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과 2로 나누어 놓은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지난 일요일 낮, 방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Taken님과 Kisara 님과 잡담을 하던 중 T 모 님이 요런 걸 그리신 겁니다. 거기에 대한 답이에요.
어느 오후, 샤카는 무릎을 탁 치며 외쳤습니다. "그렇군, 스트레스엔 달콤한 것이 좋은 게로군." "그래, 샤카, 드디어 너도 알아주는 거냐! 우리들 골드 세인트, 아테나를 위해 한 몸 바쳤으니 몸도 마음도 잘 관리 해야지. 그러기 위해선 정신건강 관리도 필수! 가끔은 그런 것도 먹어 줘야 하는 거야. 그런데 샤카, 나 15분 만에 처음으로 대답 들었다? 좀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냐?" 갑자기 처녀궁에 놀러 온 미로가 대체 어디서 배웠는지 원활한 교우관계를 좀 유지해 보자며 자기가 끓여온 차를 일방적으로 두 잔 따르고 홀짝이다 15분간 홀로 담소라는 것을 시도하는 것을 우아하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던 샤카가 좋은 정보를 하나 건졌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기뻤어요. 뭐 본인......이 아니고 本佛이야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니 그저 물에 물 탄 듯 평온하고 우아하게 살면 되지만 스트레스로 고생하는 세인트들은 의외로 많은 모양입니다. 잇키만 해도 항상 표정이 삐딱한 것이 필경 스트레스로 매우 고생하는 거라고 부처님은 단정짓고, 몇 가지를 더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당장 뭔가 주섬주섬 챙겨 사자궁으로 달려갔어요.
"음? 샤카. 여기서 뭐 하나? 웬 일로 여기까지 왔어?" 사자궁에서 편안히 성의를 닦고 있던 아이올리아 앞에 샤카가 나타났어요. 다짜고짜 아이올리아 앞까지 걸어오더니 젓가락을 꺼냅니다. 나름 예의를 갖춰 동료를 맞이하려던 아이올리아는 말문이 막혔어요. 그러더니 주머니에서 비닐로 곱게 싼 뭔가를 꺼내는 겁니다. 하얗고 둥근 것이 있군요. 그것을 젓가락으로 집어들더니만 샤카가 드디어 말을 했어요. "일단 입 벌리게." "왜?" "말이 많군. 하라는 대로 하게." 그러더니 젓가락으로 집어든 걸 입 쪽으로 갖다댑니다. 먹는 거겠죠? 먹으라고 하는 거겠죠? 일단 아이올리아는 젓가락 든 손을 잡았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반대쪽 손으로 사자의 턱을 잡았습니다. 위험합니다. 아이올리아는 필사적으로 외쳤습니다. "뭔지 알아야 먹든 말든 할 게 아닌가?" "어허! 이 몸이 수고스럽게도 예까지 왔거늘 어찌 이리 매정한가!" "아니, 그, 그건 아니고....." 우물쭈물 변명을 하려고 사자가 입을 벌린 순간 부처님은 틈을 놓치지 않고 입을 크게 벌렸습니다. 당황한 아이올리아가 어, 어, 어, 어? 하는 동안 젓가락으로 그것을 집어 톡, 톡, 톡, 톡, 톡, 톡, 톡, 톡, 톡. 순식간에 아홉 개가 입에 쏙 들어갔군요. "이아 이어 아하막.......!" 해석하면 이봐, 이거 박하맛, 정도가 되었어야 할 말은 더이상 나오지 않았습니다. 맛이 불만이면 맛보지 않으면 될 게 아닌가 하며 부처님이 미각을 박탈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그 날 밤, 아이올리아는 굉장히 아팠습니다. 체질상 박하는 몸에 나쁜 모양이에요. 열이 마구마구 솟았습니다. 감기 한 번 걸려본 적 없는 몸이라 그런지 열이 펄펄 끓었습니다. 게다가 세인트라 열도 보통 사람 수준으론 나지 않는가 봐요. 어쩐지 안색이 나쁜 미로가 왔다 갔고 알데바란이 꽃을 안고 문병을 왔습니다. 그러더니 얼음주머니를 갈아주며 "그러게 누가 안 먹는다고 뻗대라던가."라는 부처님의 크고 깊고 자비로우신 말씀을 전해주었습니다. 알데바란이 큰 손으로 듬뿍듬뿍 얼음을 담아-어지간해선 아프지도 않으므로 열 나는 사람 간호하는 법 같은 건 잘 모릅니다.- 보따리 만하게 만든 얼음주머니가 얼굴 전체를 푹 덮었습니다. 그 주머니 속 얼음이 녹으며 주머니가 점점 얼굴 옆으로 퍼져 갑니다. 베개를 덮은 듯 얼굴 전체를 찬 얼음에 묻고 아이올리아는 주머니 저 편 흐릿한 천장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어쩐지 서럽고 슬픕니다.
갑자기 얼굴에 가해지던 얼음주머니의 압박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이마에 따뜻하고 큰 손이 얹혔습니다. "형?" 눈을 뜨자 열이 올라 아른거리는 시야에 꿈에도 잊지 못하던 얼굴이 보입니다. 아니, 눈을 뜨지 않아도 손의 감촉만으로도 알 수 있습니다. 형입니다. 틀림없이 형이에요. 형이 입을 열었습니다. "아이올리아." "형......" "누워 있어." 벌떡 일어나려는 아이올리아를 그 손이 제지했습니다. 어쩐지 형은 얼음주머니 너머에 있는 듯 아른아른, 멀게 보입니다. "하지만 형, 형이 잘 보이지 않아요." "그러냐." 아이올로스는 온화하게 웃었습니다. "굳이 보려고 애 쓸 거 없어." 그리고 아이올로스는 허리를 굽혀 이불을 여며주었습니다. 어쩐지 마음이 어지럽습니다. 이렇게 누워 있을 때가 아니지 않나요. 어서 일어나야 합니다. 형에게 해야 할 말이 많아요. "형한테 할 말이 참 많아요. 그런데 이렇게 누워만 있어서......" "괜찮아." 아이올로스가 환하게 미소지었습니다. 눈 앞이 아른거리는 데도 그 얼굴만은 똑똑히 보였어요. 그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보려고 애 쓸 것도 없고 말하려고 애 쓸 것도 없어." "아니에요. 형. 10년도 넘는 세월이 흘렀다구요. 성역에 대해서도, 아테나에 대해서도. 형도 듣고 싶지 않으세요?" "아니." 아이올로스는 굉장히 짧은 대답을 했습니다. 잘못 들었나 싶어 아이올리아가 반문합니다. "예?" "나는 이미 죽었는데 들으면 뭐 하니."
그 날 아이올리아는 아주 호되게 앓았습니다. 박하를 고양이과 동물에게 먹이면 환각을 본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사탕이 대체 무슨 효과를 내서 그가 그렇게 아팠던 것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리고 옆에서 이걸 지켜보시던 K 모 님은 저를 구축하려고 달려드셨습니다. 아니 원래 사람이 오덕 모임을 하다 흥이 나면 연성을 하기 마련이고, 연성은 지 본성대로 달리기 마련 아닙니까. 그리고 나쁜 건 모 형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