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어라,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싶으신 분들- 모두모두 레드썬!

에이 그냥 인증하고 치우렵니다. 모 사이트에 올린 걸 손을 봤어요. 역시 사람은 글을 쓰고 퇴고를 해야 합니다. 그냥 두려니까 제가 찝찝해서 견딜 수 있어야 말이죠. 그래도 인증 안 하려고 했는데 보리밭 충격이 너무 커서 말입니다. 거기서 벗어날 겸 손을 보고, 손 보는 김에 그 사이트에 올린 건 지우려고 하다 답글이 달린 걸 보고 뭉클해서 안 지우고 돌아왔음. 누구신진 모르겠지만 정말 고맙습니다. 그 분이 이걸 보실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정말로 고마워요. (보셔도 아마 인증을 꺼리는 풍토 상 덧글 안 다시겠지만 기왕 인증하는 김에 이런 건 표현을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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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 텄네?"
엎드린 알렐루야의 허벅지를 베고 뒹굴거리던 록온이 갑자기 툭 내뱉은 말은 앞뒤전후좌우를 다 잘라먹은 말이라 알렐루야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네? 살이 터요?"
"여기 말이야."
록온은 알렐루야의 오금께를 손가락으로 주욱 훑었다. 간지러운지 알렐루야가 쿡쿡 웃자 록온의 머리도 웃음소리를 따라 흔들렸다.
"아, 뭔지 알겠다. 거기 꼭 소금물 말라붙은 자국 난 것 같은 데? 록온 그거 이야기하는 거예요?"
"응, 너 갑자기 키가 확 자랐나보다."
"그렇죠, 어릴 땐 작았으니까. 그런데 그건 왜 물어요?"
"글쎄, 그냥. 이걸 보니까 너도 아직은 클 나이라는 게 생각이 났나보다.."
"에이, 이제 더 클 키도 없어요."
아직 십대 후반, 덜 자란 남자는 소리내어 웃었다.
"짜샤 그 소리 아니거든......"
록온이 어이없다는 듯 한숨쉬며 중얼거렸다. 알렐루야는 웃음을 멈추고 엎드린 채로 몸에 힘을 빼고 팔다리를 길게 뻗었다. 허벅지를 베고 있는 록온이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어, 갑자기 많이 큰 건 어떻게 알았어요?"
"키가 그렇게 크면 원래 살이 트거든. 특히 관절 있는 데."
"맞아요. 재 본 적은 없지만 1년에 15cm도 더 컸을지도 몰라요."
"그렇게 갑자기 크면 후유증도 좀 있는데."
"전 좋았어요. 체구가 있으니까 살기도 편하고. 그래도 그 때는 자다가도 가끔 깼어요, 다리가 아파서."
알렐루야가 평온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그 때는 아마 요 최근 몇 년간은 아닐 것이다.처음 봤을 때와 키나 체격이 그렇게 차이가 나지는 않았으니까. 록온은 무심히 머릿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알렐루야의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아프니까, 저 자신도 놀랄만큼 금방 키가 자라더라고요. 몸도 탄탄해지고. 그래서......"
말을 하다말고 알렐루야는 말꼬리를 흐렸다. 의무를 기억한 것이려니. 차라리 다행이다 싶었다. 타인의 과거는 무겁다. 비밀 엄수를 최우선으로 하는 그들이고, 서로 간의 교류도 깊은 수준은 아니라서 지금껏 남의 과거를 들어본 적은 별로 없었다. 더 이상 선을 넘었다간 서로에게 좋지 않으려니. 록온은 말 대신, 대화가 끊긴 것은 괜찮다는 뜻에서 손을 들어 알렐루야의 등을 쓰다듬었다. 장갑을 끼지 않은 맨손이 살을 쓸자 알렐루야가 등을 움츠린다. 난처한 듯 웃고 있지는 않을까 하고 록온은 생각했다.
"어릴 땐 작았다면서 이 근육은 다 어떻게 붙였냐. 재주도 좋은 놈."
화제를 돌리자 알렐루야가 금방 대답했다.
"예? 뭐 그냥 운동 좀 하고 어릴 때 보다 잘 먹다보니까 생기더라고요."
"너 그 말 세츠나 앞에선 절대 하지 마라."
"예? 안 돼요? 벌써 했는데?"
록온은 알렐루야와 같이 트레이닝을 하는 세츠나를 떠올려 보았다. 어쩐지 열심이더라니. 그 녀석 말은 안 해도 은근히 신경을 쓰고 있었나보다. 하기야 이 정도 근육을 어느 남자가 안 부러워하겠냐. 에이 별 거 아닌데 왜 그래요, 그게 별 거 아니면 랏세가 운다, 등등 시덥잖은 대화를 하는 동안 땀은 마르고 록온의 손길이 점점 나른해지다, 딱 멎었다. 베고 있던 허벅지에서 머리를 들고, 몸을 일으키고 옷을 주워입는 록온의 등을 알렐루야가 멀거니 쳐다보자, 록온은 장갑을 다시 낀 손으로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자러 갈게. 내일 훈련 때 보자."
"아, 불편해요? 전 바닥에서 자도 되는데요."
조금 놀란 듯 당황한 듯 반응하는 알렐루야를 향해 록온은 입가에 그린 듯한 미소를 띄웠다.
"아니 그런 건 아냐. 잘 자라."
문이 스르륵 열리고 록온도 조용히 사라졌다. 알렐루야는 아직도 체온이 남아있는 허벅지를 손을 뻗어 만져보았다. 말을 돌리게 만든 이유도 자신의 말을 부드럽게 막아놓고 나간 이유도 짐작 못 할 바는 아니었다. 자신이 아는 것을 반신이 모를 리가. 내일 다시 만나면 저 사람은 네 튼살은 기억하지 못 할지도 모른다는 반신의 야유가 들렸지만 알렐루야는 반신에게 자신의 등을 쓰다듬던 맨손의 감촉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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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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