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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8.05.10 [더블오]이 한 마디 5
  3. 2008.04.06 [더블오]어느 저녁의 삼종기도
  4. 2008.03.30 [더블오]어미오리 따라하기 2

알렐루야가 스메라기와 술잔을 기울였다는 이야기는 순식간에 톨레미 승무원들 사이에 퍼졌다. 그 상황에서 알렐루야와 술을 마신 스메라기를 대놓고는 아니지만 은근한 어조로 비난한 건 닥터 모레노나 이안 등 연장자들 뿐으로 나머지는 알렐루야가 뭘 하건 큰 관심은 없었다. 록온이 어깨를 으쓱하며 마실만하면 마시는 거지 뭐, 라고 말한 것이 특이하다면 특이한 점이었다.
여튼 알렐루야의 음주를 환영해준 것도 톨레미 승무원이었다. 라세와 리히터, 스메라기 등 톨레미 내 알콜보유량을 직접 마셔서 줄이는 데 일조하는 인물들 뿐이었지만. 그 후 일이 없는 날이면 알렐루야가 술판에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앉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초인병이어서 튼튼하니까 알렐루야는 술을 잘 마시리라는 믿음은 무참히 깨졌다. 술이 몇 잔 들어가면 헤실헤실 웃으면서 갠차나요오- 무리 안 했어요오- 같은 소리를 하면서, 얼굴만은 말갛게 앉아있는 알렐루야를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알콜 대사는 빨라서인지 얼굴이 붉어지거나 숙취에 시달리는 일은 없었지만 정신은 그다지 말짱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라세와 리히터와 스메라기는 그 점을 재미있다고 여기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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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메모해둔 것입니다. 3월 말일이니 벌써 2개월 전이군요. 업무차 출장 겸 여행을 갔을 때 버스 안에서 끼적거려 보았습니다.

덜 쓴 걸 올리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1. 글 쓰고 있다는 인증샷.
2. 완성시키겠다는 다짐.

물론 예전에 휴즈와 로이의 F물을 쓰다 관둔 적이 있는 제가 이런 거 올려봐야 안 믿으시겠지만. 이거 씁니다. 쓸게요.
소녀 10제 때문에 염장질려서 이러는 거 절대로 아닙니다. 해피 따위 못 쓰지만(제가 쓰는 해피는 재미가 없어요.) 그래도 염장은 안 질리는 걸 스스로 써서 자가치유 하겠다는 거 절대로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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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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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영님 리퀘입니다.
월요일까지 쓴다고 했는데 주말엔 여기 오래 앉아있을 시간이 없어서 말이죠.
날림원고이므로 애초에 부족했던 문재가 바닥이 났답니다 하하하.

그 전에 이게 뭔 소리냐, 라는 말만 안 나왔으면 좋겠어요. (베타테스터는 아무 말 안 했지만 말입니다; 그 단계 거쳐서야 글을 올릴 수 있는 나름 소심한 저;)
그런 고로 애프터 서비스 가능합니다. 이해 안 가면 고치면 되고~ 지적 받으면 또 고치면 되고~♪
오타, 설정상 오류 등 지적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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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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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가리지도 않습니다. 수치도 모르는 여자가 되었습니다.
이게 전부 그레이엄 때문입니다. (응?)
선영 님이 쓰신 글이랑 모 처에서 록온 묵주반지 소재로 쓰신 글 보고 삘 받아서 이렇게 되어버렸답니다.
세츠나가 14세 정도라고 생각하고 읽으시면 되겠습니다. 따로 떼서 써야 할 글인데 두 개를 묶었더니 주제가 애매모호합니다 OTL
......다른 분들이 쓰신 거 보면서 만족하고 살라는 하늘의 뜻인가요 흑.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드님 예수님 또한 복되십니다.
머리에 하얀 베일을 쓴 여자가 성모상 앞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저녁종이 울리는 걸 보니 삼종기도인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성모상과 종이 있으면 여기는 성당이 아닌가. 어린 아이들도 종이 치는 소리를 들었는지 조용히 성호를 긋고 있었다. 접선이 끝났으면 테러리스트답게 후딱 귀환할 것이지 어느 틈에 이런 곳으로 들어왔는지. 게다가 이런 이상한 골목-조용한 주택가를 이상하다고 부르면 온 세상이 테러리스트니까 그런 소리나 한다고 비웃겠지만 접선장소로는 확실히 뭐가 잘못 되어도 크게 잘못 되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록온의 귀에 착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렸다.
