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시마가 특별히 언급한, 더블오의 주제와 관련이 깊다던 영화를 보고 왔다.
나 그냥 이 영화를 못 본 셈 치던가 더블오를 못 본 셈 칠란다. 저 작자 아리오스란 이름도 붙였겠다 이제 마음잡고 테러질 하는 것만 남은 것 같은데 이 일을 어쩌면 좋을꼬.
(그런데 정말 합체 하는 거냐, 불안하다. 제발 그것만은. 볼레로 충격에서 벗어난 지 얼마 안 됐어. 또 모르지. 이번엔 합체해야 세 배로 힘 내게 설계해 놨는데 누구누구가 배신해서 합체를 못 해서 죽도록 깨지고 몰살모드로 들어가고 정신붕괴 돌입이라던가? 배신한 쪽도 당하는 쪽도 그러고 싶지 않았다던가, 그럼 살짝 봐줄 듯 말 듯?)
둘 중 한 사람을 비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마이클 콜린스를 비난할 수도 있고 옹호할 수도 있듯이. 반이나마 가질 수 있는 게 어디냐, 더 잃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지금까지 무얼 위해 동지들이 죽어갔는데 이제 와서 포기하란 말이냐, 끝까지 전진하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는 데미언도 테디도 고를 수 없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 역시, 이 영화를 보도록 권해 주신 모 님처럼 데미언에게 동조했지만, 동생에게 그만 하라고, 너는 행복하게 살아야 하지 않냐고, 이 정도가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한계라고 말하는 테디의 말은 위선이 아닌 진심이지 않았나. 사실 테디의 선택이 가장 위험하지 않은 길로 보이기도 하니까. 물론 그 선택 덕에 지금도 아일랜드는 갈라져 있다. 하지만 둘 중 뭐가 좋고 나쁘다곤 말하고 싶지 않다. 나 역시 어떻게든 아일랜드 전체가 독립했어야 한다고 믿지만, 그 당시 조약을 거부했으면 아일랜드에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하는 심술맞은 생각이 들면 뭐라고 말을 못 하겠다.
한 뜻으로 공동의 적을 향해 싸우고 서로 돕던 사람들이 서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가장 좋은 조국을 만들기 위해 갈라져서 원하지도 않는데 서로 미워하고 결국은 서로 싸우게 되는 과정이 굉장히 평온하고 절제된 모습으로 화면에 비쳐서, 그게 가장 무서웠다.
어떻게 너희가 나에게 이럴 수 있니, 내 식탁에서 먹고 내 집에서 숨었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라고 외치던 아주머니의 심정이 그들 모두의 심정이었을 거다. 우리도 저랬지 않나. 당장 1945년부터 얼마나 많이들 싸웠냐고.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서 더 슬펐다. 영국인이면서도 저런 걸 만든 감독에게 나부터 존경의 인사를 좀 드려야겠다.
두 형제의 행동이 똑같은 결과를 낳고 똑같은 대답을 듣게 되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서 감독의 악의를 읽었다. 잔잔하게 염장지르는 게 제일 무섭지, 암.
요 몇 년간 본 중 가장 무서웠다.
덧 : 알렐루야는 이 영화를 보면서 세상의 악의를 읽을 것 같다. 세츠나는 왜 세상은 비뚤어졌냐면서 고민할 것 같고 티에리아는 인간은 왜 저럴지 지금부터 차근차근 생각해 볼 것 같다. 그런데 록온은 이 영화 보면서 아무 말도 안 할 것 같다. 제일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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