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져가세요, 홍보해 주세요. 부디, Please, お願い!
카페 6.9 카운터 앞에 B4 사이즈의 종이가 수북히 쌓였다. 그리고 그 앞에 이상한 팻말이 붙어 있었다. 동글동글한 글자체로 적힌 작은 팻말이었다.
"뭐야 이거. 포스터? .......금홍아 금홍아? 밴드 이름이 왜 이러냐?"
"아 어때서, 곱잖아요! 운율도 살아있구만."
수북히 쌓인 종이 중 한 장을 집어든 효석이 종이에 적힌 문구를 읽자 이상이 버럭 화를 냈다. 효석은 한숨을 푹 쉬고, 포스터를 끌어안고 쉿쉿거리는 이상은 무시한 다음, 바로 유정에게 다가갔다.
"혹시 이 아가씨가 그 아가씨?"
"......부탁이니 아무 말씀 마시고 포스터 가져가세요. 안 가져가면 해경 형 낙심한단 말이에요."
유정은 먼 산을 쳐다보았다. 13장이 줄어서 남은 포스터는 487장.
"해경아, 이거 어디서 구했어?"
"인쇄소 아저씨한테 부탁했어요. 500장만 더 뽑아달라고."
"어떻게 알고 부탁했냐......돈은 네가 내고?"
"우연히요. 뭐 어때요, 예쁘잖아. 태원 형도 가져가요. 회사에도 붙이고, 응?"
"아니 그건 좀......"
이상은 단골들에게 포스터를 강제로 안기기 시작했다. 지용이 서른 장을 들고 갔고, 효석은 내가 이걸 왜 붙여야 되냐며 투덜거리며 들고 갔으면서 연구실 입구에 곱게 붙여주었는데 이상에게는 붙였다는 걸 말하지 않았다. 구본좌, 아니 본웅은 즐거워하며-그러나 포스터를 이상이 가져온 것 자체는 대놓고 짜증을 내며 포스터를 들고 가 미술과 연습실을 도배해놓고 후배들에게 공연 관람을 종용했다. 구본좌는 법이요 진리요 생명이라 울고 불며 후배들은 표를 샀다.
그리고 공연 사흘 전.
"네 카페 6.9입니다. 네? 네.......아, 네. .......네, 죄송합니다. 철거할게요. 예, 다음엔 그러지 않게 주의주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유정이 심각한 목소리로 통화를 마치고, 커피를 손으로 쥐어짜던 이상을 노려보았다.
"해경이 형."
"왜, 왜 그래?"
유정의 등 뒤에서 묘한 오라와 기백이 피어오르는 것을 이상은 두려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지옥 바닥에서 울리는 듯한 목소리였다.
"포스터 말인데."
"포스터? 그게 왜?"
"금홍 씨한테 이야기했어? 형이 그거 홍보하는 거 알고 있냐고. 말하고 들고 온 거 맞아?"
"......아."
이상이 무릎을 쳤다.
"형은 도대체가!"
이 뒤는 여백이 없어 적지 않노라......가 아니고, 유정이 수라로 변신하는 장면을 묘사할 수 없어 적지 않는다. 아무튼 포스터는 모두 수거했다. 이상이. 울면서. 끗.
그리고 덤.
"다 수거한 거죠?"
"응, 철거된 거랑 지용이가 가져간 거 빼고."
"그러고 보니 지용이가 서른 장 들고 갔죠, 걔 왜 그렇게 많이 들고 갔대?"
"지용이도 금홍 씨 좋아하나?"
"세상 남자가 다 해경이 형 같은 줄 알아요? 적당히 하지?"
".........그래, 미안타."
"아니 다행이네."
유정에게 사흘 정도 은근히 볶이느라 진이 다 빠진 이상은 반박 한 마디 못 해보고 풀 죽은 목소리로 금방 사과했다. 그러나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왜 서른 장이지?
"지용아, 너 그 포스터 다 어쨌냐?"
"아 그거요?"
학교 앞 자취생의 모범이라 할 만한 모습으로 테이블에 비치된 브라운 슈거를 사탕처럼 먹고 있던 지용은 해맑은 얼굴로 대답했다.
"자취방이 우풍이 심해요. 그래서 창문 막는다고. 형 그거 종이가 두꺼워서 그런가, 문 막아놓으니까 바람도 안 들고 되게 따뜻해요!"
말문이 막힌 표정으로 이상은 지용을 한참 응시하다, 얼른 뒤돌아서 주방으로 뛰어들어갔다. 한 손으로 눈가를 훔치며 뛰었던 것 같기도 하다. 진짜 끗.