-뭐 하나.
-아, 아니.
발걸음이 멈추어져 있었다. 자신의 의지가 아니니 수동형이라도 이상할 것이 없겠지. 옆을 보니 세츠나가 무표정한 얼굴에 참 이상한 일도 다 보겠다는 의문을 담아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조금만 더 있었으면 무의식중에 성호라도 그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수치심 비슷한 감정이 들었다.
-이야, 여기 성당인가 봐. 성당은 처음 와 보는데.
알렐루야가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성당인가. 그러면 여기는 기도하는 곳이로군.
세츠나도 성당은 처음 와 보는 듯 했다. 테러리스트니까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크리스트교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태생에 아예 거리감으로 치면 몇 억 광년은 떨어진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런 아이들이니 성당을 처음 보는 것이겠지. 록온이 한숨을 쉬었다.
-이것이 크리스트교, 라는 느낌이지?
-이런 분위기는 처음이다.
분명히 이렇게 조용하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분위기는 잘 경험해 보지 못 한 것이리라. 알렐루야는 아예 두리번두리번거리며 건물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고 세츠나는 기도하는 사람들이 신기한지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하는 수 없구나. 록온은 상냥하게 말을 이었다.
-그럼 우리 좀 들러서 쉬었다 갈까? 5분 정도만.
-찬성. 시간도 아직 있으니까.
알렐루야가 얼른 찬성했다. 성당이 신기한 듯 했다. 록온이 성당 안으로 들어가자 알렐루야가 주저없이 그 뒤를 따랐고 세츠나가 멈칫 하다가 고개를 한 번 젓고는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오래된 건물인 듯 스테인글라스에 세월의 무게가 묻어났다. 용케 오랜 세월 버텼구나. 록온은 아기예수를 안고있는 성모마리아를 표현한 스테인글라스를 빛이 통과해 바닥에 일그러진 무늬를 그리고 있는 것을 보고 있었다. 몇 천 년을 싸워서 이루어낸 세계종교를. 물론 종교가 나쁘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 한 예로 이 아이들이 지금 이 곳에서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지 않은가.
-예쁘네.
스테인글라스에 노을이 비치자 복도가 색색으로 물들었다. 붉은 색을 띤 바닥을 보며 알렐루야가 말했다.
-그렇지? 세츠나, 너도 감상 한 마디 정도는 남겨라.
-그런데 마리아란 뭔가?
기껏 말을 걸었더니만 세츠나는 엉뚱한 소리를 했다. 마리아? 아까 사람들이 외우던 게 성모송이었지. 세츠나에겐 크리스트 교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있지만 자세한 것은 모른다. 그저 하느님과 독생자 예수에 대한 것 정도일까. 록온이 설명했다.
-마리아란 신의 어머니야. 성령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잉태했다고 하지.
-그러고 보니 신을 낳은 어머니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지.
세츠나는 덤덤하게 중얼거렸다. 이슬람교에는 신이 여성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없었던가, 하며 알렐루야는 건물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있었다.
-성모님이라니 굉장히 자비로운 분이실 것 같네.
애초에 어머니고 아버지고 있지도 않았던 알렐루야지만 어머니란 말이 무슨 뜻인지 정도는 안다. 유독 마리아상 앞에 머리를 조아린 사람이 많은 것에 대한 이유를 생각하며 자신이 생각한 답을 내놓자 세츠나가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크리스트교의 신은 재미있다.
-어떤 점이?
-신이 인간으로 강림하자 인간이 신을 십자가에 매달더군.
-세츠나, 너무한다.
지극히 신성모독적인 요약에 지나가던 사람 몇이 발걸음을 멈추었고, 세츠나는 뭐가 문제냐는 얼굴로 주위를 쳐다보았다. 알렐루야는 사레라도 들렸으면 했다. 그러면 저 애가 이 기막힌 심정을 이해하련만. 얘한테 교리공부를 시킨 건 누구냐, 스메라기 씨? 아니면 만에 하나, 티에리아? 어떻게 교리를 요약하면 저 지경이 되는 겁니까.
