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집행방해죄로 콱 넣어버린다." "경찰이 선량한 시민에게 폭행을 휘두르려고 그러네? 너 인권 모르냐, 인권? 동네 사람들 이것 좀 보세요 이게 바로 더러운 권력이란 거래요~ 민중은 저항할 권리가 있다는 말도 모르냐 요녀석아." "왜 네놈 새끼는 입만 살아서 나불대냐, 이걸 콱 꿰멜 수도 없고." "긴상은 입이 생명입니다. 이걸 꿰메면 국가적 손실입니다 그것도 모르냐, 공무원 주제에." "소고, 수갑 좀 갖고 와라 이자식 좀 처넣게.....야 소고! 무선은 왜 끊어! 또 땡땡이냐!" 가부키쵸 골목 어귀에서 신선조 제복을 칼같이 입은 흑발 청년과 껄렁한 포즈로 팔짱 끼고 벽에 기대선 은발청년이 멱살드잡이를 하며 싸우는 풍경은 이제 익숙하다 못해 동네 풍물시 비슷한 것이 되어가고 있었다. 사흘에 한 번 저 모습이 안 보이면 가부키쵸에 대재앙이 든다더라, 바빌론의 창녀가 가부키쵸를 평정하러 왔다 오카마들이랑 맞짱을 뜨고 쫓겨난다더라, 7년 가뭄 끝에 배고픈 바퀴벌레 떼가 에도를 습격한다더라 하는 도시괴담마저 생기기 직전이었다. 고로 아무도 그들이 멱살을 잡건 서로 메치고 엎어치건 별 신경도 쓰지 않고 유유히 제 갈길만 가고 있었다. 그래서 그때 누가 말을 걸었을 땐, 사실 둘 다 조금 놀랐다. "이야 킨토키 아이가? 니 여기서 뭐하노?" 키가 큰 남자가 사람 좋은-이라기보단 정줄 놓은- 얼굴로 실실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야 점프연재물이다 자꾸 18금 만들래......긴토키라고 긴토키." "그래 킨토키. 어? 옆에 자 뭐꼬?" 사카모토 타츠마는 긴토키의 어깨를 툭툭 치며 괜히 좋아하다 그제야 옆에 서 있는 히지카타를 본 듯, 그를 가리키며 물었다. "응? 몰라. 경찰인데 선량한 시민 앞에서 권력을 남용하고 있어." "야 임마, 잠복근무 하는 옆에서 점프 버리러 왔다가 주운 에로 잡지 큰 소리로 낭독하면서 나 보라고 내 앞에다 이상한 페이지 펴서 흔들어댄게 누군데!!!" 평정심을 잃은 히지카타가 버럭 소리를 질렀고 긴토키는 보는 사람 속이 뒤집어질만큼 얄미운 표정으로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봤지? 근무 중에 에로 잡지 보다가 흥분한 경찰." "그 흥분이 그 흥분이 아니잖아 새꺄!" 씩씩거리며 화를 내는 히지카타를 보며 긴토키는 마음의 일기장에 모월 모일 오후. 오늘도 히지카타 군에게 1승을 거둠. 씩씩거리는 게 아직 멀었음. 어이구 귀여워라. 이딴 문구나 기록하고 있었다. 사카모토는 둘이 아르릉대는 것을 흥미롭게 지켜보다 뭔 생각을 했는지, "아하. 그렇군." 이라고 때와 장소에 맞지 않는 감상을 늘어놓았다. "뭐가 그렇군이냐." "아, 반갑습니다. 임마 불알친구라예." 긴토키의 물음 따위는 한 귀로 흘리고 바로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히지카타에게 악수를 청했다. "난 너랑 그런 걸로 친구한 기억 없거든. 그리고 사람 말을 씹냐?" 긴토키가 투덜거리는 동안 사카모토 타츠마는 히지카타의 손을 마구 흔들며 그의 얼굴을, 머리를, 표정을, 온 몸을 재빨리 훑어보았다. 선글라스로 눈을 가리고 있었지만 시선은 강렬해서 어쩐지 쑥스러워진 히지카타가 그만 하라고 소리지르려는 찰나 사카모토가 먼저 말했다. "혹시 그쪽, 문학 좋아하는교?" "예? 아, 아 그, 하이쿠라면 조금." 