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예 님 리퀘였습니다. 리퀘 내용은 맨 끝에 적어놓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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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지카타가 서류더미에 얼굴을 파묻고 자고 있었다.
예산 지원 신청서, 경위서, 등등의 제목이 붙은 서류가 결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 내가 친 사고를 수습하는 서류일 거다. 가게 하나를 날려먹고 신문에 얼굴이 난 건 내가 생각해도 좀 너무한 사고였는데. 이 인간은 그냥 한숨을 푹 쉬고 한참 잔소리를 하더니 다음엔 그러지 말라고 했다. 내가 니 동생이냐.
대체 저 인간은 내가 무슨 사고를 쳐야 나한테 진지하게 화를 낼지 모르겠다.
처음 봤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설교를 하고 야단은 쳐도 화는 내지 않으니 뭐 저런 병신이 다 있나 모르겠다. 심지어 이것 좀 보라지. 어지간히 졸렸는지 볼펜으로 입 주위를 그어놨다. 입술 한 귀퉁이에 괴상한 검은 도형을 그려놓고도 속편하게 잘도 쳐자네. 얼굴에 뭐가 묻어도 꼭 저렇게 웃기고 폼 안나게 묻는 것도 재주다.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으며 킬킬거리는데도 깨질 않는다. 자는 얼굴은 참 평온해 보인다. 평소엔 미간에 주름 잡고 인상 구긴 얼굴밖에 못 하면서. 이 인간은 계속 나나 곤도 씨, 떨거지 새끼들이 치는 사고나 수습하며 이리 뛰고 저리 뛰다 이렇게 자는 게 일상이지. 이번엔 어디 가서 머리를 숙이고 어디 가서 수습할 거리를 조달해 왔을라나. 나로선 짐작도 안 가는 일이다.
아마 계속 이런 식일 거다. 그리고 요령 없는 인간에겐 사람 화를 돋구는 데가 있다.
굳이 내가 S라서 그런 건 아니겠지. 아니, 내가 S라서 더 화가 나는 거겠지. 그게 맞을 거다. 이 인간은 사람이 멍청할 수 있는 한 멍청하게 구는 꼴을 봤다고 생각하는 순간 더 멍청한 짓을 해 댄다. 그러라고 치는 사고지만. 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가. 화를 좀 내 봐라 제발. 진지하게 나한테 화를 내 보라고.
그냥 충동적으로 달려든 거다. 그리고 마침 입술에 난 볼펜 자국이 어지간히 짜증나던 참이었다. 그래서 물어뜯었다. 순간 히지카타가 신음 반 비명 반 소리를 지르며 일어나서 손으로 내 등짝을 후려갈겼다. 심심하면 나가서 애들하고 놀 일이지 뭐 하냐고 그런다. 이 인간 봐라.
입술에 피가 벌겋게 맺혀 있는 걸 입으로 닦아줬더니 이젠 굳었다. 그리고 정확히 6초 후에 폭발했다. 그 순간에도 검집에서 칼을 뽑지 않고 달려드는 덴 정말이지 질렸다. 이러니 내가 이 인간을 괴롭히고 싶지 않겠냐고. 언제고 진검을 뽑아들고 날 죽일 자세로 덤빌 때까지 집요하게 괴롭혀 주마. 평생이 걸리더라도. 다음엔 좀 더 세게 물어뜯어봐야지. 그런데 왜 내가 하필 입술을 물어뜯었을까, 에잇 모르겠다. 생각하기 귀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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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퀘는 원래, 오키히지 키스신이었습니다.
......저것들이 첫키스는 레몬맛☆ 이러고 있을 리도 없고 무엇보다 오키타는 자기가 히지카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짐작도 못 할 거예요. 그런 놈 치고 저만하면 진도 많이 나가지 않았어요? (딴청)
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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