하지만 의외로 록온은 그 말을 듣고 웃었다.
-그래, 인간이 신을 십자가에 매달았어.
-어째서 그런 짓을 했지? 구원받기를 원한다면서?
-글쎄…….
록온은 말끝을 흐리고는 계속 걸었다. 알렐루야는 록온의 뒤를 얼른 따라갔다.
-록온. 거기선 설명을 제대로 해 줘야지!
-아니 난들 뭐 제대로 알겠어? 넘어가, 넘어가.
어린아이한테 설명을 그렇게 해 주는 법이 어딨냐고 물어도 록온은 웃으면서 나도 잘 모른다고 말했다.
-그래도 이런 곳이 상당히 익숙해 보이는데.
-그렇게 보였어?
알렐루야가 무심코 뱉은 말에 순간 록온이 조금 굳은 것을 세츠나는 보았다. 아까 성당 앞에서부터 록온이 평소와 미묘하게 다르다는 것은 눈치채고 있었다. 역시 이 종교는 록온에게 뭔지는 몰라도 싫은 것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세츠나는 몸을 돌렸다.
-그만 가자.
-어? 어? 그래 뭐.
알렐루야가 잠시 내가 뭘 잘못했나는 표정을 지었지만 세츠나는 먼저 걸음을 옮겼다. 지나가며 흘끗 본 바로는 알렐루야는 태평한 얼굴로 여전히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따라오고 있었다. 록온은 표정을 잘 감추고 걸어오고 있었다. 아주 평온했다. 참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얼굴이었다.

-......성자의 수난과 십자가로 부활의 영광에 이르는 은총을 저희에게 내려주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성당을 지나는데 아까와는 다른 사람이 기도를 하고 있었다. 기도문을 들은 세츠나가 중얼거렸다.
-수난과 십자가로 부활에 이를 수 있단 말인가.
-새로운 세계에는 고난이 따른다는 말이겠지.
셀레스티얼 비잉. 천상의 존재들. 하지만 천국에 들어가긴 애저녁에 글러먹은 주제에 목표만은 이상향인 그들은 참으로 태평하게도 중얼거렸다.
-수난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런 뜻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이 종교가 여기까지 오기 위해선 많은 피가 필요했던 건 사실이야.
록온이 말을 받자 세츠나가 록온을 돌아보았다.
-그럼 우리도 하면 된다. 우리의 무력개입으로 세상을 바꾸는 것, 그것이 셀레스티얼 비잉 아니었나.
록온이 순간 눈을 가늘게 좁혔다. 세츠나의 표정은 어디까지나 진지했고, 록온은 잠시 웃을까 말까를 망설이다 그냥 손을 세츠나에게 뻗었다.
-세츠나.
록온이 세츠나의 이름을 부르자 세츠나가 록온을 쳐다보았다. 록온은 그에게 한 발짝 걸어가서 세츠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뭐 하나.
-아니 그냥. 앞으로 형님이 할 일이 없어지면 심심할 것 같았는데 아직 그건 기우인 것 같아서.
세츠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록온은 키들키들 웃었다.
-자기자신 보고 형님이라고 하지 마.
어린아이 취급에 세츠나가 발끈했고 알렐루야가 웃으며 세츠나를 달랬다.
-에이 두 사람 참 사이 좋아보이는데 뭐.
록온은 아무 말도 없이 세츠나의 머리를 한참 쓰다듬었다.

그리고 그들은 성당을 나왔고 CB로 돌아갔다. 아무도 그 날 있었던 일을 입밖에 내지 않았지만 록온은 종종 웃으며 그 날 일을 생각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일을 알아채고 자연스럽게 자신을 배려해준 동지와 자기들이 걸어갈 험난한 길을 아무렇지도 않게 입에 올리는 어린 소년이 한 사람이라는 것은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가.

그리고,
지상에서 천국을 보는 것이 목표이다. 그러기 위해 천상인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들은 천국에 갈 수 없을 것이다.
록온은 멀리서 보면 아름다워 보이는 지구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
세상을 바꾸기는 커녕 인생만 나락이지 말입니다 세츠나 F 세이에이.
