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 님의 하로에 붙은 록온 유령 설정을 차용한 지벨님의 글을 보고 쓰는 그으러니까 이게.....4차 창작 되겠습니다.
두 분 죄송해요.
수중에서 우주로 고속이동을 하는 동안 복도에 구르는 하로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로의 주인도 하로를 챙겨가지 못한 듯, 아니, 하지 않은 듯 했다.
<꺄아아아~!>
그 결과 톨레미 이동간을 온 몸으로 통통 튀며 굴러가는 하로를 동정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다들 바빴고 하로를 챙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로, 하로! 라일 이 녀석은 전투중에 하로도 안 챙겨가고 뭐 하는 거야?
하로에 붙어 반투명한 손으로 벽을 잡으려고 아무리 애써 봐야 소용없다는 사실도 잠시 망각하고 이동간을 잡아보겠다고 이리저리 빙글빙글 돌고 있는 고 닐 디란디(향년 24세) 빼고.
사건 종료 후.
시무룩한 얼굴로 돌아와서는 힘없이 하로 가지고 공 던지고 받기 놀이를 시전하는 라일 덕분에 하로에 붙어 사는 기생 유령 닐 디란디의 얼굴은 아래위로 마구마구, 사정없이, 흔들흔들거리고 있었다. 반중력 상태라 지상에서처럼 곱게 공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꼭 달랑대는 용수철 끝에 달린 얼굴 같았다. 반투명한 얼굴이 왔다갔다 하는 걸 보니 어지럽다. 그 얼굴 주인은 유령이라 그런가, 어지럽지도 않은 모양인지 혈육을 상대로 대화를 시도했지만 라일은 하로를 던지고 받던 손을 멈추지 않았다.
-아우야.
"왜."
-우리 대화 좀.
"해."
-너 너무 성의 없지 않냐?
"뭐."
-하로는 저격형 건담 탑승 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파트너야.
"그래서."
-잘 챙기라 이거지. 전 주인으로서 하는 말인데 정말 좋다니까? 끼고 다니면 옆구리에 딱 맞는 사이즈
드디어 한계다. 라일은 허공에 떠 있는 하로에다 대고 소리질렀다.
"형, 고만 해라 좀. 오늘은 트랜잠으로 톨레미 끌고 가는 거였잖아. 그게 하로랑 뭔 상관이야!"
-야, 밥도, 아는, 자자,로 일관하다 드디어 세 마디 이상 말 했다?
"때와 장소와 인종과 안 맞는 유머 즐."
아예 고개를 홱 돌리자 사람은 도저히 따라 못 할 자세로 닐의 얼굴이 라일의 얼굴 앞에 따라왔다.
-너 뭔 일 있었냐?
"그딴 거 없어."
-아까 세츠나랑 심각한 이야기 하지 않았어?
"대체 어디까지 따라다니면서 스토킹할 셈이우?"
아 젠장. 불었다. 이건 내가 아까 걔랑 심각하게 형님 사망 원인에 대해 이야기했다......까진 아니라도 어쨌던 분 건 분 거 맞잖아. 부루퉁한 표정을 짓고 대화 안 하겠다는 뜻으로 눈을 감고 귀를 막았으나, 유령이 달리 유령이 아니다. 우습게 보면 안 된다.
-하로는 기능이 좀 다양해서.
"......"
-다 들었어.
눈을 떠 보니 형이 웃고 있었다.
-우리 라일이, 정말 다 컸네, 이 형 진짜 기쁘다.
"아, 좀."
-그렇잖아. 거기서 욱, 할까봐 걱정하기도 했고 거기서 형의 원수! 이럴까봐도 걱정했는데.
어이없는 반응에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형이 살아있다면 멱살이라도 잡아주는 건데, 이럴 땐 죽어서 정말로 불편하다. 실제로 살아있다고 해도 멱살 이상 못 넘어갈거라는 내면의 빈정거림은 무시하고.
"내가 형이야? 나이는 공으로 먹은 줄 알아? 형같이 이상한 데서 욱 해가지고 죽을 자리 안 가리고 뛰쳐나가는 나쁜 취미 없거든?"
