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많은 나라가 사라졌다 생겨나기를 반복하더니 거대한 초국가연합이 생겨난 24세기라고 해도 변하지 않는 것은 많다. 전통이라고 불러도 좋고 관습이라고 불러도 좋고, 뭐 그런 것들이 있다. 그것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부분이 이름이다. 이름이란 것은 대대로 물려받는 것이다. 자신들의 부모가 지어준 대로 그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것이니까 잘 변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민 중위, 동양계 이름이다. 중국 아니면 한국계겠지. 그리고 스밀노프 중위. 누가 봐도 러시아계 이름이다. 러시아인의 이름엔 굉장히 재미있는 게 많다. 본명보다 더 많고 부르는 사람에 따라 섬세하게 구분이 되는 애칭이라던가...
그리고 저기 스밀노프 중위가 온다. 가까워진다.
-뭐 하고 있었나?
중위님의 성함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이라고 누군가 대답한다.
-내 이름? 뭔가, 궁금한 거라도?
그저 러시아계 이름 같아 궁금하다고 말했다. 소위는 밝지 않은 표정으로 답한다.
-아버지가 러시아계니까.
스밀노프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다고 인혁련에서 군생활을 한 어느 중사가 말했다. 세르게이 스밀노프, 러시아의 성난곰이라는 별명이 붙은 군인에 대해 나도 들어본 적이 있다. 중사는 눈치가 없었다. 이 자가 뭘 해서 승진을 했는지 완전히 잊고 있었다. 이상해진 분위기를 수습한답시고 누군가 중위님 아버지 일은 참 안 됐다는 말까지 꺼냈다. 처참했다. 눈에 띄게 스밀노프 중위의 얼굴이 험악해졌다.
-그런 자는 아버지도 뭐도 아냐. 나는 군인정신에 위배되는 행동을 한 자를 내 아비라 인정 못 하네. 나도 군인이 아닌가.
중위는 이를 악 물고 소리치듯 말했다. 참 웃기는 일이었다. 버쩍 얼어붙은 동기들과 후임들 사이에서 나는 그를 관찰했다. 사람이 주먹을 쥐고 화를 낼 수는 있어도 이를 악 물고 소리지르지는 못한다. 이를 악 무는 것은 참는 것. 그 자신도 무언가를 참고 있는 것이다. 본인이 인지 못 하는 무언가를.
러시아에는 이제 너무 오래되어 잘 쓰이지 않는 풍습이 몇 개 있다. 러시아 땅에선 관습적으로 쓰여도 러시아를 벗어나면 쓰이지 않는 호칭, 부칭이 있다. 아버지의 이름은 자식에게 전해지고 그렇게 이름은 영원히 남는다.
안드레이 세르게예비치 스밀노프. 세르게이의 아들 안드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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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보기 전에 생각하던 건데 말입니다, 타이밍 놓쳐서 쓸까 말까 했거든요. 시간 없고 화수 모자라니까 이해가 아주 빨라져서 좋......긴 개뿔이 좋아요.
괜찮아요 루이스 살아온 건 아예 잊고 있었는데요 뭐. 전 정말 기절했다 일어난 줄 알았다고요.

쿠로다가 그냥 저렇게 살려두진 않았을 거라 믿으렵니다. 아직 마리나도 무사도도 아무 것도 못 했습니다. 할렐루야는 이제사 알렐루야와 인사를 했고 말이죠 라일은 이제 막 록온이 되었을 뿐이에요. 아직 할 일 많습니다. 이렇게 끝내면? 뭐 다른 의미로 레이드 들어가는 거죠.

아무튼 러시아식 부칭은 좋아요. 안드레이는 세르게이의 아들입니다. 너 임마 소마는 그거 갖고 싶어도 못 가졌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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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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