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저도 더블오로 노멀커플링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난생 처음으로 써 보는 15금! (.......아니 이게 15금 맞냐고 힐문하시면 할 말 없는데요.제가 씬을 못 써서(...) 애프터도 잘 못 씁니다. 성적 긴장감 하나 없는 관계라 죄송합니다.) 사실 책 준비해야 되는데 제가 뭐 하는 짓인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런 건 생각날 때 올려야죠.
-알렐루야-
자고 일어났더니 어제의 나와는 다른 내가 되어 있었다.
눈을 떴더니 자기 방도 아닌 곳이었다. 여긴 어디고 내가 왜 여기 있을까 생각해 봐도 답이 금방 나오지 않았다. 반신에게 혹시 알고 있냐고 물어보며 몸을 일으킨 순간, 자신이 맨몸에 이불을 둘둘 감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경악했다. 눈을 돌려 보니 침대 옆엔 뱀허물 같이 뭉쳐진 옷가지, 잘 들어보니 배경음악은 여자 목소리인 듯한 콧노래소리에 샤워하는 소리. 놀라서 굳은 몸과 달리 머리는 아주 재빠르게 돌아갔다. ……그러니까 이것이, 그, 그러니까 톨레미 남자들끼리 이야기하다 가끔 나오는 그 애프터, 라는 것인 모양인데, 그러니까, 그러니까 애프터라고 하면― 그 순간 기억이 물꼬 터지듯 쏴아, 하고 밀려왔다. 기억이 밀려오면 자동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구르는 자세가 나오냐며 반신이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 불러도 나오지 않다가 이럴 때만 협조하는 반신이 원망스러웠다.
그 생일 이후로 스메라기 씨와 술친구가 되었다. 사실 친구를 한 번도 사귀어 본 적이 없어서 이게 친구가 맞는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시간 나고 마음 맞을 때 같이 한 잔씩 하면 술친구 맞겠지. 록온이 처음부터 레벨 안 맞는 술친구 사귀면 고생한다고 놀렸으니까 아마 친구 맞을 거다. 그렇게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가끔 힘든 일 끝나고 쉴 때 한 잔 마시는 정도였는데 갈수록 술 양이 늘어갔다. 스메라기 씨는 호쾌하게 웃으면서 원래 술은 운동하고 같아서 마시면 마실수록 느는 법이라고 그랬다. 맞는 말이었다. 처음엔 조금밖에 안 들어가던 것이 어느새 한 잔을 비우고 두 잔을 비우게 되었다. 그리고 어제 저녁에 위스키고 브랜디고 넘기기가 힘들어서-꼭 불을 마시는 기분이 들었다.-사과술을 구해 왔더니 스메라기 씨가 오랜만에 보는 과실주라며 반색을 했던 게 기억이 난다. 그 때까진 기억이 아주 선명했다. 그런데 어째 몇 잔 마시고 나니 기억이 없다. 그러고보니 마실 때 할렐루야가 넌 취해봐야 정신 차릴 거냐고 작작 좀 처마시라고 한 게 기억이 어렴풋이 나고, 스메라기 씨가 과실주는 원래 마시기는 좋지만 갑자기 취기가 올라오니까 조심하라고 한 이후로 기억이 하나도 없다. 아니 사실 하나도 없다면 거짓말이고, 중간중간 단편적인 기억은 있다. 생각하니 얼굴에 열이 화끈하니 올랐다. 그리고 일어나보니 이 지경이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술 먹고 사고쳤다 이거다. 치사하고 비겁하게도, 술기운을 빌려서 마음에 있던 누님을 덮친 거란 말이다. 어떻게 한 집에 사는 누님께 그런 짓을! 자기 머리를 때린들 답이 나올 턱이 있고 벽에 아무리 머리를 박아 본들 시간을 과거로 되돌릴 턱이 있나. 피차 즐긴 주제에 뭐 그렇게 부끄러운 척을 하냐고 반신이 비웃었으나 자신은 심각했다. 의식이 없을 동안 나는 도대체 뭘 한 거지? 혹시 할렐루야, 네가 했어, 하고 물어봤으나 할렐루야는 비웃을 뿐이었다. 난 사람도 아냐 할렐루야, 내가 진짜 인간말종인가봐. 스메라기 씨 얼굴은 어떻게 보지? 아니 그 전에 어떡하지? 좀 있으면 스메라기 씨 나올 텐데? 내가 나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여기 있을 수도 없잖아, 이를 어쩌지? 아까까지 비웃던 할렐루야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대체 할렐루야, 난 이제 어떡하면 좋지? 피식, 하는 웃음소리가 들리더니만 머릿속이 조용했다. 할렐루야는 불러도 불러도 나오지 않았다. 제발 협조 좀 해 달라고 빌어봐도 답이 없었다. 반신은 이 사태를 즐기고 있는 듯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샤워실 문이 열리고 스메라기 씨가 수건만 한 장 둘둘 감은 채 고개를 내밀었다. ……이럴 땐 어떻게 하는 게 가장 좋은 걸까, 할렐루야? 일단 손이 발이 되게 빌어볼까.
-스메라기-
일어나보니 알렐루야는 어린애처럼 이불을 둘둘 말고 자고 있었다. 어지간히 깊이 잠들었는지 자신이 몸을 일으켜도 잠시 몸을 뒤척일 뿐 규칙적인 숨소리를 내며 새근새근 잘 자고 있었다. 다 자라긴 했어도 덜 여문 티가 나는 옆얼굴과 숨을 쉴 때 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어깨선이 마치 어린아이 같았다. 그래서 죄책감이 들었다.