-그거 아니라도 여러가지로 기뻐.
닐이 정말 기쁘다는 듯 환하게 웃고 있었다.
-저 애들에게 더 이상 큰 짐은 없었으면 하거든. 고맙다. 내가 못 한 일을 해 줘서.
저 애들은 분명 다른 마이스터들을 말하겠지. 은근히 속이 터졌다. 걔들 좋으라고 한 일 아니거든요, 머저리 같으신 우리 형님아.
라일은 짜증나는 얼굴로 공중에 둥실 뜬 하로를 낚아채서 양손으로 잡고 세게 흔들었다. 하로와 하로에 붙어 사는 유령이 동시에 비명을 내질렀다.
<라일! 라일! 심술! 심술!>
-얌마, 하로가 심술부리지 말라잖아! 나 멀미했어, 어지럽다고!
라일은 한숨을 쉬었다.
"형 거짓말 너무 티나. 세상에 어떤 유령이 멀미를 한다고."
-넌 유령도 되어본 적 없으면서 어떻게 그런 섭한 소릴 하냐 아우야.
빠직.
야 이 망할 형님아 유령 먼저 된 게 무슨 자랑거리라고 그딴 소리나 하고 앉았습니까?
"지금 그거 자랑이라고 해?"
-글쎄.
닐이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듯 손을 들며 웃었다. 아, 형이 또 엄마 노릇 하고 있어. 생전 내 앞에서 자기 자랑 같은 건 해 본 적도 없는 인간이 저럴 땐 이유가 있는 거지. 처음에 하로에서 형이 튀어나왔을 땐 응, 이거 내 입체영상인가 했는데 그놈의 입체영상이 익숙한 말투로 말을 걸고 있지 않나. 15년 지나도 저 썩을 형님의 말투는 변한 게 없다. 날 배려해준답시고 되지도 않은 농담따먹기나 하고. 그래가지고 언제 천국 갈래? 아차, 테러리스트는 못 가나......아무튼! 요단강은 건너야 될 거 아냐 이 쓸모 없는 형님아.
라일은 형을 보고 억지로 미소지었다. 입술이 부들부들 떨렸다.
"저기 형, 나 뭐 하고 싶은 거 있는데, 해도 돼?"
-응?
우리 동생이 뭐가 하고 싶어서 형한테 다 물어볼까, 상냥한 얼굴로 미소를 지으려던 입은 입꼬리만 위로 올라간 시점에서 굳고 말았다.
라일 디란디는 하로를 손에 힘줄이 서도록 거머쥐고, 입꼬리를 부들부들 떨며 하로를 머리 위로 번쩍 쳐들고, 전심전력으로 벽에 집어던지고 말았다. 하로와 함께 닐도 둥실둥실 벽으로 날아갔고 잠시 좀 정신사나운 소요가 방 한가운데서 벌어졌다. 반중력상태라 감사하게도 하로는 무사했다만 닐은 비통한 표정을 짓고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야 하로한테 그러지 말라니까!
<꺄아아악! 사이좋게! 사이좋게!>
"저 놈의 기계 박살 안 날 거 감안해서 던진거요, 뭘 모르시네. 내가 애도 아니고 그렇게 앞도 뒤도 안 재고 행동할까봐?"
유령이 피식 웃었다.
-미안한데 동생아, 내 눈에 넌 그냥 애야.
"지랄! 형 나보다 겨우 5분 일찍 태어난 걸로 형 행세 하지 말라니까!!!"
-그런 소리 하려거든 아우야, 형, 형 소리부터 입에서 떼지 그러냐?
네가 날 형이라고 부르는 이상 네가 나보다 애라는 것도 뻔한 거 아니겠니? 뻔뻔한 얼굴로 웃는 닐의 얼굴에 짜증난 라일이 문을 열고 하로를 복도에 던져버리고, 지나가던 티에리아한테 걸려서 건담마이스터의 마음가짐에 대한 간결명료하고도 무시무시한 연설을 듣게 되었다는 건 그냥 뒷이야기.
그렇게 형과 치고 받고 나서야 라일은 아무 꿈도 꾸지 않고, 고민도 없이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다는 것도 그냥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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