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장 제대 안 한 처지고 군대고 전술이고 전쟁이고 총이고 아는 거 없습니다. 무식한 채로 글 써서 죄송합니다만 제발 설정은 무시하고 캐릭만 봐 주십쇼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어설프고 허술해도 읽으시겠다는 분만 클릭하시라-.
AEU와 유니온의 접경에 있는, 남반구의 작은 섬에 두 초국가단체의 군인들이 모여든 것은 일단 언론에는 합동훈련이라고 보도되었지만, 사실은 그 근처에 기반을 둔 테러리스트집단의 본부를 치기위한 합동작전이었다. 위치와, 시간, 목적을 변경한 이중의 거짓정보를 던져주어 혼란에 빠진 테러리스트 단체를 기습한다, 양동 작전은 흔한 일이지. 걸려든 쪽이 바보인 거고. 그레이엄 에이커 소위는 소대원들을 본진으로 이동시키는 한편, 부대원 중 고른 몇 명과 AEU에서 파견한 저격수 몇을 이끌고 숲 속을 수색했다. 현장에서 뛰는 게 좋아 자원한 임무지만 이렇게 대놓고 군번 낮은 순으로 나가는 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질긴 덩굴이 얽히고 섥혀 도무지 흙이 보이지 않는 땅이며 하늘이 보이지 않게 높고 굵고 무성하게 자란 나무며 보고 있자니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이 숲에서 어떻게 게릴라를 잡는다. 대저 게릴라전이 여전히 테러리스트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현지인들에게 유리한 점이 있기 때문이지. 그레이엄은 본진을 비우고 숲 속으로 들어가버린 테러리스트들을 쫓아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자신과 군복을 입은 젊은이들이 굳은 얼굴을 하고 따라오는 것이 보인다. 아직 젊다 못해 어린 아이들인데, 오늘 처음 사람이 죽는 꼴을 보는 녀석도 있을 것이다. 등뒤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이 자신마저 위축되게 만들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는 그레이엄 에이커 본인도 소위 임관한 게 2개월 전 아니었던가. 어깨를 누르고 등을 찌르듯 엄습하는 긴장감을 해소하는 방법은 별 거 없다, 정말로. 그레이엄은 뒤를 돌아보고 피식 웃었다.
"싸우다 다치면 국가유공자나 되지만 숲에서 길 잃거나 넘어져서 다치면 부끄러움밖에 안 남는 거 알고 있지? 조심조심 따라와라, 제군들."
마침 수풀에 발이 걸려 넘어지기 일보직전이던 앳된 얼굴의 이등병이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AEU 저격수부대의 선임이라는 앳되다 못해 어린 티가 나는 젊은 군인이 저격수들을 향해 뭔가 말을 하고 있었다. 말끝에 웃음이 왁자하게 터지는 것을 보니 자기들끼리 하는 무슨 농담인가보다. 자신의 어깨를 누르던 긴장감이 한결 나아졌다. 그 김에 그레이엄은 아까 만났던 선임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자신에게 경례를 하던 젊은 군인은 아무리 봐도 20대 초반 이상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어께의 계급장은 중사 같은데. 아무리 부사관이라고 해도 젊어도 너무 젊지 않은가. 자신같은 타고난 동안은 아닌 성 싶고. 그레이엄은 젊은 군인을 한 번 쳐다보았다. 쳐다보는 시선에도 곧은 자세를 풀지 않고 있었다.
-관등성명은?
칼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닐 디란디 중사입니다.
반듯한 태도가 상관은 아니라도 작전지휘관을 존중하겠다는 뜻이라는 것은 알겠다. 그레이엄은 호기심과 방금 안 사실을 확인하려는 마음에, 의도적으로 껄끄러운 질문을 던져 보았다.
-나이를 물어봐도 되겠나?
디란디 중사는 껄끄러운 질문에도 멈칫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
-올해로 19세 입니다.