술친구라면 술친구였다. 톨레미 내에 술 마셔줄 사람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알렐루야는 편하게 술을 마실 수 있는 좋은 상대였다. 우울한 얼굴로 오늘 부로 스무 살이라며 자신을 찾아온 그 날부터. 그러니까 비슷한 이유로 술을 마시는 동지라고 봐도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아무 말 없이 괴로운 일이 있을 때 한 잔, 대규모 살육 후에 한 잔, 하다 보니 어느 새 자주 술잔을 들고 만나게 되었으니 그게 술친구지 달리 뭐라고 부르겠나. 정말로 다른 생각은 없었다. 어린애를 남자로 볼 정도로 어리석지도 않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음주경험이 별로 없는 알렐루야가 과실주를 들고 온 게 문제였다. 아니, 이건 현실도피다. 어쩌면 머릿속에서 계속 계산이 돌아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알렐루야의 술버릇이나 술에 취하는 정도까지도 계산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아니, 솔직히 이야기해서 술기운에 멍하게 앉아있던 어린 남자애를 꼬드긴 건 자신이 맞다. 까놓고 말해 술 먹고 일을 친 거다. 하면 안 될 일이었다. 아무리 남자가 없고 아무리 오래 굶었기로 어떻게 술기운에 애를 덮칠 수가 있담. 여섯 살이나 어린 애를 술 먹여 덮치다니 이러고도 이 애와 계속 한 팀으로 지낼 수 있을까. 그리고 지금까지 그랬듯, 이 애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을까. 항상 하는 일마다 이런 식으로 꼬였던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한숨을 쉬었다. 무심결에 아이에게 하듯 이마를 쓰다듬고 있는 자신의 손이 가증스럽기까지 해서 얼른 손을 거두었다. 뭐 하는 짓이야. 일단 생각은 나중에. 도망을 가건 애한테 사과를 하건 우선 씻고 나서 생각하자, 하고 한참을 씻었다. 이럴 땐 나라도 아무렇지 않은 척 해야지, 안 그러면 알렐루야는 분명히 당황할 거다. 아니, 울며 사과할 거야. 내가 친 사고인데 사과를 받는 건 가급적 피하고 싶다. 일부러 콧노래를 부르며 밖으로 나가기 싫은 마음을 다잡고-나가면 분명히 알렐루야가 고민하면서 훌쩍거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머리가 다 아팠다- 나와보니 알렐루야가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고 머리를 싸잡은 채 벽에 이마를 쿵쿵 박고 있다 눈물 그렁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예상보다 심했다.
-할렐루야-
“아, 저 그러니까, 스메라기 씨, 저……” 병신 삽질하는 소리 하고 자빠졌다. “아, 안녕. 알렐루야.” 저 여자는 또 왜 아무렇지도 않은 척 허세나 떨고 있고? 눈이 마주치자마자 한 놈은 쫄고 있고 한 년은 억지로 웃고 있다. 하이고, 사람 미치고 팔짝 뛰겠네. 그러더니 서로 아무 말도 안 하고 한참 가만히 서 있네? 결국 먼저 움직인 쪽은 가슴 큰 여자였다. 옷을 챙겨 입으려는 듯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뒤섞인 옷을 분류하기 시작했다. 알렐루야의 표정이야 안 봐도 뻔하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난감해하더니 머릿속으로 나를 부르기 시작하는데 야, 이 정도는 네 힘으로 해결해라. 남자가 그거 하나 못 하냐? “저, 죄송해요!” 내 멍청한 반쪽이 결국 울기 시작했다. 펑펑 우는 건 아니고 그냥 목소리가 떨린다. 이거 웃기는 놈이네. 야 이 새끼야, 뭐 하는 짓이야! 이게 해결이냐? 옷을 주섬주섬 주워입던 왕가슴이 뭔가 찔리는 게 있는 표정으로 웃었다. “괜찮아, 알렐루야. 뭐가 미안하다고…….” 알렐루야 이 놈은 저 표정이 무슨 뜻인지 알지도 못한다. 야, 솔직히 어제 일방적으로 네가 밀어붙인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저 놈 진짜 사람 표정 못 읽네? "괜찮은 척 할 거 없어요." 괜찮은 척인 건 알았으면 얌마, 좀! "응?" "무리하실 필요 없어요. 차라리 화를 내세요." 훌쩍훌쩍 울기 시작한다, 얼씨구. “제가 나쁜 놈이에요, 진짜 그럴 생각은 없었어요, 스메라기 씨, 미안해요……잘못했어요……” 훌쩍훌쩍이 쿨쩍쿨쩍으로 바뀌더니 정말로 큼지막한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왕가슴이 놀라서 이불을 둘둘 말고 울고 있는 알렐루야쪽으로 다가왔다. “일단 씻고, 옷 입고, 밥 먹자. 그럼 괜찮아질 거야, 그만 울어, 응?” 나 화 안 났어, 정말이야. 실은.......아니, 아니야, 알렐루야, 울지 말고, 괜찮대도. 이런 소리를 들으면서 뭐가 좋다고 결국 이 바보는 여자 어깨에 기대서 훌쩍훌쩍 울고, 왕가슴이 애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는 웃기지도 않은 꼴을 연출하고 앉아있다. 저 멍청한 년놈들이 서로 자기가 사고쳤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거잖아! 염병, 내 볼 땐 한 반은 합의하에 일 친 것 같더만.
미리 이야기해 두는데 나는 아무 짓도 안 했다. 알렐루야 놈은 조금만 수틀리면 날 붙잡고 늘어지는 데 나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