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중독으로 며칠을 앓고 나니 몸에서 지방이란 지방은 모두 떨어져 나가고 남은 것은 앙상한 가죽과 뼈 뿐이었다. 몸 여기저기엔 빨간 상처들이 흉하게 드러나 있고, 아직도 피가 흐르는 상처도 숱하게 있다.
식중독으로 앓은 게 문제인건지, 상처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건지 상처는 며칠을 자고 난 다음에도 전혀 낫지가 않는다. 여전히 빨갛고 건드리면 아프고, 피가 나고, 심하게는 곪는 것까지 있었다. 손을 대면 하얀 진액이 끈적끈적 묻어났고, 점점 심해졌다. 팔을 구부리자, 팔꿈치 쪽에 앉아있던 딱지가 탁, 터져서 피가 났다. 비릿한 냄새가 싫었지만, 방 안은 온통 상처에서 나는 비릿하고 불쾌한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나갈 곳도 없고 나갈 수도 없다.
-점점 추해지고 있어. 원점으로 돌아왔지만 완전히 돌아온 건 아냐. 추해지고 있어. 방 안에 가득찬 이 냄새랑 똑같은 거야. 어디에 가도 이 냄새는 사라지지 않고 상처도 어쩌면 계속 남을지도 몰라.
혼자 중얼중얼거려도 냄새도 상처도 사라지지 않는다. 이 상처는 도대체 언제나 나을려나. 나날이 상처의 숫자는 늘어가고, 그에 비례해 허기는 더 심해진다. 먹을 것이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먹을 수가 없다. 식중독에 걸렸으니까. 하지만 앙상하고 상처투성이긴 해도 아직 목숨은 붙어있다. 나는 무엇을 먹으면서 버티고 있는 걸까?
-결국 제 살을 먹는 건 미친 짓이야.
거울에 비친 나는 얼굴과 목을 제외한 모든 부위에 둥근 모양의 상처를 달고 있다. 그러고보니 잇자국을 닮았다. 그래서 이런 상처가 났구나.
나는 내 살을 갉아먹다 식중독에 걸렸다. 제 살을 뜯어먹고 온전하기를 바랄까마는, 그래도 최소한 배는 덜 고플거라고 믿었다. 기묘하게도 그렇게 살을 갉아먹었지만 그런 식으로 단백질을 섭취해도 새살이 돋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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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쓰던 스타일이 아니라 솔직히 좀 꺼림칙하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도대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