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츠나가 전장에서 플래쉬백을 일으킨-전장에서 수행한 첫번째 미션이겠죠 아마도- 그 날 밤입니다. 수위가 높진 않지만 일단 둘이 만리장성은 쌓은 다음인고로 가립니다. (바로 밑 글에서 더블오가 위대하다고 한 게 이거예요; 제가 자발적으로 쓴 최초의 에로는 더블오입니다. 역사적이군요; 비록 에로하진 않지만;)
숨을 짧게 몰아쉬며 록온의 몸 위로 쓰러진 소년이 곧장 록온의 목과 허리에 팔을 둘렀다. 허리께에 남아있는 묵직한 아픔과 무언가 질척한 것이 몸 안에 남아있는 기분과 익숙치 않은 자세 때문에 뻐근한 허벅지가 합쳐지자 시너지효과를 낳았다. 한 마디로 아팠다. 그러나 아이는 몸을 치우지 않았다. 록온의 몸에 꼭 붙은 채 떨어지지 않았다. 꼭 엄마 치마폭에 얼굴을 묻은 어린애처럼. 물론 어린애는 이런 짓 못 하지만. 대체 이런 건 언제 배웠담. 아니 하지 말란 법은 없지만 그래도 보통 이럴 땐 여자를 찾지 시커먼 형님을 찾아오진 않잖아? 왜 나야? 이 녀석 급했나, 제대로 준비도 안 하고 사람을 덮치냐. 이럴 땐 뒤처리를 해야 한다고 어디서 들은 거 같은데 이러고 있어도 되나 모르겠네. 그나저나 열여섯 먹은 어린애랑 타의 반 자의 반으로 구른 나는 도대체 뭐람. 머릿속이 복잡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숨은 평온해진지 오래고, 땀도 다 말랐지만 자신의 몸에 팔을 감고 매달려있는 아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아이의 가슴과 등이 부풀었다 가라앉는 것이 배와 팔에 느껴졌다. 불편한 자세로 자면 목 아프고 어깨 아픈데, 게다가 팔 안 아프니 너. 일단 옆으로 누이자고 생각하고 세츠나, 하고 부르자 아이가 껴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안 자네, 움직이지 않길래 자는 줄 알았어. 아이는 자신의 말에 대답은 않고 록온의 가슴에 머리를 묻었다. 까슬까슬한 머리카락이 간지러웠다. -세츠나, 편하게 자야지. 록온이 아이의 등에 올린 손끝으로 등을 톡톡 치자 아이는 오히려 록온을 꽉 끌어안고 뭐라고 작게 중얼거렸다. 그냥 이러고 있어라, 고 말하는 듯 했다. 원한다면 못 할 거야 없지만, 좀 의외였다. 하긴 처음부터 의외가 아닌 게 없었지. -사람과 살을 맞대는 건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자신의 말에 소년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장갑이 없다. 그래서 좋아. 아, 그러고 보니 맨손이었다. 손 좀 줘 봐, 하는 아이의 말에 아무 생각 없이 손을 세츠나 쪽으로 뻗자 세츠나가 맨손을 붙잡았다. 맨손으로 맨손을 꼭 잡고 놓지 않는다. 손가락으로 손바닥을 쓸고 손가락을 하나하나 쓰다듬고 총을 잡느라 굳은살이 잡힌 부분을 손끝으로 굴리듯 만져본다. 남은 한 손으로 아이의 등을 끌어안아도 아이는 몸을 굳히거나 화를 내지 않는다. 사람의 살이 필요한 모양이지. 세츠나가 자신의 손에 탐닉하는 동안 록온은 아이의 등을 토닥였다. 이 아이를 가엾다고 생각해서 몸을 허락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아이의 심정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격전지 한 가운데서 갑자기 멈춰서서는 아무리 불러도 아무 대답도 하지 않던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는 것은 잘 알았다. 극복하지 못할 뭔가가 있다는 거야 짐작하고도 남았다. 중동 출신임이 빤히 보이는 어린 소년에게 자신과 다르지 않은 과거가 있으리라고 어렴풋이 생각했고 오늘 소년의 행동에서 대충 짐작은 갔다. 그리고 그 후에 자신의 방으로 찾아와 아무 말도 없이 자신을 요구할 거라는 것을 어쩌면 내심 짐작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놀랍지도 당황스럽지도 않았으니까. 서투르고 막무가내고, 빈말로도 좋았다고는 말할 수 없었지만 -그런데 세츠나, 이런 버릇 들이면 못 써. -무슨 버릇 말이냐. 소년은 명백히 기분나쁜 표정을 지었다. -사람이 고프다고 아무나 찿아오면 못 쓴다. -아무나라니. 네가 왜 아무나에 들어가나? 소년이 어이없는 듯 목소리를 조금 높였다. 감정표현이 드문 세츠나가 이렇게까지 반응하는 건 처음이라 록온은 웃었다. -처음부터 내가 목표? 이야, 이거 영광인데. -당연하잖은가. 록온 스트라토스. 나는 네 맨손을 진작부터 만져보고 싶었다. 도전적인 발언에 록온이 눈을 가늘게 좁히고 웃자 세츠나는 딱 잘라 말했다. -너라서 온 거다. 다른 사람은 필요 없다. 세츠나는 어느새 록온의 손에서 손을 떼고 턱에서 쇄골로 손을 미끄러뜨렸다. 또? 라고 중얼거렸지만 그다지 싫지는 않았고. 할짝이는 혀 자체에 담긴 명백히 성적인 의도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마치 어머니 가슴께에서 입을 오물거리는 아기 같아 어쩐지 우스웠다. -왜 웃나. -아니 그냥. 가슴께에서 움직이는 까만 머리를 팔로 꼭 안아누르자 팔 근육에 미미한 저항이 느껴졌다. 그래, 어쩌면 자신과 동등한 성인이 되고 싶었던 걸지도 몰라. 하지만 나라고 어디 어른이겠니. -너 실수하는 건지도 몰라. 세츠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왜 실수냐. 난 진심인데. 록온, 자신의 본명 아닌 이름을 부르며 어린 짐승이 보챘다. 짐승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법이지. 록온은 세츠나의 등을 쓸어내렸고 세츠나가 가는 한숨을 쉬었다.
세츠나->록온입니다. 건담님은 우물쭈물하지 않고 생각나면 밀어붙이십니다. 록온은 엄마 포지션이었습니다;; 남자애의 첫경험이니까 엄마가 되어주는 것도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