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에 갑자기 생각난 소재. 일단 휘리릭 쓰고, 수정은 나중에. 할 수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누가 나 좀 한국어랑 친하게 해 줘요.
오늘 할 이야기는, 열 손가락을 가진 사내의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잘 듣고, 주위를 꼭 살펴보세요. 여러분의 옆에도 열 손가락을 가진 사내가 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혹시 여러분 자신일지도 모르니 구석구석 꼼꼼히 살피시되, 자기 손가락을 살펴보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네, 물론 사람 손가락은 열 개지요. 저도 열 손가락이고 여러분들도 그렇겠죠. 그런데 이 사내의 경우는 좀 특이한 게, 왼손은 손가락이 네 개, 오른손은 손가락이 여섯 개였거든요. 그게 문제였답니다. 합치면 열 개니 그걸로 된 거 아니냐, 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글쎄요, 한 쪽은 부족하고 한 쪽은 넘쳐나도 합치면 딱 맞는 거 아니냐고 말할 수 있는 일인지 저는 잘 모르겠네요. 그럼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죠. 사내의 문제가 뭔지 알아야 하니까요.
아무튼 이 열 손가락을 가진 사내는 기타를 연주하고 싶어했답니다. 그냥 연주하고 싶어하는 정도가 아니었어요. 평생 기타를 치면서 살고 싶어했답니다. 기타를 들고 전세계를 떠돌면서 광장에서 거리에서 기타를 연주하고, 그날 먹을 빵을 벌면서 살고 싶다는 거예요. 그런데, 손가락이 문제였던 겁니다. 왼손으로 코드를 짚어야 하는데 네 손가락으로는 힘들었죠. 결정적으로 없는 손가락이 엄지손가락이었거든요. 기타를 치면서 살기엔 문제가 있죠.
사내의 직업에 대해 말하는 걸 잊었군요, 그는 악기를 만드는 사람이랍니다. 나무를 베고, 말꼬리로 활줄을 만들고, 이렇게 바이올린도 만들고 첼로도 만들고, 물론 기타도 만들지요. 그가 만든 악기는 세계에서 제일 좋은, 그 나라에서 제일 좋은, 이런 수식어를 붙이기엔 부족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사내가 만드는 악기를 좋아했어요.
기타를 만드는 일도, 기타를 연주하는 일도 똑같이 좋아했지만 기왕이면 기타를 연주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사내는 생각했습니다. 열 손가락으로 기타연주를 시도해보았지만 그가 아는 모든 사람들은 그를 말렸습니다. 그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 다른 일이라면 어떻게든 도와주겠지만 이건 아닌 것 같아. 그러니 기타는 잊고, 그냥 만들던 악기를 만들면서 행복하게 살라고요. 두 일 모두를 좋아한다면 한 쪽을 포기해도 어떻게든 되지 않겠느냐고요.
하지만 어떻게 잊겠어요. 사내는 기타를 아는 사람이고, 눈만 뜨면 어디에서나 좋은 기타를 볼 수 있어요. 좋은 소리가 뭔지 아는데, 자기 속에 있는 걸 끄집어내면 되는데, 끄집어낼 수없는 겁니다. 사내는 답답했어요. 이 손가락으로 칠 수 있는 곡 정도만 칠 수 있으면 되는 거 아냐? 누군가 조심스럽게 물어보았지만 사내는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아.
둘 다 포기하고 싶지 않다, 나한텐 기타연주도 소중하다, 이렇게 말하는 사내를 어리석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가엾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사내는 그런 것은 개의치 않고 매일같이 일을 마치고 난 저녁에는 기타를 잡았습니다. 물론 그 시도는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죠.
마침내 마을에서 가장 남의 입장을 잘 이해해준다는 사람마저 그만 하라고, 당신이 만족하지 못하는 건 알겠지만 이래서 당신에게 좋을 게 뭐가 있냐고, 당신은 그저 자신이 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기 싫은 게 아니냐고 사내에게 말을 한 날, 사내는 마을에서 사라졌습니다. 그 후 열 손가락을 가진 사내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어딘가에서 죽어라고 악기만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람도 있고, 만들던 악기를 다 부숴버렸다는 사람도 있고, 바이올린을 배우러 갔다는 사람도 있지만 정말 사내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르죠.
열 손가락을 가진 사내가 있을지 모르니 찾아보라고 말씀드렸지요? 찾아서 뒤통수를 때려주라거나, 위로해주라거나, 그러라고 찾아보라고 말한 건 아닙니다. 그냥 찾아보는 거예요. 세상의 모든 열 손가락들을 위해서 말이죠. 오늘은 이만, 다음에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