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겔은 세상 바람둥이들의 귀감이라니까.
크리스틴이 비아냥조로 중얼거린 한 마디를 미겔은 애써 못 들은 척 넘겼으나 여자가 셋, 남자가 하나인 장소에서 남자 하나 바보 만드는 건 마음만 먹으면 일도 아니라는 만고불변의 진리가 어디 갈 리 없다. 애니가 눈을 반짝였다.
-한 번에 양다리를 걸치지 않으며 모든 상대에겐 친절하고 정중하게 대하며 정리는 깔끔하게 하며 매달리는 법이 없으니 세상 바람둥이들이 보고 배워야 할 덕목이 아니겠냐, 크리스 말은 그거지?
-뭐, 내가 말하려는 거랑은 좀 다르지만 저 사람이 뒷정리가 깔끔하다는 건 나도 인정할 만 해.
-그런데 왜? 별 스캔도 없잖아.
-없으면 뭐 해. 스캔들보다 더 나쁜 게 미겔이 하고 다니는 짓이라고. 어제 애니는 못 봤지?
-뭔데?
서류를 철하는 척 펀치를 들고 열중하고 있던 아요툰데가 아예 펀치와 서류철을 내려놓고 크리스틴 옆으로 다가왔다.
-아요툰데도 못 봤어? 음, 그럼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하나.
크리스틴이 미겔을 흘끔거리며 말을 이었다. 애초에 속을 긁으려고 작정하고 말을 꺼낸 것이니, 미겔이 눈썹을 찌푸리고 저걸 어떻게 말려야 잘 말렸다는 소리를 들을까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으면 크리스틴의 의도는 99% 성공한 것이다. 과연 미겔은 미간을 찌푸린 채 크리스틴을 쳐다보고 있었다.
-어제 점심시간에 길 가는데 어떤 아가씨가 미겔을 보더니 갑자기 한길에서 막 울면서 뛰어가더라고. 누구냐고 물어보니까 미겔이 난감한 얼굴로 말을 흐리잖아? 이런 경우는 십중팔구 그거지. 치정극. 어쨌든 미겔이 그 여자한테 뛰어가서 뭐라고 뭐라고 한참 이야기를 하더라? 그런데 그 여자가 미겔을 노려보더니 따귀를 때리는 거야. 너무 정석적이라서 할 말이 없더라니까.
그리고 크리스틴이 씩 웃으며 미겔을 돌아보았다.
-당신 또 차였지?
미겔은 아예 한 손으로 이마를 받치고 인상을 쓰고 있었다.
-그걸 그렇게 폭로하다니, 너무하지 않나? 배려심은 사회인에게 중요한 덕목이야.
-시끄러워. 학교에서나 선생인 척 하라니까.
크리스틴이 으르렁거리자 미겔은 한숨을 쉬었다. 옆에서 그 꼴을 보며 깔깔대며 웃고 있던 애니가 말했다.
-미겔이 연애 성공하는 거 본 적 있는 사람?
-한 번도 없지. 늘 차이지 않았나?
아요툰데가 대답했고 두 여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바람이 아니라니까.
미겔이 끼어들었으나 그의 발언은 여자들에게는 낙엽 떨어지는 소리만큼의 의미도 가지지 못하는 듯 했다. 세 여자들은 자기들끼리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애니가 말했다.
-사실 미겔이 늘 잘 하긴 하지 않았어? 그런데 차이잖아, 항상.
-그야 당연하지.
아요툰데가 끄덕였다.
-남자는 안정이라니까. 미하일한텐 그게 없다고. 안정감도 없고, 그렇다고 긴장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느 여자가 오래 사귀고 싶겠어?
미겔이 변명했다.
-매번 상대에게 충실한 법이라고 말하면 안 되나? 그래도 난 매번 진심이었는데.
-그런데 늘 차여?
크리스틴이 아예 깔깔깔 웃기 시작했고 미겔의 미간은 더더욱 구겨졌다. 저러다 화라도 내지 싶었는지 아요툰데가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만, 그만. 크리스틴, 너 오늘 기분 안 좋아?
-몰라.
크리스틴은 표정과 동작-등을 돌리고 앉는 것으로 그녀 자신이 한 대답을 부정했다. 아요툰데가 웃었다.
-그래도 미겔을 놀려서 기분풀이하는 건 나쁜 짓이잖아. 그만하고, 그리고 미겔?
미겔이 돌아보자 그녀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크리스틴이 뭔 생각인지는 몰라도, 난 너한테 꼭 한 마디 해야겠어. 미겔, 그러지 마.
-뭘 그러지 말라는 건지 잘 모르겠어.
-모르면 스스로 찾아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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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위에 쓴 문장이 퍼뜩 떠올라서 대충 모니터에다가 낙서를 해 봤고요, 대략 이런 느낌으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습니다. 크리스틴은 기분 나쁘면 미겔을 물고 늘어져 괴롭히는 버릇이 있고요 미겔은 폭발하면 애를 들들들 볶아대고 애니는 크리스틴이랑 죽이 맞아서 나쁜 장난도 자주 치고 그럴 떄 마다 고생하는 건 왕언니 몫. 사실 미겔이 성실하지 못한 연애질하고 돌아다니는 걸 어서 써야 하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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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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