멀대 같이 키만 크고 실없이 히죽히죽 웃는 얼굴이 히지카타를 내려다본 순간, 어쩐지 반박할 말도 떠오르지 않아 순순히 대답을 했다. 사카모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긴토키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하이쿠? 이야 취향 좋으네.......봐라, 킨토키야." "뭘?" "니는 우째 그래 옛날하고 하나도 안 변했노." "어? 내가 뭐?" "취향 말이다. 옛날 취향하고 똑-같네." 영문 모를 소리에 긴토키가 눈을 가늘게 뜨고 사카모토를 노려보았다. 후딱 대답하라는 시선이다. 시선을 캐치하고 사카모토는 넉살좋게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봐라. 머리 까맣제, 곱슬기는 없어야 되고 길이는 짧제, 피부 하-얗제, 사내자슥이 곱기는 가시나들보다 곱제, 칼 잘 쓰제, 담배는 줄담배로 피워댈 끼고......저 사람 골초 맞제, 은근히 부끄럼 많고, 시 좋아하고. 혹시 저쪽도 하이쿠 같은 거 막 쓰고 그러는 거 아이가? 나중에 한 번 물어봐라. 카고 외강내유형 맞네 딱 보니까. 앞에서는 으르렁대는데 사실 알고 보면 여린 구석이 많은 거라. 그리고 한 번 무너지면 회복이 힘든 타입 같고. 내 말 맞지요? 킨토키야, 이래도 뭐 떠오르는 거 없나?" 사카모토의 수다가 줄줄 이어질 때마다 긴토키의 얼굴이 파래졌다, 빨개졌다, 나중에는 하얗게 질렸다. 그 얼굴을 본 건지 만 건지 사카모토는 마지막 한 마디를 퍼부었다. "자 아주 신.......쿠헉!!" "얼레 위액이냐, 재수 없게 왜 남 면상에 대고 위액을 토하려고 그래. 아주 내장을 꺼내주랴, 앙?" 니킥과 보디블로가 사카모토의 복부를 강타했고 사카모토는 개구리 짜부러지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고꾸라졌다. "응, 병원에 가고 싶다고? 멀리 가고 싶다고? 오냐 책임지고 보내주마 이 악 물어라!" 바닥에 고꾸라진 사카모토가 채 정신도 차리기 전에 동야호가 풀스윙으로 날아왔다. 동야호가 목표를 힘껏 치는 동시에 사카모토가 우주의 별이 되는 소리가 들렸고 에도의 하늘에 잠시 빛나는 별이 하나 반짝 하고 떴다 사라졌다. 이마에 손을 짚고 먼 하늘을 보던 히지카타가 중얼거렸다. "네 친구 별이 됐는데." "아냐, 저건 그냥 혜성이야, 그거라고. 해리 혜성. 부모님을 악당에게 잃은 마법사 소년의 원혼이 빗자루를 타고 7년마다 한 번씩 에도 하늘을 누비는 그거라니까." "뭘 섞은 거냐!" 히지카타가 태클을 걸었지만 웬일인지 긴토키의 심드렁한 듯 끈질긴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돌아보니 긴토키는 하늘에서 팔랑팔랑 떨어진 종이조각을 잡고 읽고 있었다. 다 읽고 나더니 쪽지를 콰직 구기더니만 주머니에 쑤셔넣고 씩씩거리며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이제 가냐? 그래, 그만 방해하고 좀 꺼져라." 독살스러운 말투에도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것이 좀 이상했다.
-잘 해봐라. 나는 안 말릴란다. 긴토키는 주머니에 든 쪽지를 콱 소리가 나게 구겼다. 사카모토 놈이 아무 생각 없이 아픈 진실을 찌른 것도 짜증났지만 본인이 자각도 못 했다는 점이 가장 열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