-젊은데 중사라니 현장 경험이 풍부한가보군. 그럼 잘 부탁하네, 중사.
-네, 소위님. 저희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군인답게 끝이 딱 떨어지는 말투가 오래 근무했다는 말이 빈 말이 아님을 증명했다. 열 아홉에 부대의 선임이라면 얼마나 오래 군대에서 굴렀단 말인가. 하지만 더 이상 대화할 틈은 없었다.
"소위님, 앞을 보실 게 아닙니다. 멀리 보십쇼, 멀리."
어느새 자신의 옆에 다가온 디란디 중사가 자신의 옆에서 소곤댄다. 생각에 잠겨있다니, 전시중에. 무슨 말이 안 되는 상황이냐 이건.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이 얼마나 어색하게 굴고 있는지 알겠다. 조언을 해 주러 온 중사는 마치 자신에게 뭔가 물으러 온 양, 지도와 나침반을 들고 말하는 폼이 장교와 사병들 사이에서 처신을 많이 해 본 솜씨다. 좋은 군인이군, 하고 그레이엄은 생각했다.
작전이 시작된 지 세 시간이 지나 어느새 숲 속 깊이 발을 들이자 작은 교전이 몇 번 있었다. 부상병도 제법 생겼지만 아직 심각한 부상은 아무도 입지 않았다. 일등병의 왼팔에 붕대를 감아주는 상병을 보며 그레이엄은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했다. 이 상황으로 볼 때 본진은 이 근처겠지. 지도상에 드러난 지형으로 볼 때 남쪽은 적당하지 않고, 서쪽인가.
그 때 멀리서 뭔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그레이엄은 반사적으로 몸을 틀었고, 뒤를 돌아보니 마스크를 뒤집어쓰고 방탄복을 입은 남자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것이 보였다. 막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일단 몸을 낮추고, 가까이 오면 일단 한 대 먹일 준비를 하느라 팔을 드는 순간, 그레이엄의 머리 옆을, 작은 뭔가가 날카롭게 가로질렀다. 총알이었다. 뒤를 돌아보는 짓은 하지 않았다. 비명소리가 들렸고, 부하들이 뛰어가고 있었다. 머리 한 쪽에 총알 자국이 난, 당연히 그 옆쪽은 머리 반쪽이 박살난 시체가 누워 있었다.
"죄송합니다, 소위님. 잘 마크했어야 하는데. 다치신 곳은 없으신가요?"
다가온 사람은 닐 디란디 중사였다.
“아, 괜찮아. 하지만 살려두면 정보를 얻을 수도 있었을 텐데?”
"이런 놈들은 이게 최선입니다. 어설프게 정보 캔다고 살려두면 그 틈에 뭘 할지 몰라요."
이런 경우를 많이 보기라도 했다는 듯한 말투. 시체 옆에 다가가 소지품을 뒤지고 있었다. 그레이엄도 옆으로 다가가 상처를 확인했다. 정확하게 오른쪽 눈을 쏘아 머리를 박살냈다. 이 위치라면 몸을 보호할 게 아무 것도 없다. 머리를 가린 철모도 없고. 피야 흐르거나 말거나 무심한 손길로 주머니며 무기를 뒤지던 중사는, 자신을 향해 말한다.
"식량이며 무기 꼴을 보니 오래는 못 버틸 것 같습니다. 분명 근처에 있고요. 애들 좀 풀어서 살펴보는 게 좋겠습니다.”
“동감일세. 그리고 아직 전쟁 경험이 없는 어린애들이군. 일단 얼른 쓸어버리는 게 좋겠어. 슈미트 병장, 지금 이 근처를 수색해보게. 여기 지도에 위치 표시한 쪽을 집중적으로 살펴. 그리고 저격수들은 수색팀을 원호하고.”
"예스, 서!"