천상인들에 이름은 천사. 이오리아 슈엔베르그도 참 부끄러움을 모르더군요. 민망하지도 않나. 아무튼 세츠나는 건담교의 교리 빼고는 종교에 무지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록온은 집안 대대로 카톨릭 신자였음이 틀림없고요. (아일랜드 사람이라니까요!) 어려서 교리문답 좀 잘 했을 것 같지 않습니까? 성경암송대회 같은 거 나갔을지도 몰라요! 복사도 해 봤을지도 모르죠. 견진성사 받기 한 달 전에 테러를 당했다 이런 설정도 좋을 것 같고요. 알렐루야? 중국과 러시아가 합작해서 만든 인혁련에 종교 따위 있을 리 없잖습니까 마르크스 가라사대 종교는 아편이랬어요. (그리고 분명히 북한은 인혁련이고 남한은 유니온일 겁니다.)
티에리아......에게 종교가 있을 리 없죠. 쟤한테 종교란 건 가족만큼이나 생소한 개념일 겁니다.

선영 님 말씀대로 록온이 작정하면 티에리아는 열성신도가 될 수 있다에 한 표 걸 수 있긴 합니다, 물론. 알렐루야도 열심히 다닐 테고 세츠나는 주일학교에서 달란트 모아 건담 준다 그러면(교회 주일학교에 대한 이미지가 저렇게 굳어진 것은 동네 교회가 저랬기 때문입니다. 교회와 성당은 좀 다르다고요? 넘어갑시다.) 분명 가고 남습니다.

티에리아는 베다와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느라 못 나왔습니다. 미안 티에리아, 그런데 누나는 다른 애들도 다 쓰기 힘든데, 유독 너는 더 어렵단다. 이해해 주렴. (티에리아 이야기 잘 쓰시는 분 부럽습니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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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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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온 스트라토스. 잘 부탁해.
처음 만나자마자 붙임성 좋아 보이는 얼굴로 웃으면서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한 것이 록온이었다. 자기 이름만 말하고는 꼭 시험지를 채점하는 시험관 같은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던 티에리아와 먼저 손을 내밀었더니만 내민 손 무색하게 제 이름만 말하고 싹 돌아선 세츠나의 반응 탓에 희대의 테러리스트가 되려면 사교성은 부족해야 하는 것인가 하고 혼자 고민했던 알렐루야에겐 또 새로운 인간형이 하나 추가되었다. 사교적인 테러리스트.
-알렐루야 합티즘입니다.
말이 끝나자 사교적인 테러리스트는 손을 내밀었다. 알렐루야도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해 보았다. 앞으로 자주 보아야 하는 사람과 악수를 해 보는 것도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할지를 잘 몰라 손을 잡고 가만히 서 있자 록온이 잡은 손을 살짝 흔들었다. 그런 악수는 처음이라 조금 놀란 알렐루야의 손에 힘이 들어갔고, 록온이 손 너머로 전해지는 긴장감에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곧 손을 놓으며 웃었다.
-앞으로 시간은 많으니까. 잘 해 보자, 알렐루야.
서글서글한 사람이라는 것이 알렐루야의 록온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각 기체의 마이스터들의 훈련을 모니터하는 일이 끝나자마자 마이스터들은 건담에서 내려 제각각 사라져버렸다. 모니터 너머에서 마이스터들을 보고 있던 선원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절대로 안도의 한숨은 아니었다.
-베다는 무슨 기준으로 마이스터를 고르는 걸까요?
-베다의 의지겠지요.
크리스티나가 딱히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던진 질문에 펠트가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로만 대답했다.
-그건 그런데, 쟤네가 한 팀이 되어서 잘 해나갈지가 영 의문이라서.
-크리스티나 너 저번에 다들 꽤나 미남들이라고 좋아하던 애가 며칠 만에 말 바꾸는 거 아냐.
스메라기가 웃었다.
-스메라기 씨, 마이스터들이랑 밥 먹어본 적 없으시니까 그런 거예요.
