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은 제자가 뭔지 궁금했습니다. 카뮤가 나의 제자 효가여 어쩌구 하며 다시마 같은 눈물을 쫙쫙 뽑아낼 때부터 궁금했어요. 제가가 도대체 무얼까 하고요. 노사님도 제자가 귀엽다고 가끔 말씀하시고요. 그래서 부처님은 제자가 뭔지 물어보기로 했어요.
"카뮤, 뭐 하나 묻고 싶다."
"오, 샤카. 뭐든 물어보게."
"제자란 무엇인가?"
"음, 제자란 말일세……."
평온하고 냉정침착한 얼굴로 앉아 있던 카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미역 줄기 같은 눈물을 엄청난 속도로 흩뿌렸어요.
"제자란! 샤카여, 제자란!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하고 또 소중하며 보배로운 것일세. 알겠나? 성역에 아테나가 있으면 세상엔 제자가 있는 것이야! 나의 제자 효가로 말할 것 같으면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럽고! 영특하기는 또 얼마나 영특한지 하나를 가르치면 하나를 안다네. 코스모는 또 얼마나 맑은지! 아, 효가. 굶지 않고 밥은 잘 먹고 있는지. 속옷은 하루 한 번 갈아입고 있는지, 동상 안 걸리게 매일 꼭꼭 손발은 씻고 있는지! 아, 나의 제자 효가여!!"
참고로 카뮤가 일 때문에 보병궁에 들어온 지 겨우 이틀째랍니다. 아무튼 부처님은 한 줄로 요약해서 기억했습니다.
-제자란 이쁘다.
"교황성하. 하나 여쭙겠습니다."
"샤카인가. 신에 가깝다는 그대도 물을 것이 다 있는가. 이 스타일엔 어떻게 왔고?"
"신에 가까운 저이니 교황께서 노구를 이끌고 올라오시는 이 곳에 못 올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이백 하고도 삐- 세 교황 성하. 슬슬 열이 받습니다. 그 때 사가를 쥐어패고 바로 아이올로스에게 양위를 했으면 이런 꼴은 안 봐도 좋았을 거예요. 이것들을 믿느니 내가 해처먹고, 흠흠, 아니, 세상을 다스리고 만다는 갸륵한 결심이 화근이었습니다.
"……오냐, 물어보거라."
연륜으로 교황님은 화를 다스리셨어요. 역시 교황은 아무나 하면 안 되나봐요. 샤카는 태연히 자기 할 말을 했습니다.
"제자란 무엇이옵니까?"
"뭣이?"
"제자 말입니다. 카뮤 말로는 매우 예쁜 거라더군요."
"으흠, 제자란 말이다……."
가면 속 교황님의 눈이 음흉하게 반짝였어요. 기분이 나빠도 제자 이야기에 신명을 내지 않는 성투사는 없는 법입니다.
"만만한 장난감 같은 거지. 저도 성깔 좀 있다고 종종 속을 박-박 긁어대는 꼴이 참 귀엽다만 그래봐야 고작 므우 아니냐. 네가 나에게 대적하려느냐 한 마디면 상황 종료지. 샤카여, 제자란 그런 것이다. 잘 밟아주면 기어오르지 않고 자라는 게야."
과연 교황님이세요. 부처님은 흡족한 마음으로 돌아왔습니다.
-제자는 밟기 좋다.
"노사님."
"오오 샤카 아니냐. 어쩐 일인고?"
오로봉에서 해바라기하는 노친네처럼, 흠흠. 아무튼 조용히 앉아계시는 마스터 요다, 아니아니, 노사님이 샤카의 전파를 수신하셨습니다.
"여쭙겠습니다. 제자란 무엇인지요."
"오호, 제자라. 너도 그럴 때가 되었느냐?"
"교황님 말씀으로 제자란 좋은 것이라 하옵니다."
"그래, 좋은 것이지."
노사님은 눈을 가늘게 뜨고 흐뭇하게 웃었습니다.
"내 제자 시류는 참 좋은 아이지. 어떤 훈련을 시켜도 죽지 않고 잘 버티는 근성이 있느니라. 강인한 정신을 가진 제자를 키우는 게 우리 선배들이 할 일이지. 샤카여, 성투사는 옳은 마음으로 의를 행해야 하느니. 의를 행하는 길에는 무릇 강인함이 따라아 할 터. 죽여도 죽지 않는 근성은 필수이니라."
샤카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제자는 죽여도 안 죽는다.
"그런 고로 너. 처녀좌를 계승해라."
"뭐야? 야, 너 뭐야? 눈도 안 뜬 게 어디서 사람 얼굴도 안 보고 하라 마라 떠들어. 내 동생 어딨어, 슌!"
피닉스의 잇키. 예쁘고 밟기 좋고 죽여도 안 죽는다. 세 가지 조건에 완벽히 부합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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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큰 님을 만나 떠들다 세인트 이야기가 나와 몇 가지 이야기했어요. 그 중 하나입니다.
이래서 부처님은 잇키를 좋아하시는 겁니다.
실은 이거 빌미로 키사라 님 마감을 좀 쪼아볼까 했는데 이미 다 쓰셨다네요, 쳇. 절호의 기회를 놓쳐 원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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