빠른 속도로 경례를 붙이고 사병들은 숲 속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당연한 수순으로 전투가 몇 차례 이어졌다. 전투 중에 그레이엄은 디란디 중사가 싸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몸에 익어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 총을 들어, 겨누고, 쏜다. 사람이 죽어나간다. 전투 중이 아니었다면 한 편의 영화 같은 장면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총알을 맞은 소년들은 부상을 입고 쓰려졌고, 그레이엄이 자신의 손으로 사람을 해친 첫 전투는 매우 정신없는 상태에서 끝났다. 앳된 청년이 소년병의 등에 대충 붕대를 맨 다음 차에 싣는 모습이며 발목에 총을 맞은 군인을 걷어차다시피 난폭하게 일으켜 세우고 저격수들을 적당한 곳에 배치시키는 모습은 그럴듯하고도 자연스러워, 한두 번 전장에 나온 솜씨가 아니라는 것을 짐작하고도 남았다. 정말로 좋은 군인이다, 그레이엄은 그렇게 판단했다. 아울러 흉흉한 적이 될 수 있으리라고도.
상황종료. 소년병들은 포로수용소로 보내질 것이다. 숲을 벗어나 상황보고를 하고, 막사로 돌아가던 그레이엄은 막사 앞에 불량한 자세로 앉아 초코바를 입에 물고 총을 손질하고 있는 디란디 중사를 보았다. 근처로 다가가자 먹던 걸 얼른 삼키더니 일어나서 경례한다. 감이 좋은 편인 건 저격수여서겠지. 그레이엄은 웃으며 말을 붙였다.
“아, 경례는 됐어. 여기 앉아도 될까?”
잠시 생각하는 포즈이던 디란디 중사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괜찮습니다만…….”
“별나십니다. AEU 소속 군인에다 부사관인 저와 어울리시게요?”
“네?”
중사의 표정이 더더욱 이상해졌고, 그레이엄은 피식 웃었다.
“자네 지금 그런 생각 하고 있지? 괜찮아. 일단 오늘은 자네나 나나, 전우 아닌가. 전우일 때는 사귀어 놓아야지.”
중사는 표정을 풀고 웃었다.
“재미있는 분이십니다.”
“뭐 자네만 할까. 닐 디란디 중사.”
그레이엄은 운을 띄우고, 곧바로 묻고 싶었던 것을 물었다.
"한 두 번 쏴 본 솜씨가 아니군. 주로 현장에서 뛰었나?"
"네. 그래서 이 나이에 중사 달았죠."
철모를 벗자 드러난 짧은 갈색 머리가 더 어리게 보인다. 중사는 일단 대화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총을 옆에 모셔두는 것으로 표시했다.
“하긴 아까 솜씨가 쓸만하더군. 그 정도 저격실력이면 어지간해선 못 맞추는 게 없겠어.”
“과찬이십니다. 오래 했으니 잘 하는 것 뿐이죠.”
“오래? 몇 살 때부터?”
중사는 웃으며 대답했다.
“글쎄요, 그나저나 소위님은 오늘이 첫 전투십니까?”
“그랬네. 덕분에 많이 도움이 되었어.”
“아뇨, 저도 덕분에 잔챙이들은 많이 골로 안 보내고 끝내서 편했습니다.”
“어린애들은 죽이기 싫은 건가?”
“아뇨, 총을 잡았으니 테러리스트고, 그러니 용서할 대상은 아닙니다만, 아무래도 어린 애들은 저 길 말고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게 좋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죠.”
별로 말은 많이 안 해 봤지만 닐 디란디 중사가 이렇게 긴 말을 하는 것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눈을 빛내는 그레이엄의 표정을 보더니 중사는 헛기침을 했다.
“그냥 헛소리였습니다. 잊으시죠. 아무튼 오늘은 깔끔하게 잘 끝나서 다행입니다.”
“다 자네 실력 덕이지. 자네랑 다른 전장에서 적으로 안 마주쳤으면 좋겠어."
중사는 머쓱한 듯 웃고는 조금 풀어진 말투로 대답했다.
