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스케의 생일 선물을 사려고 비상금을 털어 저잣거리로 나가는데 긴토키가 따라왔다. 골라주겠다나. 나보다는 그런 걸 훨씬 잘 알테니 뭐 괜찮겠지. 긴토키는 골목골목을 지나 천인풍의 물건을 파는 가게 문을 열었다. 이런 가게에 신스케에게 필요한 게 있냐고 물었더니 있단다. 가게 안은 알록달록하고 처음 보는 것들로 가득차 있었다. 긴토키는 그 중 가늘고 긴 천 속에서 검은 것을 잡았다. 붕대냐고 물었더니 날 걷어찼다. 가게 안에서 물건을 구경하던 처자들이 그것을 머리에 묶는 걸 보고서야 감이 왔다. 길 가는 처자들이 그걸로 머리를 하나로 묶고 걸어가던 것을 본 기억이 있다. 보드라운 천이 나풀나풀 휘날리는 게 머리에 앉았다 날아가는 나비와 같았다.
꽤나 곱지 않은가.
신나게 그걸 들고 가서 신스케에게 내밀자 신스케의 얼굴이 그렇게 일그러질 줄 그때는 몰랐다. 그게 여성용인 줄 내가 알았나, 그저 고우니 들고 왔지. 긴토키 네 이놈.

--------------------------
"이거 어떻게 묶는 거냐?"
"모르면 하지 말라고! 야, 머리 뽑힌다니까! 놔!"
긴토키가 검정 공단리본을 양손에 들고 신스케의 머리를 얽어매고 있었다. 한 마 반 정도 되는 긴 리본이 머리카락과 뒤엉켜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야, 그냥 니가 매 주면 안 되냐?"
"죽고 싶으냐?"
"아 왜."
"여자 리본을 내가 왜 매?"
다카스기가 발을 냅다 휘둘러 등 뒤에 선 긴토키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아파 죽겠다고 폴짝폴짝 뛰는 동안 다카스기는 머리에 얽힌 리본을 풀었다. 머리카락이 몇 올 리본에 얽혀있는 걸 보자 어이가 없었는지 인상을 찌푸렸다.
"즈라가 사 왔잖아, 좀 매 봐라."
"싫다니까."
"까다롭긴."
긴토키가 입이 댓발이 나와 툴툴거렸다.
"그러게 누가 이런 거 사 오래?"
"그치만 묶어놓으면 까만 나비 같아서 잘 어울릴 거 같았는데."
들으란 건지 듣지 말란 건지 알 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리고 긴토키는 다카스기의 손에 들린 리본을 뺏으려고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다카스기가 리본을 잡은 손을 등 뒤로 감추었다.
"줬다가 뺏는 법이 어딨냐?
"안 묶을 거잖아."
다카스기가 손을 머리 뒤로 갖다대더니 잠시 꼼지락 거리고 손을 풀자 손에 있던 리본이 목덜미께에서 달랑거리는 것이 보였다.
"자 됐냐? 아 진짜 그 놈 참."
긴토키는 다카스기의 어깨를 움켜잡았다. 얼굴에 불만이 가득한 걸 어깨를 잡아 몸을 돌리자, 까만 리본이 길게 늘어져 하얀 뒷목에 그림자를 떨구며 흔들거리고 있었다. 마치 까맣고 날개가 큰 나비처럼.
".......야 이 미친 새끼야, 떨어져!"
긴토키가 갑자기 어깨를 잡은 손을 앞으로 뻗어 다카스기의 어깨를 끌어안더니 목에 얼굴을 묻었다. 다카스기는 쩌렁쩌렁 교실이 떠나가라 고함을 질렀고 비명소리를 듣고 달려온 카츠라는 치고 받는 두 아이의 머리를 들고 있던 양동이로 한 대씩 때려 싸움을 멈추게 했다.
"야 목에 얼굴 좀 묻은 게 어때서!"
"거기서 그걸 왜 하냐고!"
이걸 선생님께 일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던 카츠라는 그저 한숨을 길게 내쉬고, 이번에는 주먹으로 둘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긴토키의 머리는 딱 소리가 나도록, 다카스기의 머리는 톡 소리가 나도록.

"리본으로 목이라도 조르지 그랬나."
"미쳤냐, 이 예쁜 걸로 저 재수없는 백발 목을 조르게."
싸우는 도중에도 리본만은 곱게 접어 주머니에 넣은 걸을 카츠라가 지적하자 다카스기는 부루퉁한 얼굴로 대답하고는 툴툴대며 방을 나섰다.
"그 녀석, 선물로 준 게 내심 기쁜가 보군."
카츠라가 흐뭇한 표정으로 중얼거리자 문 밖에서 즈라는 제발 입 좀 닥치고 있으라는 요지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Posted by 유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