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혼 초기 설정입니다. 즉 긴상 얼굴 부장에 츠우 얼굴 오키타(카구라 같기도 해요 그러고 보면;) 마다오 얼굴 국장이 나오는 그것.
여자 오키타니까 싫은 분은 알아서 피하세요. 기본 설정은 Kisara 님의 초기 은혼 오키히지에서 빌렸습니다.그러므로 이게 재미없으신 분은 조만간 Kisara 님이 올리실 이 애들 후일담을 기대하세요.
"소우지, 거기 좀 앉아라."
서른 두 번째 소개팅을 마치고 돌아왔더니 국장 곤도 이사미와 부장 히지카타 토시조가 심각한 표정으로 정좌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또 거하게 한 판 하셨다지?"
"히지카타 씨는 부장이 참 신경쓸 일도 많다."
히지카타를 노려보자 부장은 벌컥 화를 냈다.
"얌마, 그 소개팅 주선한 게 나다! 암튼 너 이리 와서 좀 앉아! 오늘 이야기 좀 제대로 해야 겠다."
"네에-."
오키타가 터덜터덜 걸어와 털썩 방석 위에 앉자 저 기집애 앉음새하고는 하며 부장이 혀를 끌끌 찼다. 항상 옷매무새며 맵시며 예의범절에는 칼 같은 사람이었다. 어디 외양 뿐인가, 매사 정확하고 깔끔하게 처리하기로 소문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소개팅을 스무 번 주선해서 스무 번 다 무참하고 처참하게 실패를 했다면 그건 신선조의 귀신부장 히지카타 토시조의 체면 문제이기도 하다. 게다가 그게 자기 부하라면야 더더욱.
"토시, 버럭버럭 소리 지르면 소우지가 제대로 말을 못 하잖나."
"곤도 씨 지금 쟤 편 드는 거야?"
아니 그건 아니지만 좀 좋게 좋게 넘어가자 이거지, 하며 곤도가 웃으며 운을 띄웠다.
"소우지, 우리가 화를 내려는 건 아니야-곤도 씨 난 화 났어!- 오늘 상대가 마츠다이라 씨 조카였던 건 알고 있지?"
"네."
"집에 울면서 왔다더라."
오키타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어머 근성 없어라. 고작 그 정도로 울어요?"
히지카타가 화끈하게 폭발했다.
"역시 네가 울린 거잖아!!!"
"그러니까 그 정도로 우는 놈이 바보라니까."
소우지가 어이없어하며 혀를 차는데 그때 장지문이 열리고 나가쿠라가 차를 내 왔다. 나가쿠라는 차를 방석 앞에 놓으며 서로 노려보며 크르릉 아르릉 거리기 일보직전인 부장과 오키타를 번갈아보며 피식 웃었다.
"뭐냐. 나가쿠라."
"아뇨, 별 거 아닙니다~. 정말 별거 아니라구요 하하."
그리고 잽싸게 뒷걸음질쳐서 방을 나갔고 방 밖에선 조그맣게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내기가 안 되네 분명히 한 달 안에 결판이 나네 조만간 넘어가겠네 어쩌네 하는 소리 같았다. 대체 이게 뭔 소린가 하며 곤도가 머리를 갸웃거렸고
"야, 밖에서 놀고 있는 놈들. 시간이 남냐?"
부장이 밖을 보지도 않고 목소리를 높여 소리지르자 웅성거리던 소리가 쑥 들어가고 화다다닥 도망가는 소리가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다. 오키타는 홀짝 차를 마시며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그러게 소우지, 왜 그랬어."
"하여간 내 잘못 아니라니까요, 국장님. 그냥 몇 마디 했는데 무섭다고 도망가는 놈은 줘도 싫어요."
"그렇다고 상사 조카를 울리냐!!"
대꾸도 없이 홀짝 홀짝 찻잔을 기울이는 소우지를 향해 부장이 언성을 높였다.
"도대체 뭐가 마음에 안 드냐, 얼굴? 키? 성격? 취향? 대체 문제가 뭐냐?"
"전부 다."
쯧 하며 혀를 차고는 찻잔을 비운 히지카타가 한숨을 푹 쉬었다.
"이 기집애는 뭔 눈만 다락같이 높아. 알았다, 알았어. 다음엔 네 취향대로 갖다바칠테니까 일단 말 좀 해 봐라. 대체 어떤 놈이 좋은 건데? 어떤 남자가 이상형이냐?"
순간 오키타가 던진 찻잔-덤으로 안엔 뜨거운 차가 들어있었다-은 정확히 곤도의 이마에 맞았다. 물론 히지카타가 곤도를 집어 방패로 썼기 때문이다. 찻잔을 맞고 기절한 곤도에게 깔렸다 탈출한 히지카타가 밖을 보니 오키타가 화를 내며 정원수를 걷어차 박살이 나 있었다.
"히지카타 이 자식 내가 꼭 죽여버린다!!"
아련한 고함소리도 들렸다.
그리고 한 시간 후에 곤도의 의식이 돌아왔다. 의식이 돌아온 곤도가 제일 먼저 찾은 사람은 히지카타였다.
"토시 너......"
물론 이를 뿌득 갈아대면서.
"에이 곤도 씨는 피할 줄 알았지, 괜찮아?"
히지카타가 대충 넘기면 알아서 또 넘어가 주는 게 곤도의 멍청함매력이다. 머리를 득득 긁는 동안 원한은 잊은 모양이다.
"죽겠다. 그나저나 쟤 왜 저러냐."
"아니 그걸 내가 아나."