크리스티나가 스메라기 쪽으로 몸을 홱 돌리더니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저번에 좀 늦게 식당에 갔더니 세츠나랑 알렐루야랑 티에리아가 앉아있는 거예요, 자리는 걔네들 사이에 빈 자리 하나밖에 없고. 밥 받아서 갔는데 세상에 얘네 정말 인사도 하나 없이 먹던 밥만 계속 먹는 거예요. 거기다가 표정 하나 안 변하고 숟가락이랑 입만 움직이는데, 먹다 체할 뻔 했다니까요. 자기들끼리도 한 마디도 안해! 그래서 싸웠냐고 물어보니까 그것도 아니래요. 그런데 왜 그래요 대체? 저 나이 어린애들은 붙여놓으면 알아서 친해지는 거 아니에요?
리히터도 끼어들었다.
-그뿐이 아니에요. 어찌나 서로 냉랭한지, 제대로 말 한 마디 나누는 걸 본 적이 없어요.
-아직 애들이라 그렇겠지. 있다 보면 다 친해지게 되어 있다고.
-저희 훈련 시작한 지가 3개월인데요.
리히터가 대답했고 답이 궁해진 라쎄가 말을 돌렸다.
-으음, 그래도 치고받지는 않잖아?
-차라리 치고 받았으면 좋겠는데요. 그러면 좀 친해질 수 있잖아요.
싸운 적은 없었다. 그렇다고 서로 예의를 차리며 눈치를 보는 것도 아니었다. 아예 관심이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3개월이 지나도 티에리아는 함내 선원 전원을 성과 이름을 붙여 불러주었고, 안 그래도 된다는 스메라기에게 근무원칙 같은 것을 들먹이며 냉정하게 굴었다. 세츠나는 아예 나는 상처받은 10대요 사춘기소년이니 나를 건드리지 말라는 표정으로 웅크리고 있는 형국이었다. 거기에 알렐루야는 아예 대화에 끼는 법 자체를 모르고 있다는 것이 선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그나마 나이가 가장 많은 록온이 있을 때는 분위기가 그럭저럭 찬 바람은 안 도는 정도까지는 가능했지만 록온이라고 네 명의 사이를 화기애애하게 만드는 일까지는 하지 못했다. 그저 천천히 적응해간다,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그래도, 뭐랄까 조금씩 조금씩 서로 적응은 해 가고 있는 것 같잖아요?
리히터가 어떻게든 긍정적인 방향으로 말을 돌렸고 스메라기가 이야기를 정리했다.
-하긴 애초에 우리들이 친분관계 때문에 모인 것도 아니고. 테러리스트들 주제에 친분은 무슨 친분인가 싶기도 하다. 이야기는 관두고, 아까 훈련 자료 한 번 줘 보겠어?
그 때 해치가 열렸다.
-알렐루야?
-아 저기, 음, 안녕하세요.
알렐루야가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다. 이럴 때 인사말은 뭐라고 하는 게 좋은지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야기 다 끝나신 것 같아서 왔어요. 여기, 아까 찾으시던 시뮬레이션 자료요.
-뭐야, 다 듣고 있었냐?
-네.
소년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파일을 스메라기의 손에 쥐어주었다.
-그럼 가서 쉬겠습니다.
-알렐루야.
-네?
스메라기는 알렐루야의 얼굴을 살폈다. 참으로 평온한 얼굴이고 자신을 왜 불러세웠는지도 모른다는 얼굴이었다. 그래서 스메라기는 전부터 궁금했지만 물어보나마나 답이 뻔한 것을 물어보고 말았다.
-혹시 분위기 파악 못 한다는 소리 들어본 적 없어?
-네? 없는데요. 그런데 왜 물으시나요?
-아무 것도 아냐. 그럼 가서 쉬어.
해치가 열리고 알렐루야가 나가자마자 스메라기는 피식 웃고 말았다. 저렇게까지도 못 알아듣는데 면전에 대고 분위기 파악 못 하는 놈이라는 소리를 해 줄 만한 인물도 주위에 없었으리라. 크리스티나가 입을 열었다.
-물론 건담 마이스터에 관련된 거 일급보안사항이긴 한데, 저 애 말이야.
-알렐루야요?
-사람들이랑 이야기를 많이 안 해 봤다, 그런 분위기 아냐?
-자자, 잡담 금물. 더 이상 이야기하면 곤란해요.
건담 마이스터들을 뽑을 때 인성은 고려사항에 들어있지 않았던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저런 불협화음의 화신 같은 녀석들이 세 명이나 모여있을까. 불협화음도 둘 이상이 모여야 나는 거라지만 저 셋은 혼자만 있어도 능히 주위와 불협화음을 낼 수 있는 재주를 갖춘, 말하자면 기인 같은 존재들이었다.

