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선 여자에게 잘 하라고 가르치셨고 그 결과 여성의 호의를 거절할 줄 모르는 아이로 자라서 코찔찔이 10대 시절에 누님들 손에 총각딱지는 떼이고 말았지만 그래도 남자한테까지 홀랑 먹힌 기억은 없었다. 이럴 땐 이불 돌돌 말고 누워서 훌쩍훌쩍 울어야 하나요 아니면 가슴까지 이불을 끌어올리고 다리를 세워 앉은 자세로 무릎에 머리를 얹고 엉엉 울어야 하나요 아니 왜 전부 이불이야?
루시퍼는 왜 나는 감정이 부족해서 이럴 때 슬퍼하지도 않는걸까 하고 한탄하고 있었다. 옆에서 자고 있는 사람이 들었다간 멱살을 틀어쥐고 싶어지는 생각이었다. 도대체 이 사람은 언제 날 덮칠 마음을 먹은 거야? 그러면 그렇다고 말이나 해 주지, 몰랐잖아. 말도 안 하고 덮치는 게 어딨어. 같은 거 달린 놈하고 할 마음도 없었는데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된 거지? 아니 뭐 싫은 건 아냐. 닥터는 예쁘고 키스도 참 잘 하고.......스톱, 내가 미쳤나. 그런데 왜 닥터가 내 침실을 습격한 거야? 왜 닥터가 공이야? 누가 봐도 내가 공 아니냐고.......역시 라일라 말이 맞아. 퍼플헤븐 그만 봐야겠다. 정서에 해로운가봐. 그런데 일단 덮치고 나면 끝이라니 그거 가르친 것도 라일라 너야? 심심하면 잠자리를 습격하곤 하는 부관의 이름부터 생각이 났다. 그래, 일단 덮치고 나면 그 다음은 어떻게든 되게 되어 있는 게 남자라 이거지. 우리가 무슨 짐승이냐, 아니 이런 경우엔 덮치러 오는 쪽이 짐승 아냐? 게다가 뭐? 마음에 들면 일단 덮치고 보라니 우리 남자한테 인권은 없는 건가요? 그런 거예요?
-물론 그런 거 없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읽었는지 옆에 누워있던 살라딘이 대답을 했다.
-그치만 닥터도 남자잖아.
언제 깬 건지, 생각을 어떻게 읽었는지는 문제가 아니다. 자신의 인권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그러나 봉래인 군의관은 우아하게 미소지었다.
-눈치없는 남자가 인권 같은 걸 찾으면 3대가 벌 받는답니다. 입 다물고 얌전히 잠이나 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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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월도 안 된 애도 아니고 어떻게 인간이 열 네 시간을 잘 수가 있을까요? 아무튼 자다가 요상한 꿈도 많이 꾸고 요상한 네타도 많이 생각나서 기억난 김에 하나 써 봅니다.
살라딘이 루시퍼드를 덮치러 가면 저 작품은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는 BL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아니 저 삼천세계 좋아해요. BL 아니라는 사람들 많은데 BL 맞다고 생각해요. BL을 비웃는 BL이라 그렇지; 대놓고 BL을 비웃으면서도 그걸 인정하는 자세는 소중하죠. 사실 BL은 여성의 욕망의 결정체고, 그걸 대놓고 이야기하는 거 사실 잘 못 봤거든요. 그리고 솔직히 웃기긴 웃기잖아요.......저도 소비층이지만.

실은 이거 마감도피였습니다. 마감은 방금 끝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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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크 님 : 이제 제가 글 쓰면 다 더블오로 보이는 건가요. 하긴 제가 요새 더블오만 죽어라 파 댔죠? (쓴 거 손으로 꼽아보고 좀 놀랐어요. 게으른 제가 이렇게 써대다니!) 삼천세계랑 그 앞의 상신의 비도 카라완기 사가라도 좋아해요. (사실 제일 좋아하는 건 카라완기 사가라.) 삼천은 쓰다 보면 유쾌해서 좋아요.
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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