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만약 어쩌면 만의 하나, 네타 안 보신 분들도 있을테니 일단 가려 놓는다. 네타에 대한 감상? 매우 애매모호하다. 사실은 제작진을 한 대 때려주고 싶다. 저 작자들은 뭘 자꾸 풀어놓냐. 그만, 이제 됐다. 더 안 먹어도 돼. 배부르다 못해 소화불량이야 이것들아! 그런데 그건 너희도 마찬가지 아냐?
일단 서두를 난나 님의 명문장 '결과적으로 라일은 감독이 'from 사지 to 록온 스트라토스' 를 하고 싶었던 건가 봅니다. 아마도'로 시작해야겠다. 진짜 버릴 게 없는 명문이었다.
내가 진짜 저 자식 김라일이라고 부르던 날 신들린 거 맞다. 야 24세기 아일랜드 청년아 너는 왜 20세기 대한민국 손 하얀 지식인들이 경향문학 한답시고 하던 짓거리를 이제 와서 그대로 하고 있냐. 소시민이 있다- 불합리한 일을 당했다- 살인 방화 고고씽. 저기서 카프까지 연대나 하고 노동운동이나 하지, 나 카프문학 좋아하거든? 강경애 언니 글 참 괜찮게 봤거든. 그런데 그걸 쓰는 사람들이 손 하얀 지식인이면 정말 어이없는 결과가 나와요. 근데 라일이 너 하는 짓이 그렇게 보일 수 있어!!! 쿠로다 너도 혹시 나프 애들 글이라도 읽었냐. 사회운동 하는 이유로는 굉장히 어설프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저런 데서 출발하는 게 맞다. 그게 보통이다. 저런 이유로 시위를 시작하는 젊은이들도 많고. 당장 우리도 뭐 거창한 이유에서 촛불을 드는 건 아니잖아. 그러다 정부의 대응방법을 보고 놀라서 정말로 진지하게 운동을 생각하기도 하고. 일반적인 모습이라고 본다. 당장 내 주위에도 조*일보와 한*레가 정말 아무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다 어느날 안티*선을 외치며 촛불을 드는 사람이 있었다. 그렇게 시위를 시작하는 것 자체엔 불만 없음. 운동권의 씨가 따로 있고 좌파의 씨가 따로 있나. 그런데 그걸 잘못 쓰면 망한다니까?
그렇지만 김라일, 너는 그 보통의 범주에 안 들어간다고 생각했는데? 네 가족이 어떻게 사라졌더라? 아니 그리고 넌 카탈론이잖아. 촛불소년이 아니고. 그냥 운동권도 아니고. 그런데 정말 저런 이유로 시작한 운동이냐. 너 소시민 맞았구나. 진짜 소시민. (아니 일본 소시민. 일본은 정말로 공권력이 왜 무서운지 모르는 나라라고 본다. 저 나라에서라면 라일이 행동이 꽤 혁명적일지도 몰라.) 난 그래도 정말 사회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운동하려 카탈론 들어간 줄 알았는데......이거 꽤 의외다.
하지만 소시민이 어떤 일을 계기로 사회운동에 눈을 뜨게 되는 단계를 묘사한 거면 쿠로다 말도 꽤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난 그래도 쟤가 최소한 소위 입진보, 비판적인 지식인 정도는 될 거라고 믿었거든. 그러다 카탈론에 들어간 거라고. 쟤는 이미 사회의 불합리한 면을 테러를 통해 배웠을 거라고. 그런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소시민. 아니 원래 소시민들이 진리를 알고 나면 더 경악하게 되어 있다. 빨갱이를 때려부숴야 한다고 데모는 무조건 사회발전에 도움 안 되는 거라고 배운 애들이 대학 가서 광주 사진 보면 바로 세 배 빠른 운동권이 되는 법이기도 하고. 그런데 우리가 닐 디란디의 동생이 저 정도일 줄 몰랐다는 게 문제지. 정말로 형의 보호막 아래 한 점 그늘 없이 잘 커서 그렇게 소시민인 거냐? 쿠로다 혹시 그거 묘사하고 싶었니? 형이 죽기 전까지 형의 그늘 아래서 (비록 얼굴은 안 비추지만) 곱게 크다가 형의 그늘이 없어지며, 동시에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순간에 세상의 왜곡을 깨닫는 과정 그거? 저 형제 답 없고, 저 집 형 희대의 다메남이라 반경 20m 이내로 접근 하면 안 되는 거 다 알고 저 집 동생 좀 소시민인 건 아는데, 저렇게까지 표현해야 되겠냐.
내 생각과 다른 내용이라 당혹스러운 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솔직히 저 네타 잘 풀면 참 재미있는 게 될 수 있다고. 난 라일이가 김라일이고 소시민이라 귀여워하는 편이다. 사지와 같은 애가 운동권이 되는 과정, 어쩌면 요즘 세상에 필요한 걸지도 모르고 쿠로다가 그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잖아?
아무튼 나는 이제 동인지 콘티를 뜯어고쳐야 한다. 저렇게 손 하얀 소시민인 줄 몰랐지 뭐야.
덧 : 그렇다고 라일이의 분노를 비웃는 건 아니다. 가족이 살던 집이 없어진 건 분명히 충격적인 일이다. 거기서 부당함을 느낄 수도 있다. 아니 자신의 인생이 국가에 의해 부정당했으니 충격 받을 수 있다. 나 같아도 받는다! 그치만......라일아 그거 진짜 님비라고 불려도 할 말 없을 수도 있다? 그게 안 되려면 쿠로다가 제대로 스토리를 풀어줘야겠지. 지금 네타 풀린 걸로 이러니 저러니 해 봐야 소용 없는 거 내가 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