-쟤들 왜 저러냐?
-그, 글쎄.
록온이 기체적응훈련을 마치고 마이스터 세 명이 모여있는 곳에 와 보니 아까까지 거기 있다던 세츠나는 자리에 없고 티에리아는 미간에 주름을 잡고 건드리는 놈은 물어버린다는 듯 으르렁대고 있었다. 알렐루야는 둘을 어떡하면 좋을까 하는 표정으로 난감해하고 있었다. 이때까지 서로 냉담했던 녀석들이 웬일로 싸웠을까, 록온이 알렐루야에게 상황을 설명해달라고 말하려는 순간, 티에리아가 화난 표정을 지우지 않고 말했다.
-어떻게 봐도 세츠나 F 세이에이는 건담 마이스터로 실격입니다.
-티에리아. 무슨 말이야 그게?
-아, 아까 둘이 좀 싸웠…….
-알렐루야 합티즘, 너는 끼어들지 마라. 록온 스트라토스. 우리는 베다의 의지에 따라 건담 마이스터가 된 겁니다. 저 녀석은 너무 제멋대로예요.
-저기 티에리아, 아직은 좀 판단하기 이르지 않을까?
-알렐루야 합티즘. 끼어들지 말라고 했다!
강경한 어조로 세츠나를 성토하는 티에리아를 말리려던 알렐루야에게 불똥이 튀었다. 으르렁거리는 티에리아와 당황한 알렐루야의 어깨에 록온이 손을 짚었다.
-티에리아, 나사 좀 풀어라.
-하지만 저건 아니잖습니까. 록온 스트라토스도 아까 그 행동을 봤어야 했습니다.
-그래도 따지고 보면 저 아이를 고른 것도 베다의 의지 아니겠어? 다 이유가 있겠지. 일단 좀 진정하고 여기 좀 앉아봐라.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록온은 티에리아를 진정시키고 세츠나를 따로 불러서 한 마디 해 주고 그날분의 훈련내용을 정리까지 했으며 두 사람을 형식적이나마 화해까지 시켰다. 옆에서 그 모든 것을 구경한 알렐루야는 그저 록온의 행동이 신기할 뿐이었다. 내가 말을 걸면 안 듣고 록온이 말을 걸면 듣는 이유는 뭘까, 하며 신기해하던 알렐루야는 그제서야 얼마 전, 브릿지에 모인 선원들이 하던 말을 기억했고, 선원들이 자신을 가리켜 하던 말이 무슨 뜻인지도 기억해냈다. 록온은 기본적으로 사람과 대화하는 법을 알고 있고 남을 대하는 법도 사람에게 웃어주는 법도 잘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할 줄 모르는 것은 물론 많았지만, 남이 가진 것이 신기해 보이기는 그 날이 처음이었다. 혼자 우주를 내다보며 한숨을 쉬고 있는 록온을 발견하고 알렐루야가 날다시피 달려간 것도 아마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참 오지랖도 넓어요, 나도.
-록온!
혼잣말을 하다가 갑자기 등 뒤에서 사람 목소리가 나서 놀랐는지 록온이 얼른 등 뒤를 돌아보았다.
-어, 알렐루야.
-오늘 수고했어. 덕분에 잘 해결되었어……요.
-돈마이☆ (Don't mind.)
알렐루야의 어색한 존댓말에 록온은 잠깐 놀란 듯 알렐루야를 쳐다보다가 씩 웃으며 알렐루야의 어깨를 한 대 쳤다.
-고마워요. 록온.
-아니 뭘. 나도 별로 한 건 없는데.
-아니에요, 정말 대단한 거예요.
-그 녀석 괜히 사람 띄워주기는. 그래봐야 별로 나오는 것도 없어. 아냐?
-아뇨, 몰랐어요. 충고 감사합니다.
-농담은 좀 농담같이 들어라. 그럼 이만-.
