 꾀는 동산에 모이 뿌린 듯 하여라

이렇게 재창작해 봤습니다. 전통적으로 시조문학은 내용의 변용과 재창작을 통해 시대상황에 맞는 현장성 있는 작품을 창작하는 것에 충실한 장르였으므로 저는 조상님들의 전통에 따라 현대에 맞게 썼을 뿐입니다 어흠어흠. 아니 왜 못 믿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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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7일 추가

승리를 축하하고 병사들을 위로하기 위한 조촐한 술자리였다. 시작은 분명히 그랬는데, 피로와 흥분이 겹치고, 간만에 들어간 알콜이 거기 더해진 결과 다들 마신 것 이상으로 취해 있었다. 그나마 평소 군기가 잡혀있던, 혹은 대장에 대한 경의로 가득차 까라면 정말로 깔 수도 있을 정도로 기강이 잡혀 있던 귀병대가 평소와 별 차이 없는 차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고, 나머지는 조금씩 평소보다 풀린 모습을 하고 웃으며 떠들고 있었다. 카츠라마저 평소보다 많이 웃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한심하다는 듯 보며 가을밤엔 풍류가 제격 아니겠냐고 운을 띄운 것이 귀병대의 누군가였던 것 같지만 아무도 그게 누구였는지 기억은 하지 못한다. 아무튼 귀병대원들이 평소 경애해 마지 않던 총독님을 본받아 한 수씩 우아하게 읊고 있을 때, 저 쪽에서 허연 것, 즉 백야차가 터덜터덜 한 손에 술병을 끼고 걸어와 귀병대 사이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 인간이 이제 술 마실 데가 없어서 여기서 마시나 하고 다들 그냥 아무렇지 않게 여기고 있었는데, 시 읊는 것을 구경하던 백야차가 갑자기 불쑥 중얼댔다.
"나도 어려서 공부할 땐 시를 좀 지었지. 귀병대 여러분을 위해 한 수 읊어볼까."
순간 총독의 하얀 이마에 핏줄이 서는 것을 본 사람은 얼마 없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좌중의 한가운데에 서서 목을 풀며 자세를 잡는 백야차를 쳐다보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백야차는 목소리를 높여 한 수 읊었다.

낭송이 끝나고 정확히 5.2초 후에 귀병대 전원이 아우성을 쳤고-우리가 쥐나 새란 말이오! 시커멓다니, 시커멓다니! 아니 그리고 봄나물은 또 뭐요. 우리 총독님이 먹는 걸로 보인단 말이오! 아니 뭐 예쁘긴 예쁘.......커헉! 백야차가 아군을 친다! 카츠라 님 어디 가셨냐!! 누가 그 분 좀 불러와!!!! -귀병대 총독이 그 후 일주일간 백야차가 무슨 짓을 하건 무슨 말을 하건 대놓고 무시를 했다고 한다. 열받은 백야차가 복수전을 계획했다고 하는데 자세한 건 아무도 모른다.

---------------------------------------------------------배포본 <봄나물>의 후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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