"안십하십쇼, 짬밥 먹기 싫어 제대원을 냈습니다."
그레이엄은 놀라서 대화상대를 쳐다보았으나,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중사를 한 차례 훑어보고 웃으며 말했다.
"하긴 자네 정도로 아름다우면 군인은 안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지. 플래그 파이터라면 또 모르지만."
중사는 별 희한한 말 다 듣는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았다.
"방금 그 말씀 성희롱이십니까?"
"아니, 그저 나는 솔직한 성격이라 생각한 걸 바로 입 밖에 내는 일이 잦다네. 그런데 아름답다는 말 처음 듣나? 자네 정도면 어려서 제법 인기 있었을 것 같은데."
“듣는 사람 무섭습니다.”
쓰게 웃으며 말하고, 중사는 방금 들은 단어를 입에 올려 화제를 바꿨다.
“플래그 파이터라면 유니온의 모빌 수트 말씀이시군요.”
“그래. 아나?”
“뭐 새로운 정보도 아니었으니까요.”
서글서글한 것 같으면서도 말을 아끼는 편이다. 말을 바꾸는 요령도 좋은 편이지만 대화는 길게 이어지지 않고, 그레이엄은 은근히 이 어린 군인이 쌓은 벽이 두껍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럼 앞으로 만날 일은 없겠군?”
“민간인 상대로 전투 안 하신다면, 그렇습니다.”
“군대를 별로 좋아하지 않나보군.”
정곡을 찔렀나, 그레이엄은 내심 즐거웠다. 단정한 군인의 모습이던 청년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진 것을 놓치지 않았다.
“대답할 의무는 없으므로 말씀드리진 않겠습니다만, 폭력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테러리스트는 용서할 수 없다는 사람이?”
아, 또 정곡을 찔렀다. 그레이엄이 이번엔 좀 심하게 찔렀나 하고 멈칫하던 찰나, 중사는 총을 잡으며 웃었다.
“그럼 저는 총을 마저 손질해야겠습니다. 소위님, 푹 주무십쇼. 이런 밤엔 그저 자는 게 제일입니다.”
거 은근히 빈틈없는 놈일세, 그레이엄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하긴 제대하려고 마음 먹은 눈에 군인이 어디 예쁘게 보일까. 제멋대로 생각하고 제멋대로 결론내린 그레이엄은 미련 두지 않고 일어섰다.
“싫다면 할 수 없지. 그럼 이만.”
그리고 나흘 뒤 합동본부는 철거되었다. 두 사람은 이런저런 작전 사이에서 서로 지원을 해 주기도 하고 의견을 교환하기도 하며 합동작전, 이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은 정도로 만났고, 별로 대화는 나누지 못했다. 그리고 어수선한 막사사이에서 짐을 정리하고 부하들을 챙기다 만난 두 사람은 짧게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소위님, 건강하십쇼.”
“자네도 평온하게 살게.”
그레이엄은 이 전쟁터, 저 전쟁터를 다니고, 플래그 파이터가 되고, 건담을 만나게 되는 등 폭풍 같은 삶을 보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그 첫 전투를 떠올려 보아도, 그 군인이 적성에 맞지 않아 보이던 위험한 청년의 이름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N으로 시작하긴 했는데. 그런 사람이 한 명 있긴 했는데,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겠거니, 하고 가끔 떠올릴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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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록온을 써 보고 싶었습니다.
아직 덜 커서 까칠하고 어린애 같은 록온을 써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저렇게 까먹어 놓고 나중에 만나 네무리 히메니 베제니 하는 헛소리 늘어놓는 그라함을 써 보고 싶었습니다.
실은 전쟁터에서 두 사람이 만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후로 24시간동안 꼬박 망상하다 쓴 게 요 모양입니다. 죄송합니다아악; 위에 적은 셋 중 두 가지만 느끼셔도 전 정말 고마울 것 같아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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