히지카타는 한탄하며 담뱃불을 붙였다. 어릴 땐 좀 더 귀엽성 있고 깜찍한 꼬마였는데 언제부턴가 애가 이상해졌다. 자기만 보면 으르렁거리지 묘한 눈으로 쳐다보지 앉아있으면 옆에 스윽 다가와서 부비적거리다가 괜히 심통 내고 화를 내지.
"사춘기야?"
"그건 다 지나갔고."
"그럼 생리하냐?"
달력을 보며 날짜를 짚어보던 히지카타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날짜는 아직 좀 남았는데."
"그걸 외우고 다니냐......네가 남편이냐."
"내가 쟤 목욕도 시키고 머리도 묶어주고 속옷도 골라 주고 초경할 때 우는 거 달래고 생리대 사 주고 케이크 사 준 사람이거든! 무서운 소리 집어쳐!"
소름돋는 소리라며 부들부들 떨어대는 히지카타였다.
"아무튼 쟤 요새 좀 이상하지?"
"몰라. 아 이걸 어떡하면 좋냐."
"그러게, 어쩌지?"
"물어보러 가야지 별 수 있나."
"저기 뭐 하나 물어봐도 돼?"
"뭔데요?"
"내가 여동생한테 소개팅을 시켜줬거든."
"어머나 부장님 여동생도 있으셨어요?"
"아니, 우리 오키타."
"아아."
기녀는 심드렁하게 담뱃대를 물었다.
"부장님이 그렇게 예뻐하는 오키타 대장 말이죠?"
"그래, 근데 걔가 소개팅 상대라는 상대를 다 퇴짜를 놓았어. 왜 이럴까?"
"그야 마음에 안 들겠죠. 좀 신경 더 써 주시지 그랬어요."
"신경 썼어! 내가 아는 한에서 최고로 괜찮은 놈들이라고! 내 이쁜 동생 나보다 잘난 놈 아니면 어떻게 시집을 보내겠냐!"
히지카타가 잘 찾아가는 단골 기녀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세상에 밤놀이하러 와서까지 말끝마다 오키타 오키타, 이건 바보냐 둔한 거냐 이러려고 해지기 무섭게 와서 있었냐 욕을 하면서.
"네에- 어련하시겠어요. 그래서요?"
"근데도 싫다잖아! 심지어는 소개팅 가다 딴 데로 새고 가서는 남자 울리고 들어오고."
"어머."
의무적으로 대꾸해 주며-솔직히 뭐라고 할 말도 없었다.-기녀는 물었다.
"그런데 뭐가 문제예요?"
"그래서 물어봤거든? 대체 어떤 놈이 이상형이냐고? 그랬더니 얘가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나한테 찻잔을 던지고 방을 뛰쳐나가잖아?"
기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따 영업 끝나거든 가게 아가씨들에게 꼭 이야기를 해 줘야겠다고. 혼자만 웃다 죽기는 너무 아까운 이야기라고.
"응? 어떻게 생각해? 난 도저히 모르겠어. 같은 여자잖아, 좀 가르쳐주면 안 돼?"
결국 폭소하고 말았다.
"이거 웃긴 이야기였어? 왜 그래?"
천하의 히지카타 토시조가 당황했다. 웃겨서 죽을 것 같았다. 한 2분간 바닥을 구르고 웃은 다음 기녀는 눈물을 닦고 새침하게 대꾸했다.
"그걸 제가 어떻게 말해요. 알아서 생각하세요."
"아니 뭘 알아야 알아서 생각하지- 진짜 너무하네. 암튼 이걸 어떡하냐."
한참 폭소하던 기녀가 그제야 정색했다.
"......지금 그거 물어보러 요시와라에 왔단 거예요?"
"아니 그럼 어떡하냐고. 내가 이걸 어디 가서 물어봐."
이따 아가씨들에게 이야기할 거 하나 추가. 세상에 지 연애상담을 이런 데 와서 하는 바보가 있다고 어디에 소문을 내야 잘 냈단 소릴 들을까. 기녀가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는 동안 히지카타는 피곤했는지 잠이 들었다. 이젠 웃다 못해 화가 났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날이 밝자마자 향냄새를 풍기며 귀가한 히지카타의 머리로 대포알이 날아왔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정확한 겨냥이었다. 간신히 넘어지는 꼴을 면하고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마루를 보니 오키타가 포연도 선명한 바주카포를 들고 있었다.
"야 소우지 이 기집애가!"
"쳇, 안 죽네."
"얘가 지금 뭐라는 거냐, 정말 죽으라고?"
오키타가 흔들림 없는 걸음으로 걸어와 히지카타의 얼굴을 내려다봤다. 위를 올려다보니 밤새 한숨도 못 잔 듯 오키타의 눈은 퉁퉁 부어있었다. 거기다 어쩐지 빨갛다. 심상찮은 얼굴에 그 잘 돌아가는 혀가 딱 굳어버렸다. 그 틈에 오키타가 구둣발로 얼굴을 걷어찼다.
"더러운 어른 따윈 한시바삐 죽으라고 해, 너도 콱 죽어라 히지카타야."
미동도 안하고 구둣발을 받은 히지카타가 피식 웃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웃었더니 직후 바로 오키타의 우산이 날아왔다.
"토시, 얼굴이 퉁퉁 부었다, 왜 그래?"
"아, 진짜 아프네......쟤 정말 왜 저래. 아, 곤도 씨 나 오늘 소우지랑 좀 안 마주치게 해 줘."
"왜?"
"이 꼴로 마주치기 쪽팔려."
"소우지가 그랬다며? 그러게 왜 그냥 맞아."
"아 어떡하냐고. 맞아주는 거 말곤 방법이 없겠더라니까."
그리고 그들이 모르는 사이에 신선조 대원들 사이에선 부장이 대장에게 넘어가는 날은 언제인가에 대해 내기가 유행했고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날짜는 한 달 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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