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밥 먹다 나온 매운 떡볶이에 생각이 났습니다. 트랙백이 안 걸리네요......이 글을 읽고 읽으시면 아마 이해하기 편하실 겁니다.

저번에 짜장면이라는 세상의 악의가 들어 있는 국수를 먹고 교관님에겐 비웃음당하고 밀레이나한테까지 동정어린 시선을 받은 김라일 라일 디란디 , 계란 한 판. 연장자의 체면이고 뭣이고 애초에 애한테 목줄 잡혀 끌려왔을 때 부터 없었지만 가끔은 억울했다. 20대 초반 솜털 보송보송한 애ㅅ......아니 애라고 부르기 힘든 구석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무어든 간에 지고는 못 사는 게 남자. 쓸 데 없는 데서 오기를 부리는 시점에서 계란 한 판이 아깝다는 건 뭐 그냥 넘어 가고 다 큰 어른이 왜 그러냐면 그게 세상 이치라고 치자. 세상의 악의는 원래 그런 오묘한 데서 시작하는 법이다.

-이것은?
드물게 세츠나가 말을 잃고 접시를 쳐다보았다.
-이거? 저번에 그 인혁련 전통 요리 고마워서. 보답으로 좀 찾아봤어.
의기양양하게 미소를 보내는 라일 디란디. 접시 위엔 무언가 붉은 소스가 가득 담겨 있었고 그 안엔 파스타의 일종인지 손가락 만한 하얗고 길쭉한 무언가가 소스 사이에 들어있었다. 익은 양배추와, 넓적한 가공식품인 듯한 무언가와 삶은 계란, 당근도.
-그거 떡볶이란 거래. 그 나라 애들이 제일 좋아하는 간식이라더라. 맛있게 먹어.
그리고 죽도록 맵고 먹기 힘들다더라. 저번에 날 엿먹였다 이거지, 어디 너도 한 번 당해봐라. 나 라일 디란디 지고는 못 산다. 회심의 미소를 날리자, 접시를 보며 한참 뭔가를 생각하듯 침묵하던 세츠나가 갑자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 쓸 데 없는 복수심까지 형을 닮았나.
허를 찔려 굳은 라일이 아무 말도 못 하는 동안 세츠나는 포크를 들어 떡이라는 것을 집어 입에 넣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씹어 삼키고, 양배추에 당근까지 한 입 먹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맛있다. 고맙게 먹으마.
라일 디란디의 얼굴이 확 구겨졌다. 죽도록 매워서 먹기 힘들 거랬잖아 티에리아 교관님!
우적우적 말 없이, 아주 빠른 속도로 먹기만 하는 세츠나를 보고 혹시나 해서 한 입 입에 넣었다 우선 죽도록 매운 맛에 경악하고 질겨서 씹기도 힘든 촉감에 놀란 라일에게 묵념을. 그리고 매워 죽겠지만 근성으로 근엄하게 버티는 건담님세츠나에게 박수를.
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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