카페 6.9 카운터 앞에 B4 사이즈의 종이가 수북히 쌓였다. 그리고 그 앞에 이상한 팻말이 붙어 있었다. 동글동글한 글자체로 적힌 작은 팻말이었다.
"뭐야 이거. 포스터? .......금홍아 금홍아? 밴드 이름이 왜 이러냐?"
"아 어때서, 곱잖아요! 운율도 살아있구만."
수북히 쌓인 종이 중 한 장을 집어든 효석이 종이에 적힌 문구를 읽자 이상이 버럭 화를 냈다. 효석은 한숨을 푹 쉬고, 포스터를 끌어안고 쉿쉿거리는 이상은 무시한 다음, 바로 유정에게 다가갔다.
"혹시 이 아가씨가 그 아가씨?"
"......부탁이니 아무 말씀 마시고 포스터 가져가세요. 안 가져가면 해경 형 낙심한단 말이에요."
유정은 먼 산을 쳐다보았다. 13장이 줄어서 남은 포스터는 487장.
"해경아, 이거 어디서 구했어?"
"인쇄소 아저씨한테 부탁했어요. 500장만 더 뽑아달라고."
"어떻게 알고 부탁했냐......돈은 네가 내고?"
"우연히요. 뭐 어때요, 예쁘잖아. 태원 형도 가져가요. 회사에도 붙이고, 응?"
"아니 그건 좀......"
이상은 단골들에게 포스터를 강제로 안기기 시작했다. 지용이 서른 장을 들고 갔고, 효석은 내가 이걸 왜 붙여야 되냐며 투덜거리며 들고 갔으면서 연구실 입구에 곱게 붙여주었는데 이상에게는 붙였다는 걸 말하지 않았다. 구본좌, 아니 본웅은 즐거워하며-그러나 포스터를 이상이 가져온 것 자체는 대놓고 짜증을 내며 포스터를 들고 가 미술과 연습실을 도배해놓고 후배들에게 공연 관람을 종용했다. 구본좌는 법이요 진리요 생명이라 울고 불며 후배들은 표를 샀다.
그리고 공연 사흘 전.
"네 카페 6.9입니다. 네? 네.......아, 네. .......네, 죄송합니다. 철거할게요. 예, 다음엔 그러지 않게 주의주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유정이 심각한 목소리로 통화를 마치고, 커피를 손으로 쥐어짜던 이상을 노려보았다.
"해경이 형."
"왜, 왜 그래?"
유정의 등 뒤에서 묘한 오라와 기백이 피어오르는 것을 이상은 두려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지옥 바닥에서 울리는 듯한 목소리였다.
"포스터 말인데."
"포스터? 그게 왜?"
"금홍 씨한테 이야기했어? 형이 그거 홍보하는 거 알고 있냐고. 말하고 들고 온 거 맞아?"
"......아."
이상이 무릎을 쳤다.
"형은 도대체가!"
이 뒤는 여백이 없어 적지 않노라......가 아니고, 유정이 수라로 변신하는 장면을 묘사할 수 없어 적지 않는다. 아무튼 포스터는 모두 수거했다. 이상이. 울면서. 끗.
그리고 덤.
"다 수거한 거죠?"
"응, 철거된 거랑 지용이가 가져간 거 빼고."
"그러고 보니 지용이가 서른 장 들고 갔죠, 걔 왜 그렇게 많이 들고 갔대?"
"지용이도 금홍 씨 좋아하나?"
"세상 남자가 다 해경이 형 같은 줄 알아요? 적당히 하지?"
".........그래, 미안타."
"아니 다행이네."
유정에게 사흘 정도 은근히 볶이느라 진이 다 빠진 이상은 반박 한 마디 못 해보고 풀 죽은 목소리로 금방 사과했다. 그러나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왜 서른 장이지?
"지용아, 너 그 포스터 다 어쨌냐?"
"아 그거요?"
학교 앞 자취생의 모범이라 할 만한 모습으로 테이블에 비치된 브라운 슈거를 사탕처럼 먹고 있던 지용은 해맑은 얼굴로 대답했다.
"자취방이 우풍이 심해요. 그래서 창문 막는다고. 형 그거 종이가 두꺼워서 그런가, 문 막아놓으니까 바람도 안 들고 되게 따뜻해요!"
말문이 막힌 표정으로 이상은 지용을 한참 응시하다, 얼른 뒤돌아서 주방으로 뛰어들어갔다. 한 손으로 눈가를 훔치며 뛰었던 것 같기도 하다. 진짜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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