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에 라일 디란디로 계속 표기되는 이유를 나는, 남들이 록온 스트라토스로 인정 안 해주고 본인도 그럴 생각이 없어서, 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가 록온 스트라토스가 되면서 라일 디란디를 버리는 순간을 극대화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극장판에선 라일 디란디라는 이름을 보기 힘들겠지. 아니 때로 시의적절하게 나와 나를 죽이려고 들려나. 아무튼 엔딩의 이름은 록온 스트라토스일거다.

그리고 세츠나에 대한 모든 원한을 뛰어넘었다. ......사랑한다 김라일. 78%짜리 일반인일 때가 차라리 나았어. 어떤 면에선 네 형보다 더 답이 없구나.
진짜 어른이 된 게 네가 네 형을 계승하면서부터라고 생각은 하는데-그런 점에서 25화는 유년기의 끝 맞다. 세츠나는 아버지를 뛰어넘었고 너는 형을 뛰어넘었고.- 네가 선택한 길이 필연적으로 가시밭길이고 깨진 유리바다인 건 알겠는데 말이다, 원래 어른 팔자는 그렇게 더러운 거니, 응?

......내가 진짜 이딴 팬질 계속 해야 합니까, 네?

에라이 닐 디란디 이 더러운 옴므파탈아 너는 무슨 전장의 마녀냐. 네 동생도 그 길로 몰아넣고 세계를 저격하라고 몰아가고 있어. 세츠나를 몰아가더니 이젠 동생을 몰아가냐? 네 역할은 그거냐?(내가 마녀네 옴므파탈이네 욕하긴 했어도 그건 저 놈이 남자라서 그런 거다. (마초들은 계집 소리 들으면 돌아버리는 게 김트루))
카악, 퉤.

물론 그 닐 디란디는 라일이 본 일종의 헛거였을 가능성도 제법 된다. 트랜잠 속에서라고 해도 이미 죽은 사람이랑 GN입자를 써서 대화하기는 힘들겠지. 하지만 확실한 건 라일 디란디가 아는 형은 그렇게 말했을 거라는 거고. 그게 형으로서 닐의 모습이었다는 게 중요하다. 라일 디란디를 대하는 닐 디란디는, 그런 놈이었다.
세츠나한테 록온은 부모가 맞다. 내가 가지 못했던 길을 대신 가 달라고 마구마구 투사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히. 부모의 욕망이거든. 나는 이렇게 못 살았으니까 너는 꼭 그렇게 살아다오, 하는. 나의 분신이니까 자식 대하듯 하는 게지.
그런데 저건 내 분신도 아니고 그냥 내가 까라면 까야 하는 존재;; 대체 뭔 형제 사이가 그렇냐? 리린 님 말씀마따나 록온들은 안동, 봉화, 영주에 가서도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다. 가부장적 가치관이 지배하고 있어서 적응하기 쉬울 거야. 라일은 반항은 좀 하겠지만 형이 가부장인 이상 적응하고 살게 되어 있다.
세츠나한테보다 라일한테 더 불공평하게 대한 저 인간 저걸 어떡하면 좋을꼬. 야 너 어떻게 동생한테 그럴 수가 있냐? 세츠나 팔자 완전히 말아먹고 튀었으면 됐지. 세츠나한텐 미안해도 라일한텐 안 미안하지 응? 세츠나보곤 변하라고 해놓고선 라일 보곤 내 뒤를 이으라고? 아 물론 라일의 변화가 댁보다야 긍정적인 데가 있다는 점 부인은 안 해. 그치만 가는 길은 똑같거든. 걔 그렇게 안 살아도 되는 애거든.

물론 형으로서 동생의 변화를 축하하는 건 당연한 자세라고 생각하는데-너도 마지막에 복수심 떄문에 인생 그르치지만 않았으면 나름 확고한 목표는 있지 않았니- 난 그래도, 최소한 너는 거기서 동생 걱정 조금은 해줄 줄 알았다. 미안하다 소리 한 마디는 할 줄 알았어. 네 정신세계를 만만해게 본 내가 바보다 그래. 너 정말 미쳤구나.