록온이 점프하듯 살랑거리는 움직임으로 그의 옆으로 돌아갔다. 알렐루야는 록온의 뒷모습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그리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모의전을 해 보는 날이었다. 큐리오스와 듀나메스가 한 팀, 엑시아와 버체가 한 팀으로. 물론 팀 구성을 짠 것은 록온이었다. 며칠 전에 싸웠던 세츠나와 티에리아가 연계플레이를 통해 조금이라도 사이를 회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스메라기의 각본대로 듀나메스가 멀리서 숨어 저격을 하고, 엑시아와 버체는 듀나메스의 위치를 찾아 듀나메스를 공격하고, 큐리오스는 두 기체를 방어했다. 어느정도까지는 각본에 따른 기계적인 움직임이 필요했다. 덕에 처음에는 훈련이 순조로웠다. 그러나 지구전에 들어가면서 엑시아가 고전하기 시작했고, 버체와 엑시아의 움직임이 점차 손발이 안 맞아들어가기 시작했다.
알렐루야가 여기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까 하던 차에 재미도 없네, 이딴 걸 해 봐야 무슨 소용이람, 하는 소리가 들렸다. 한동안은 자신에게 말을 잘 걸지 않던 할렐루야였다. 모의전을 열심히 해 봐야 나중에 미션을 수행할 때 별 일이 없을 것이라고 다른 인격을 타일러 보았으나 인격은 말을 듣지 않았다. 그 때 록온의 목소리가 들렸다.
-큐리오스, 그게 무슨 짓이야!
화면을 보니 큐리오스의 방어망을 뚫고 엑시아가 접근해 있었다. 큐리오스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버체가 쓰러진 큐리오스의 목에 검을 들이대고 있었다. 할렐루야를 원망해 보았으나 그의 다른 인격은 이미 뇌 속에 숨어서 그를 비웃고 있을 뿐이었다.
알렐루야는 당황했다. 록온이 나무라듯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고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티에리아가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럴 때는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그, 그러니까!
-알렐루야 합티즘, 변명은 소용없다.
도대체 이럴 때는 뭐라고 말해야 다른 사람들이 내 말을 잘 들어줄까? 알렐루야는 머릿속을 뒤져 자신의 기억에 남아있는 명대사를 입 밖에 꺼내었다.
-돈마이☆!
화면에 떠 있던 건담 세 대가 모두 움직임을 멈추었다. 잠시 후, 끅끅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옆을 보니 록온이 정말로 배를 움켜쥐고 웃고 있었다.
-알렐루야 합티즘. 헛소리를 할 때가 아니다.
티에리아가 언성을 살짝 높여 잔소리를 시작했고 건너편에 앉아있는 세츠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노골적으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고, 록온은 어느새 웃음을 멈추고 알렐루야를 짐짓 노려보고 있었다.
-그게 거기서 나올 대사가 아니잖아! 너 때문에 나까지 엉망이다. 어떡할래?
-아하하하, 뭐 그렇죠?
록온이 재미있어 해 주어서 기뻤다. 농담이란 무엇보다 들을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웃어주는 맛에 하는 거 아닌가. 알렐루야는 다음번에도 이 사람들이 들어주고 웃어준다면 또 똑같은 말을 해 보겠다고 생각했다. 난생 처음으로 농담에 성공한 날이라고 뇌리에 기록해두려고 하자 할렐루야가 너는 바보냐며 비웃어대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했다. 그렇게나 기뻤던 것이다.

그리고 훈련을 모니터하려고 모인 선원 전원은 폭소도 아니고 비웃음도 아니고 미소도 아닌 묘한 웃음을 짓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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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생각하는 알렐루야는 바보인 모양입니다.
돈마이☆는 어떻게 번역해야할지, 자신이 없어서 그냥 저렇게 쓰고 말았답니다.

그 뭐냐, 알렐루야가 좀 특이한 말을 많이 하는데 그게 전부다 록온 한정이에요. 게다가 록온을 굉장히 동경하고 있고요.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저 녀석은 록온에게 말을 배운 건 아닌가 하고요. 쟤한테 인간사회에 적응할 시간 같은 게 있었겠어요. 여기 와서 사람답게 사는 법을 조금씩 배운 거겠죠.
알렐루야는 왜 저렇게 핀트 안 맞는 농담을 하는가, 를 생각해 보려고 썼는데 뭔가 굉장히 마음에 안 듭니다. 으음.......록온이 록온이 아니고 알렐이가 알렐이가 아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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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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