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와서 더블오 내용이 네타가 될 리 없죠. 워크스라면 저랑 피아가 2단콤보로 불타는 거 봐서 내용은 다들 조금씩 아시는 거 압니다. 그리고 덕질 못 하게 된 건묘의 인생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겸, 더블오 안 본 멤버들이 하루 빨리 손을 대서 10월엔 같이 불타보자고 작정하고 이러고 있는 거니까 좀 네타를 해도 상관도 없을 거라 믿습니다.(실지 네타를 당하고 본 피아도 잘만 낚였음.) 그래도 일단 가려놓겠습니다. 2기 네타도 조금 있고 해서.
-옛날 중국에는 전족이라는 풍습이 있었대. 어린 여자아이의 발가락을 발바닥에 딱 붙을때까지 구부리고, 그 발을 헝겊으로 칭칭 동여매어 놓는 거야. 당연히 아프지. 자연스러운 상태가 아니잖아. 못 걸어. 뒤틀려서 걷지를 못 해. 아이가 걷고 싶어 해도 절대로 풀어주지 않아. 그렇게 구부러진 발이 말짱하겠니. 당연히 발은 썩어들어가지. 발이 썩어들어가면 치료를 하냐고, 아냐. 붕대를 갈아주지. 그렇게 꽁꽁 동여매고 동여맨 발은 더 이상 자라지 않아. 그렇게 뒤틀린 채로 더 자라지 않은 발은 다른 몸이 자랄 동안 한 치도 자라지 못해. 그렇게, 한 부위가 더 자라지 못하고……. 세츠나에게 책을 읽어주던 록온이 잠시 헛기침을 했다. 벽에 기대서 록온이 책 읽는 것을 무심한 표정으로 쳐다보던 세츠나가 말했다. "힘들면 그만 읽어라. 나는 상관없다." 그러나 록온은 책을 덮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더 읽어주고 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듯한 표정이다. "아니, 약속은 약속이고." "나는 약속한 적 없다만." 수면, 휴식을 취하기 위한 사실에 남을 들여서 자기 시간을 내 줄 약속을 할 턱이 없다. 슬슬 짜증이 치밀어오르는 것을 느끼며 세츠나는 록온을 노려봤다. 읽던 책을-밝은 색 표지에 그림이 그려져 있고 글씨도 크고 삽화도 있었다-페이지가 넘어가지 않게 손가락을 끼워서 접고 록온은 세츠나를 쳐다보았다. "그렇지만 야, 사람한텐 교양도 중요한 거야." "허구적인 이야기가 무슨 쓸모가 있나. 가서 자라. 정 필요하면 나중에 내가 찾아 읽겠다." 세츠나는 이야기를-그러니까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다. 소년병에게 소설이 무슨 쓸모가 있고 건담 마이스터에게 소설이 무슨 쓸모가 있으랴. 그 이야기를 들은 록온은 성장기 청소년에게 필요한 게 영양소뿐인 줄 아느냐며 오늘은 소설 읽기의 즐거움을 시범보이겠노라며 이렇게 찾아온 것이다. "아아, 이렇게 삭막해서 이걸 어따 써먹는대. 알겠다 알겠어. 그럼 나 간다." 짐짓 투덜거리며 세츠나의 사실을 나서려는 록온을, 갑자기 세츠나가 불러세웠다. "그런데 록온 스트라토스." "응?" "왜 하필 그런 흉흉한 이야기를 골랐나?" 록온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 했다. "아, 이거? 글쎄. 내가 어릴 때 좋아하던 동화라 그런가. 근데 뭐가 흉흉해?" "전족이란 거 말이다." "아, 그거?" 그건 생각을 못 해 봤는데, 하며 록온은 피식 웃었다. "좀 끔찍하지?" 세츠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불균형은 좋지 않다. 저건 성장에 좋지 않아. 저런 걸 권하는 네 센스에 문제가 있다." "아, 역시 그런가." 별 생각 없이 가져왔는데 역시 세츠나는 참 성실하다며 록온은 웃었다. 그 웃는 얼굴과 잘 자라고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사라지는 록온의 뒷모습이, 별 것도 아닌데 오래 잊혀지지 않았다. 복수를 입에 올리며 평소와 전혀 다른 사람처럼 격앙된 모습을 보인 그 일 후에 세츠나는 왜 그게 머릿속에 남아있는 건지에 대해 막연히 생각해 보았다. 록온이 복수를 운운하며 자신에게 보인 표정이, 말이, 겨누었던 총구가 생각보다 충격적이었는지, 그 후의 반응이 충격적이었는지, 아니면 온 사방에서 자신들을 향해 퍼붓는 세계의 악의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해서인지 딱 떨어지는 답은 나오지 않았지만, 오래 단련된 감은 무의식 중에서 이유를 찾아냈던 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런 사소한 것을 기억할 리 없다. 복수를 다짐하고도 오래 살아남는 건 정말로 모진 놈 아니면 운이 좋은 놈 뿐인데도. 그리고 그것을 모를 사람이 아니었음에도. 복수를 위해 테러리스트가 된 주제에 세상에서 테러가 제일 싫었다고 했던가.
"그런 일도 있었다는 거지." 세츠나의 손에는 얇은 책이 들려있었고, 옆에는 록온이 앉아있었다. 아니, 죽은 록온이 아니다. 그의 이름을 물려받았을 뿐, 전혀 다른 시간, 전혀 다른 공간을 거쳐왔고 이제 록온 스트라토스라는 똑같은 이름을 지닌 다른 사람만 하나 남았다. 이 록온이 한숨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런 사람이었지요. 그런데 갑자기 왜 그 이야기를 하죠?" "이 책이 그 책이라서 생각이 났다. 그리고." "그리고?" "한 가지 쓸모는 있었다." "뭐였나요?" "문학은 고도의 비유라는 데 동의한다." 록온은 세츠나가 펼친 페이지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자라지 못한 발은 나머지 를 이기지 못하고 죽는 거지. 다른 것들은 다 자랐는데, 딱 하나가 그 사람의 목숨줄을 잡는 거야. 딱 하나가. 그와 함께 태어난 자와, 그의 죽음을 가장 가까이서 본 자가 서로 마주보았다. 그 다음에 누구의 입에서 흘러나왔는지 모를 말이 허공에 울렸다. "아, 정말. 그런 사람이었지."
--------------------------------------------------- 오래 머릿속에서 굴리던 소재인데 생각만큼 글이 나오지 않아 좀 열은 받습니다만, 지금 안 쓰면 못 쓸 거예요. 확 쓰고 치워야지. ......나중에 리뉴얼하겠다고 난리 쳐도 말리지 마시고.
23화 네타를 듣고 제일 먼저 연상한 게 전족이었지요. 그리고 더블오 2기 네타를 듣고 세츠나와 라일 디란디를 한 데 넣어보았습니다. 시작과 끝을 각각 아는 사람들끼리 사람 하나에 대한 추억을 공유한다는 게 어쩐지 끌려서 그만. (아니 저기 티에리아가 들어가겠어요. 알렐루야가 들어가겠어요. 처음엔 알렐루야였는데 생각해 보면 알렐루야는 그 복수 이야기 못 들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