그리고 라일 이 자식아. 넌 그 때 도망치는 게 아니었어. 어려서 형한테서 도망친 덕분에 지금 네 인생이 그따위거든. 지금 네가 서 있는 곳은 그러니까 2차원 좌표축에선 원점이란다. 3차원으로 바꾸면 좀 더 지옥에 가까운 어딘가로 푹 꺼진 곳이겠지만, 원점이야. 결국 너는 심하게 이야기하면 네 형의 대체품이 되어버린 거지. 조악한 표현인 거 알지만.
사셰스 발라버린 것도 결국 형의 뒤를 이어버린 거잖아. 물론 잘 했어. 이해했으면서도 쐈잖니. 세츠나에 대한 원한도 모두 정리했고. 근데 그거 네 형이 해야 하는데 바보라서 못 하고 간 일이거든. 너 진짜 안 됐다? 물론 너는 형을 뛰어넘었지. 라일 디란디로서가 아니라 록온 스트라토스로서.
물론 라일 디란디가 아니고 형이 되는 것이 네 목표겠지. 너도 참 정상은 아니다. 그걸 왜 30 다 되어가서 실천하는데.  

내 진작에 형은 대단해 할 때 네놈 알아봤어야 하는데 그 대사가 하도 충격이라 어버버하는 사이에 이까지 밀려왔구나. 속 터진다.

메신저 대화를 좀 긁었다. 전부 내가 한 말.

사실 닐디란디로선 좀 화를 내도 될만한 상황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야.
 화 안 낸 이유가 뭔지 암만 생각을 해 봐도
 나는 네 인생을 무조건 긍정하겠다는 크고 따사로운 애정.......은 아닌 것 같은 거야;
 라일의 뇌내망상이라서 그렇다.......고 보기엔 GN 입자란 굉장히 가차없는 존재고;
물론 저것도 꽤 들어가겠지만
가장 큰 부분은 테러범으로서의 닐디란디의 혼이라고 생각하지 물론.
 .......저런 놈이 테러하면 답이 없죠 아놔
 자신에게서 도망가지 않고 형을 이어가겠다는 동생이 기꺼웠을지도 모르지.
 그것도 꽤 컸을 거라고 봐. 도망만 치던 애가 지 인생 말아먹긴 해도 도망 안 가겠다는데
 형으로서 기쁘지 않겠냐.
 것도 알껍질 덜 떨어져서 보호해야 되던 동생이 어른이 되었다잖아.
형으로서 보호해야 하고 한 편으로 키워야 하는 동생을 대하는 마음과 테러리스트의 미친 혼이 만난 합작품이 이번 사태, 라고 보는 게 내 한 줄 감상.

진짜 무서운 형이다 닐 디란디. 애들한테 형 노릇한 건 진짜 일 때문에 필요해서+골때리는 미성년들을 앞에 둔 성체로서의 본능(손이 많이 가는 어린애들을 앞에 두면 누구라도 보모 체질 내지는 선생 체질 내지는 형님 누님 체질이 되게 되어 있다.)+과거의 자기 같은 애들에 대한 연민 그런 거였구나. 저 인간이 진짜 작심하고 형노릇한 결과는 지 동생을 지상에 처박아놓고 지맘대로 너는 미래의 상징임 하고 의미부여해놓고 혼자 우주에서 복수심에 불타 죽는 짓이었다. 동생은 형의 거대한 그늘에 눌려있고.
그 동생이 형의 그늘에서 빠져나와 사람이 되겠다는데, 무려 자기 뒤를 잇겠단다. 우리는 저 구도를 어디서 본 적이 있다. 아들이 커서 나와 같아지기를 바라는 아버지들의 마음. (제기랄) 이영도 가라사대 아들이 자기처럼 될 걸 기대하는 게 남자라고.
그러므로 저게 라일 디란디가 본 환각이라고 해도 나는 저 닐이 닐 디란디가 맞다고 생각한다. 닐 디란디와 한 몸을 나눴고 함께 자랐고, 형의 흔적을 좇던 애가 상상한 형이니 형다우리라고 믿는다.  솔직히 환각 반 진짜 닐 반, 보고 있자면 그런 기분이라서.

쓰던 원고를 갈아엎을 필요는 없다는 게 기쁘다. 더할 건 있지만. 닐디란디, 가만 두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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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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